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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공원

돼지는 원래 뚱뚱하지 않았습니다 35

5
2026-09-03 12:26:14 1.♡.115.18
오차원고양이

Trading Places.png

짧은 쇼츠 하나를 봤습니다.

아기 돼지가 축사에서 태어납니다. 꼬리가 잘리고, 좁고 더러운 우리에서 자랍니다.
억지로 살이 찌워지다가 전기충격기에 기절한 채 도살당합니다.

적어도 야생에서 태어나 살다가 사냥당하거나 늙어 죽는 것과는 다릅니다. 불쌍했습니다.


어릴 때는 부모가 주니까 먹어야 하는 음식이었습니다.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사료처럼 먹던 음식 중 하나였습니다.
딱히 먹고 싶은 음식이 없는 건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제 특징입니다.
음식은 연료라고, 어릴 때부터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돼지는 뚱뚱하고 더럽고 미련한 동물로 흔히 인식됩니다.
하지만 원래 그런 동물이 아닙니다. 인간이 가축화하고, 좁고 더러운 환경에 가두고, 억지로 살을 찌운 결과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모습을 본성인 양 씌운 것뿐입니다.


야생 동물은 비만할 수 없습니다. 먹이를 구하려면 하루종일 움직여야 하고,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더 강한 존재에게 지배당해 애완이나 가축이 된다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더 뚱뚱해지고 더 더러워지고, 그들 눈에는 고기 정도로 보일 겁니다.


가끔 보입니다. 노력으로 이룬 인간이라는 종의 위치를,
대단한 특권이나 권리로 여기고 다른 종 위에 군림하는 신적인 존재로 착각하는 경솔한 사람들이요.


1983년 영화 '트레이딩 플레이스'가 떠오릅니다. 억만장자 형제가 단돈 1달러를 걸고 내기를 합니다.
우아하고 고상한 인간을 하룻밤 사이 거지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노숙자를 부와 지위로 채우면 어떻게 될까 하는 실험이었습니다. 결과는,  고상했던 인간은 몰락하며 범죄자가 됐고, 거리의 부랑자는 정장을 입자마자 유능한 전문가로 변했습니다.
품격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환경이 만든다는 뜻이겠지요.

돼지도 같습니다. 좁은 우리와 강제된 사료가 그들을 뚱뚱하고 더럽게 만들었을 뿐, 본성은 아닙니다.
연료를 채우기 위해, 혹은 사회생활을 위해 먹는 고기와 다른 생명에게 저는 고마움을 느낍니다.
어릴 때 전기를 먹고 사는 안드로이드 애니메이션을 보며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왜 인간은 전기로 살 수 없을까. 먹고 싸는 게 더러운 걸 알면서도, 왜 그것 없이는 살 수 없을까 하고요.


우리도 누군가에게는, 그저 고기일지 모릅니다.

오차원고양이 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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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35]
padori
IP 113.♡.106.64
09-03 2026-09-03 12:28:33
·
지난번 실험 보니까 강아지보다 훨씬 지능이 높더군요
오차원고양이
IP 1.♡.115.18
09-03 2026-09-03 12:42:58
·
@padori님 동물 지능은 인간 기준 IQ로 환산할 수는 없다네요. 돼지가 상당히 똑똑한 동물인 것은 사실이라고 하네요.
중간보스
IP 203.♡.44.185
09-03 2026-09-03 12:49:48
·
@오차원고양이님 돼지가 개 보다 똑똑합니다만
돼지고기 판매에 지장이 생길까봐 일부러 쉬 쉬 하는 상식(?!) 입니다.
아쿠아루비
IP 211.♡.194.153
09-03 2026-09-03 12:56:00
·
@오차원고양이님 인간 기준으로 환산하긴 어렵지만 개도 수행하기 어려운 고난이도 퀴즈를 돼지는 풀죠
국방타마마
IP 169.♡.141.92
09-03 2026-09-03 13:12:31
·
@padori님 그리고 아주 깔끔한 동물이기도 하죠.
프랑지파니
IP 14.♡.253.234
09-03 2026-09-03 12:28:46
·
식량인류 인가 하는 만화가 생각나네요. 외계인의 식량으로 키워지는 인류.. 육질 좋게? 자라서 식량 테스트 통과하는걸 명예로 인식하게 만들고..
오차원고양이
IP 1.♡.115.18
09-03 2026-09-03 12:43:47
·
@프랑지파니님 약속의 네버랜드라는 최근 만화가 있죠. 지능이 높을수록 더 맛있는 고기가 된다는 설정이었죠.
Camille
IP 14.♡.126.194
09-03 2026-09-03 14:09:20
·
@프랑지파니님 놀랍게도? 건담 시리즈 중에도 이러 설정이 있습니다.
꼬복이2000
IP 117.♡.9.194
09-03 2026-09-03 17:33:10
·
@프랑지파니님 일정 나이 노인이 되면,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죽음을 당해 식량이 되는 뭐 그런 내용의 영화가 있었던거 같은데.. 제목이 생각이 안나네요. 무슨 그린 이었던거 같은데.
비끄또르낌
IP 58.♡.58.173
09-03 2026-09-03 22:25:16
·
@꼬복이2000님

https://www.imdb.com/title/tt0070723/?ref_=nv_sr_srsg_0_tt_7_nm_1_in_0_q_Soylent%20Green
전가복
IP 61.♡.128.157
09-03 2026-09-03 12:30:06
·
돼지의 체지방률이 15%정도라는데 누가 누구보고 뚱뚱하다는겁니까?
오차원고양이
IP 1.♡.115.18
09-03 2026-09-03 12:44:51
·
@전가복님 뚱뚱한 사람을 돼지라고 부르는지, 돼지 입장에서는 의아할 것 같기는 합니다.
실제는 엄청난 피지컬을 가진 동물이죠.
yoonseungju
IP 223.♡.20.6
09-03 2026-09-03 12:38:25
·
돼지도 고상하게 키운 돼지가 더 맛있더군요. 이베리코가 대표적이죠.
육식맨의 이베리코 농장 방문 영상이 상당히 유익합니다.
오차원고양이
IP 1.♡.115.18
09-03 2026-09-03 12:45:34
·
@yoonseungju님 약속의 네버랜드 애니같은 건가요? 지능 높은 인간이 더 맛있다는 설정인데 거기에 착안할 걸 수도 있겠네요.
중간보스
IP 203.♡.44.185
09-03 2026-09-03 12:48:17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7523378CLIEN
오차원고양이
IP 1.♡.115.18
09-03 2026-09-03 13:41:33
·
@중간보스님 이건 아사 직전 아닌가요? 멧돼지 정도가 정상범주 같네요.
메론밥
IP 121.♡.141.134
09-03 2026-09-03 12:48:29
·
삼겹살이 먹고싶습니다
오차원고양이
IP 1.♡.115.18
09-03 2026-09-03 13:42:02
·
@메론밥님 많이드세요. 이글은 먹는 것에 대한 내용이 아닙니다.
메론밥
IP 121.♡.141.134
09-03 2026-09-03 13:44:48
·
@오차원고양이님
죄송합니다 다소 진지한 글이라서 장난 한번 쳐봤습니다...
오차원고양이
IP 1.♡.115.18
09-03 2026-09-03 14:02:44
·
@메론밥님 이해합니다 :) 삼겹살은 맛있었는데 어찌하다보니 담남제거 수술이후 부터
고기가 잘 맞지 않아 플렉스테리언이 되어버려 고기를 가끔 먹으니 젊은시절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납니다.
리벨리
IP 121.♡.13.106
09-03 2026-09-03 12:51:57
·
그래서 식탁에 올라오는 식재료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최대한 다 먹고 안버리려고 합니다
오차원고양이
IP 1.♡.115.18
09-03 2026-09-03 13:43:04
·
@리벨리님 좋은 습관이신 것 같네요. 음식 버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냉장고에 먹을만큼만 항상 채워둡니다. 조금 기한 지난것도 다 먹습니다.
isaiah1
IP 39.♡.231.18
09-03 2026-09-03 13:01:29
·
확실히 인간은 대체로 거기서 거기고 천차만별인 건 환경이죠..
오차원고양이
IP 1.♡.115.18
09-03 2026-09-03 13:44:27
·
@isaiah1님 저는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은 그대로인데 인간들 성향은 너무 극단적으로 다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사연객
IP 59.♡.15.31
09-03 2026-09-03 13:14:41
·
뭐 같은 가축이라도 밭가는 소 & 사람태우는 말 등에 비하면 돼지가 하는 일 없이 놀아서
게으르단 이미지가 붙었겠죠 ^^;;
오차원고양이
IP 1.♡.115.18
09-03 2026-09-03 13:46:50
·
@사연객님 가두어두고 살찌워서 고기를 얻고자 하는데 할수 있는게 없는 것도 있겠죠.
사람도 고기로 사육된다면 별반 다르지 않을거예요.
감옥에 있는 고의적 범죄를 저지른 중범죄자들도 국민세금으로 먹고자고 하잖아요.
가축은 고기로라도 쓰는데 그런류 인간들은 쓸곳이 없는게 안타깝죠.
니히리
IP 175.♡.124.166
09-03 2026-09-03 13:15:37
·
인간이 주변 동식물을 계속 선택해온 결과입니다. 식용 식물들도 다수는 현재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인간의 친구라는 개도 늑대에서 많이 변화했고요.
오차원고양이
IP 1.♡.115.18
09-03 2026-09-03 13:48:59
·
@니히리님 인간 주변에 있는 동식물의 인간생활에 유사한 형태로 변하는 것 같기는 합니다.
가축,애완,식용,관상용으로 바뀌는 건데 인류가 사라지면 바뀐 원시적 환경형태로 2~3세대만에 다시 바뀐다고 하네요 (적응못하면 죽게되어 적응한 개체만 살아남아 번식하는거죠)
loki
IP 1.♡.209.66
09-03 2026-09-03 13:18:25
·
하지만 야생으로 돌아가면 인간보다 우위에 서려 들죠.

오차원고양이
IP 1.♡.115.18
09-03 2026-09-03 13:56:08
·
@loki님 서로 영역이 보장되면 문제없는데 인간은 자연을 개발하여 주거나 양식형태로 바뀌고 그 영역을 자꾸 넓히니 서로 부딪히는거죠.
인간은 110억 가까이 늘었다가 줄어들 거라네요. 생존을 위해 압도적으로 넓은 면적과 자원을 쓰는 존재라서
동물들 생존영역을 뺏어야하는 존재로 진화한거죠.

정작 조류 개체수 감소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인간이 매년 사육하고 죽이는 닭만 700억 마리가 넘습니다. 돼지는 15억 마리, 소는 3억 마리 안팎입니다. 이 셋만 더해도 700억 마리를 훌쩍 넘습니다.
그 수많은 인구가 먹을 동물을 늘리고 죽이고를 반복하는 어찌보면 엄청 잔인한 존재라서
다른 개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진 사람 한둘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대장
IP 118.♡.254.238
09-03 2026-09-03 13:20:53 / 수정일: 2026-09-03 13:28:12
·
먹고 싸는게 더럽다는 것도 편파적 시각입니다. 그저 유기물일 뿐인데요.
애초부터 '더럽다'는 개념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말씀하신 그 한마디가 본문과 궤를 달리 해서 첨언해 봤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고맙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우리 의지로 태어난 게 아니듯이 타 생물체들 및 주변 환경도 그 독단의 의지가 개입된 사실은 없습니다. 그저 본능에 따라 주어진 환경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을 뿐입니다. 인간이 미니멈 필요 수준 이상을 추구하는 것을 부정한다면 그것은 문화와 문명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주변 환경에 고맙다는 시각 자체가 인간 우월적 시각인 것이지요. 잡아먹으면서 그 대상에 고맙다고 생각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뭔가 잡아먹을 수 있다는 현실에 고맙다면 모를까요. 아무튼 뭐가 옳다 그르다의 영역이 아니라고 봅니다.
메론밥
IP 121.♡.141.134
09-03 2026-09-03 13:53:33
·
@편대장님
모든 상대적인 가치, 규범등은
이성을 가진 인류끼리 정해 놓은 개념일 뿐이죠
그것도 시대에 따라 엄청나게 바뀌는...
오차원고양이
IP 1.♡.115.18
09-03 2026-09-03 14:00:35
·
@편대장님 더럽다는 판단은 대상에 대한 규정이고, 고맙다는 감정은 저 자신에 대한 태도입니다. 전자는 오류를 지적할 수 있지만 후자는 애초에 사실 판단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느낀다는 개인 생각입니다.
의지 개입 여부로 감사를 부정하시는 논리는 이해합니다만,
저는 인과나 의도가 아니라 결과에 대해 그렇게 느낀다는 것뿐입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태평천하
IP 203.♡.173.70
09-03 2026-09-03 17:31:25
·
모든 생물은 생존하기 위해 환경을 변화시킵니다. 개미들이 진딧물을 사육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예시고, 몇몇 개미종은 다른 작업용으로도 곤충을 사육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간도 그저 동물일 뿐입니다.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거나 다른 동물을 생존 목적에 맞게 이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이지요. 오히려 인간 스스로 정한 '자연스러움' 이라는 개념에 맞추기 위해 종을 보호하니 뭐니 하는 게 인위적이고 오만한 것 아닐까요. 차라리 언젠가 그 종이 생존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될 지 모르니까 보존한다는 논리라면 그것이 오히려 자연에 겸손한 생각이겠지요.

물론 본문 말씀대로 그러한 활동을 천부적 권리로 생각하는 것은 더욱 큰 착각이고 오만이라 생각합니다. 자연이라는 것은 치열한 투쟁과 생존 경쟁의 연속인데 내 생존에 대한 다른 인류의 기여에 편승하는 격일 뿐이지요. 이러한 오만이 인간 사회라는 작은 바운더리에서 발현되는 것이 되도 안 한 세습 계급주의, 엘리트주의적 사고가 아닐까요? ㅎㅎ
오차원고양이
IP 122.♡.135.254
09-03 2026-09-03 19:10:27
·
@태평천하님 오만이라는 건 늘 같은 얼굴을 하고 있나 봅니다. 종 사이에서든, 계급 사이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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