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안드로메다 관련 글 하나 올렸었습니다. 오늘은 또 재밌는 걸 발견해서 하나 더 정리해봤어요. 이번엔 어제 잠깐 언급됐던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 얘기예요. 파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재밌는 뒷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이 망원경, 8월 30일에 스페이스X 팰컨 헤비 로켓에 실려서 발사됐어요. 목적지는 태양-지구 라그랑주 2점(L2), 지구에서 약 160만km 떨어진 지점입니다. 주경 지름은 2.4m로, 허블 우주망원경 주경이랑 정확히 같은 크기예요. 다만 시야각은 허블의 100배가 넘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허블 후속작이구나" 싶지만, 사실 이 망원경은 원래 이런 스펙으로 계획된 게 아니었습니다.
원래 이 프로젝트 이름은 WFIRST였고, 계획된 주경 지름은 1.5m 안팎이었어요. 그러다 2011년 1월, 갑자기 정찰위성국(NRO)에서 연락이 옵니다. 정찰위성 프로그램이 중단되면서 창고에 완성된 상태로 놀고 있는 광학 망원경 조립체가 2대 있으니, 필요하면 그냥 가져가라는 내용이었어요.
그 거울은 허블 수준의 광학 성능을 가진 물건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국가가 스파이 위성용으로 만들어놓고 안 쓰고 있던 거울을 그냥 넘겨받은 거예요. 거울이 커지니까 빛을 모으는 능력이 4배로 뛰었고, 덕분에 코로나그래프(별빛을 가려서 그 옆의 희미한 행성을 직접 촬영하는 장비)를 추가할 공간까지 생겼습니다. 완전 공짜로 업그레이드된 셈이죠.
여기서 재밌는 지점은, 사실 이게 진짜 "공짜"는 아니었다는 거예요. 넘겨받은 거울에는 전자장비랑 CCD 센서가 싹 다 빠져있었고, 사양서 상당 부분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시커멓게 가려져 있었대요. 용도를 알 수 없는 기능들도 설명 없이 그냥 붙어있었고요. 결국 제작사인 L3Harris는 거울을 다시 연마하고, 코팅이랑 사양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고, 전자장비·카메라·우주선 본체까지 전부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있는 걸 그대로 재활용했다기보다, 정체불명의 렌즈 하나 던져주고 "이걸로 망원경 만들어봐"라고 한 것에 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2020년에 주경 연마 완료, 2023년에 거울 10개 결합, 2025년 11월에 조립 완료까지 오는 동안 이 프로젝트는 예산안에서 통째로 빠질 뻔한 적이 무려 네 번 있었어요. 프로젝트 매니저가 인터뷰에서 "우리 몫이 예산안에서 0으로 잡힌 해가 절반은 됐다"고 회고할 정도였고, 그때마다 의회가 다시 살려내는 걸 반복하다가 2026년 1월에야 244억 달러 규모 NASA 예산안에서 확실하게 보호받게 됐습니다.
참고로 별명이 "스터비 허블(땅딸막한 허블)"이에요. 거울 지름은 허블과 똑같지만 초점거리가 훨씬 짧아서, 몸체가 더 짧고 통통하게 생겼거든요. 이 짧고 통통한 체형이 오히려 넓은 영역을 훑는 서베이 관측에는 최적화된 구조라는 게, 나름의 반전이고요.
아직 안 풀린 떡밥도 하나 있습니다. NRO가 넘겨준 똑같은 망원경 조립체가 사실 2대였다는 거예요. 하나는 로먼이 됐고, 나머지 하나는 화성 관측이나 오로라 관측 같은 여러 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지구 관측에는 못 쓴다"는 기증 조건 때문에 아직 뚜렷한 용도가 정해지지 않았답니다.
스파이 위성 창고에서 나온 부품이 이제는 138억 년 우주 역사를 들여다보는 도구가 됐다는 게, 알고 나니까 꽤 상징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발사 과정이랑 광학 구조, 회절 스파이크 모양 차이(허블·웹·로먼 비교) 같은 것까지 좀 더 자세히 정리해뒀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보세요.
천문학 업계에서는 광각이었군요 =3=3
아니면 용도 자체가 달라서 적용되는 기준 자체가 다른 걸까요?
예산부족에 시달리는 나사 천문학 부서 입장에선 '이게 왠 떡'이었나봅니다ㅎㅎ
랜즈쪽 기술은 센서류에 비하면 발전이 더디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