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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와 트럼프간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본질은 관세가 아니라 문화전쟁입니다.
주요매체들은 물론이고 미국인들이 자기나라 대통령이 아닌 캐나다를 응원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죠.
미국 유권자들이 캐나다를 마가를 대체할 수 있는 일종의 진보적 대안모델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BBC, WSJ, WP, 애틀란틱 등등 주요매체들이 이 전쟁에서 캐나다가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일제히 내 놓고 있는 근거는 타당합니다
근데, 이런 분위기에 고무된 한국의 일부 리버럴 논객들 중 혹시 한국이 같은 위협을 당할 경우 한국도 캐나다식의 강경대응을 하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건 조금만 맞고 대부분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물론 배울 부분도 있는데, 이것부터 말해 보죠.
“강자에게는 가끔 굴복할 수 있어도 병신(fool)에게는 굴복할 필요가 없다”며 트럼프에게 직격을 가하고 있는 주체는 캐나다의 보수세력들 입니다.
보수당 소속 온타리오 주수상 덕 포드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이죠.
그는 트럼프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내 엉덩이에 키스나 해라, 면적도 넓어서 네가 키스할 곳도 많다’고 조롱을 이어갔습니다.
온타리오 호수 명칭과 관련해서도 그 호수이름은 400 년 전 퍼스트네이션(원주민) 시대부터 불러온 것인데 네가 제멋대로 이름을 바꾸려면 어메리카 호수가 아니라 아예 ‘병신 트럼프 호수”로 이름을 바꾸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죠.
나라가 협박을 당하는 상황에서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심지어 캐나다의 대구-경북이라고 불리우는 보수의 아성 알버타 주까지 일사불란하게 단결해서 마크 카니 총리를 지원하며 싸움에 연대하는 모습은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캐나다와 명백하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캐나다와는 달리 한국에게는 물리적 보복수단이 없습니다.
캐나다만 해도 뉴욕주, 미시간 주 미네소타 주 등 미국 인접 주에 필수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며, 석유 가스 핵심 광물 공급망을 틀어 쥐고 있어 미국 경제에 즉각적 충격을 주는 물리적 무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캐나다가 강경대응이 가능한 지렛대는 미국과 산업공급망이 복잡하고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어 일방적인 타격이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도 있지만, 캐나다 그 자체로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식량, 원자재, 천연자원, 특수광물 공급대국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준기축통화국으로서의 파워를 행사하는 나라입니다.
트럼프가 실현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캐나다의 미국합병을 주장하는 이유는 우선 그에게 캐나다라는 나라 자체가 재수없어 보이기도 할테지만, 그 파워 자체를 미국에 고스란히 흡수한 업적을 남겼다는 기록을 얻고 싶기 때문입니다.
캐나다는 G7과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멤버십을 바탕으로 언어문화적 유대를 동원하여 미국 내 진보와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 여론까지 우군으로 활용하기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지금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란과의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한 트럼프가 캐나다와의 문화전쟁에서도 패배할 것이 자명해 보이는 지금 미국정치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소리들까지 벌써부터 나오고 있죠.
반면 한국이 트럼프와 정면대립에 나설 경우의 시나리오는 캐나다와는 전혀 다릅니다.
일단 전쟁의 성격부터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캐나다와는 문화전쟁의 성격이 짙지만 한국과는 그냥 가혹한 경제전쟁일 뿐 입니다.
한국 핵심산업(반도체, 배터리 등)은 미국산 원천기술, 특허, EDA 소프트웨어, 장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핀포인트 수출규제 시 국내산업 전체가 뿌리째 마비될 수 있는 구조적 약점이 있습니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완성재나 부품을 수출하지만, 미국 현지 가계나 기업의 생존을 즉시 위협할 수 있는 식량, 에너지, 원자재 차단 카드가 없습니다.
한국은 일단 내수시장 규모가 작습니다. 맞보복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기업이 입는 타격이 미국기업들이 입는 타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미국 내 보수, 통상 강경파에 의해 미국의 부를 빼앗아 가는 무역적자 유발국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미국 정치권 전체의 초당적 압박을 받을 위험이 높습니다.
캐나다를 주목하는 것은 좋지만 대응전략은 전혀 달라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레이크 온타리오
지리적으로도 북극해로 러시아와 대치해서 미국에게는 생명선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