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이사를 거쳐 현재 살고 있는 제 미국 동네는 주거지로는 적당한 환경인 것 같습니다. 살면서 보니 이 동네의 매력 중 하나는 동네 사람들입니다.
- 거주자의 소득 수준이 낮지 않아서인지 생각에 여유가 있습니다.
- 미국에서도 단독주택 단지라서 그런지 실거주 비율이 아주 높습니다. 저도 10년이 넘지만, 단독주택 단지가 조성된 때부터 거주한 38년 실거주자도 드물지 않습니다.
- 최근 이사오는 사람들도 공립학교 학군을 생각하고 이 곳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적어도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라서 내일이 없는 방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 한가지 인종이 압도적으로 많지 않고 인종과 출신 국가가 고르게 분포되어서, 뭉치면 용감해진다고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모습이 없습니다.
산책을 나가보면 집 앞에 예쁘게 의자와 쿠션을 비치해 놓고, 그 의자에 앉아 잡지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부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과 제 부부가 눈을 마주치면 어느 한쪽이 먼저 "Hi!"하고 인사합니다. 사람들에게 자기를 드러내고 이야기하는데 어색함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사람이 있는 사진은 찍기 어색해서 사람이 없는 사례들만 찍어 봤습니다.

아래는 다른 집입니다. 그런데 단지가 조성될 때 같은 시기에 지은 집이라서 건축 스타일이 비슷하지요.

그리고 많은 집들이 밖에서 보이도록 멋진 가구와 그림을 벽에 걸고 은은한 조명을 켜 놓습니다. 사람이 없는 방에 저렇게 하기도 하고, 사람이 있고 TV를 보는 방도 커텐이나 블라인드가 없이 밖에서 다 보입니다. 집 안팎을 (화단 유지와 정원수 가지치기 포함)가꾸는 취향이 높음에 즐거움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외출할 때 단정하게 머리와 옷을 차려입고 외출하려는 생각을 가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택지 단지내 도로가 유동 교통이 전혀 없는 도로라서 (간선도로 옆이지만 단지 도로를 일부러 뱀처럼 곡선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속력을 내기 힘들어서 굳이 간선 도로에서 벗어나서 단지를 관통할 이유가 없습니다) 단지내 도로에서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기도 합니다. 주민들 자동차는 유리 틴팅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자전거 타는 아이들하고 "내가 아까부터 다 보고 있었지. 천천히 지나가렴."라는 듯한 수신호를 하고요.
공립학교 학군이 좋기 때문에 유치원이나 초등학생 자녀를 가진 가족들이 이사를 들어오곤 합니다. 그래서 집은 38년, 50년씩 되어가는데 단지 주민들은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 늘 있습니다. 제가 어제 올린 글처럼 초등학교 저학년때 이사 온 옆집 아이가 중학생을 거쳐 고등학생이 되어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없다 보니 좀도둑이 없습니다. 제가 저녁에 차고 문을 닫지 않고 밤새 열어놓는 실수를 하는 일이 1년에 한번 정도씩 있는데, 한번도 침입자가 없습니다. 다른 집도 밤에 지나가다 보면 가끔씩 차고 문을 닫지 않고 잠드는 집들이 있는데, 도둑을 맞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동네 사람들끼리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잔디를 깎다가 만나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제 경우는 제 집의 전후 좌우 다섯 집과 전화번호를 교환해서 제가 없을 때 택배가 오면 그 집에 들여다 달라던가 하는 부탁을 하기도 합니다. 차고문이 열려있으면 문자 메시지로 알려주기도 하고요. 그런 일을 해 준 것에 대한 사례는 제가 한국에 갔다 올 때 비싸지 않은 쇼핑몰 양갱을 사서 선물로 몇 개씩 준다던가 하고 있습니다.
학군이 좋은 대신 공립학교 운영비 예산이 높은 편이고, 그래서 재산세율이 인근 다른 소도시에 비해 높습니다. 그래서 자녀가 공립 교육과정을 모두 끝내면 재산세율이 낮은 다른 소도시로 이사가는 사람도 있는데, 저 포함 많은 사람들이 이 동네 분위기에 대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자녀가 공립학교를 이용하지 않아도 높은 재산세율을 기꺼이 감당하면서 이 동네에 노년이 될 때까지 거주하곤 합니다. 위에 설명한 38년 실거주자 같은 사람이 많습니다. 38년, 25년, 20년이 수두룩합니다.
미국에도 극히 다양한 종류의 동네가 있지만, 제가 사는 이 동네는 사람 사는 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문 없고 여유가 있는...
하지만 제가 사는 곳에서도 20km만 운전해서 가 보면 2차대전 무렵에 지은 주택단지는 실평수 30평짜리 단독주택들이 오밀조밀한데, 2차대전과 한국전때 호황을 누리던 바로 앞 공장은 20년 전에 망하고, 그 때 일자리를 찾아 입주한 사람들은 이제 많지 않은 연금을 받으며 노쇠한 몸을 이끌고 집 앞도 잘 관리하지 못하는 단지도 있는 걸 보면, 미국 내에서도 다양하더라고요.
마지막에 사람들이 부촌이라고 하던 곳에 홈스테이를 했을 때 분위기가 딱 저랬어요.
매 저녁에 정원에서 주인할머니와 와인한잔 하고 있으면 지나가는 분들마다 서로 인사하고 잠깐씩 앉아있다가고 그랬었죠.
이렇게 살면 참 좋겠다 생각했었습니다.
제 동네 집앞 의자에 나와 계신 분들은 책을 읽거나, 산책하던 옆집 사람들이 들러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시더군요.
참고로 가수 에일리가 레오니아 출신입니다. ㅎ
그리고 보행자가 제법 있습니다.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노는 아이들 등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나 차를 지켜봅니다. 저는 산책하다가 어느 집 안에서 도난경보기 소리같은 것이 삐삐삐삐 계속 나는 것 같아서 그 집 주인 (제가 그 사람 전화번호를 압니다)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응 고장나서 하루종일 울리고 있어 아무 일도 아니야 라고 말했습니다.
거주자의 소득 수준이 낮지 않고 동네 법인들의 법인세도 제법 걷히기 때문에 지자체 예산이 빵빵해서 경찰 수준이 높습니다. 동네 신문을 보면 도난 범죄 이야기들이 있는데, 범인 검거율이 높습니다. 그러니 도둑들은 검거율이 높지 않은 인근 다른 도시에서 직업활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집 근처에 고속도로 진출입구가 없습니다. 좀도둑의 주 패턴이 밤에 주차된 차 털이 등을 한 후 공범이 기다리고 있는 차에 타서 잽싸게 고속도로로 차를 올려서 자기들의 아지트로 가는 것인데, 그 수법은 고속도로 진출입구에서 5km정도 거리 이내에 있는 장소에 잘 통합니다. 그런데 제 주택 단지는 가까운 고속도로 진입구라도 5km보다 멉니다.
다행히도 제가 사는 동네는 Flock 카메라 (번호판 및 차량 특성으로 차량 행방을 추적하는 지능형 카메라 네트워크)에 대한 반감이 심하지 않아서 고속도로 진출입로마다 설치된 Flock 카메라가 좀도둑이 고속도로에서 나를 내리는 아지트 지역 출구를 특정할 수 있게 되어 도둑 검거율이 올라갔고 이 수법이 많이 줄어들긴 했습니다.
단독주택 주민들은 옛날식 대지 넓은 단독주택 3개가 철거되고 그 자리에 연립주택 단지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지요. 학교는 과밀해지고, 단독주택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 말고 지역에 대한 애착이 적은 단기 거주자들이 들어오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 지역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계속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