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0월 16일에 러시아 중앙은행이 러시아를 구성하는 8개 연방관구 가운데 하나인 볼가 연방관구를 주제로 한 새로운 1,000루블 지폐 디자인(1번째 사진 위쪽)을 야심차게 공개했는데 불과 이틀 만에 러시아 정교회와 종교계의 거센 항의를 받고 유통을 중단하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하네요.
러시아 중앙은행은 애초에 1,000루블 지폐 뒷면에 타타르스탄 공화국의 수도 카잔에 위치한 카잔 크렘린 내부에 있는 역사적 건축물들 가운데 하나인 수윰비케탑(Suyumbike Tower, 타타르 민족의 상징)과 옛 정교회 성당(현재는 타타르 민족 및 타타르스탄 공화국 국가 역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음) 건물을 그려넣었다고 밝혔는데요.
한데 디자인이 공개되자마자 수윰비케탑의 첨탑(미나레트) 꼭대기에는 이슬람교를 상징하는 초승달 장식이 선명하게 나와 있는데 옛 정교회 성당 건물 돔 지붕에는 기독교를 상징하는 십자가가 없다는 점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네요.
이를 두고 러시아 정교회 성직자들과 보수주의 성향 활동가들이 "러시아 중앙은행이 러시아 내에서 이슬람을 정교회보다 우위에 두려고 의도적인 도발 행위를 벌였다. 이것은 디자이너의 무지함"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고 하네요.
사실 실제 현실에 위치한 옛 정교회 성당 건물에는 십자가가 없는데요. 이는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에 들어선 소련이라는 공산주의 정권이 성당의 십자가를 철거하면서 현재는 종교 시설이 아닌 국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러시아 정교회 측에서는 "대다수의 러시아 국민들은 역사적 배경을 모르기 때문에 지폐 디자인만 보면 정교회의 상징이 지우개로 지워진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며 현실과 무관하게 십자가가 없는 도안 자체를 문제삼았다고 하네요.
러시아 중앙은행은 종교 간의 불필요한 갈등과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발표 이틀 만인 10월 18일에 신권 인쇄 및 유통을 전면 중단했는데요. 따라서 해당 도안은 시중에 제대로 풀리지도 못하고 회수되었다고 하네요.
러시아 중앙은행은 나중에 대중 투표 등을 거쳐 논란이 된 종교 건축물 대신 볼가 연방관구를 상징하는 새로운 디자인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했고 2025년 12월 26일에 새로 공개된 러시아 1,000루블 지폐(1번째 사진 아래쪽)를 선보였다고 하네요. 이 지폐에는 볼가강 위에 세워진 사라토프 다리 밑을 가로지르는 고속 여객선 수중익선인 메테오르호(Meteor), 카잔에 위치한 농업 궁전이 그려졌다고 하네요.
참고로 종교적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뒷면과는 무관하게 새로 발행된 러시아 1,000루블 지폐(2번째 사진 참조) 앞면에는 볼가 연방관구의 행정 중심지인 니즈니노브고로드에 위치한 니즈니노브고로드 크렘린의 니콜스카야탑, 니즈니노브고로드 박람회장, 니즈니노브고로드의 모래톱(볼가강과 오카강이 합류하는 지점), 니즈니노브고로드 경기장(러시아에서 개최된 2018년 FIFA 월드컵 개최 경기장 가운데 한 곳)이 그려졌다고 하네요.

율곡이이, 퇴계이황, 신사임당이 지폐에 들어간거 아이한테 설명할 방법이 없더군요.
독립한 국가인데, 독립운동 관련자 얼굴이 지폐에 없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는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