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보면서 가장 위험하다고 느낀 부분이 있습니다.
"내 정책이 혹은 내가 제시하는 방향이 더 좋다"가 아닌, "저 사람은 우리 편이 아니다"라는 경쟁을 했다는 점입니다.
어제도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전당대회를 지켜보면서 고인이 되신 이해찬 전 총리가 계셨다면 지금의 민주당을 어떻게 바라보셨을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 전당대회의 핵심에는 2년 후 있을 총선의 공천권이 가장 큰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에게 공천이 자신의 정치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묻고 싶습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앞으로 민주당이 어떤 정당이 되어야 하는지, 민주당이 만든 정부를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지, 국민의 삶을 어떻게 더 나아지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과 방향성이 얼마나 부각되었습니까?
누가 더 민주당다운 사람인지, 누가 대통령과 더 가까운 사람인지, 누가 배신했고 누가 끝까지 함께했는지를 따지는 목소리에 비해 앞으로의 대한민국과 민주당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당에서 경쟁은 당연합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방향을 가진 사람들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경쟁하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오히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지 않는 정당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쟁은 "누가 우리 편인가"가 아니라 "누가 더 좋은 정책과 방향을 제시하는가"를 두고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지금의 민주당은 야당이 아니라 국민의 선택을 받아 정부를 만든 집권여당입니다. 지금 국민들이 민주당에 묻고 있는 것은 누가 더 친명인지, 누가 누구와 더 가까운 사람인지가 아닐 것입니다.
물가와 부동산을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지,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청년들에게 어떤 일자리와 미래를 만들어줄 것인지,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당이 국민에게 약속했던 정책들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어낼 것인지를 묻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런 문제를 놓고 얼마나 치열한 정책 경쟁이 있었는지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2년 후 총선 공천권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대표를 뽑는 일이 단순히 "누가 2년 뒤 공천권을 갖느냐"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지금 민주당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2년 뒤 누구를 공천할 것인가가 아니라, 2년 뒤 국민에게 무엇으로 평가받을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만든 정부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공천권을 누가 갖느냐는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정부와 민주당이 약속했던 개혁과 민생의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사람을 공천한다고 한들 국민에게 다시 선택받을 수 있을까요?
결국 총선에서 가장 강력한 공천장은 민주당과 민주당이 만든 정부가 앞으로 국민에게 보여줄 성과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전당대회가 끝난 지금부터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승자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당원들까지 끌어안아야 합니다. 패자는 자신을 지지했던 당원들이 새로운 지도부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당 안에서 친명, 친청, 누구의 사람이라는 이름보다 '민주당'이라는 이름이 먼저 나와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다시 이해찬 전 총리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해찬 전 총리가 이야기했던 민주당의 장기집권은 단순히 선거에서 계속 승리하는 정당을 의미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돈과 힘의 논리가 아니라 다양한 생각과 세력이 존재하고, 때로는 서로 치열하게 논쟁하더라도 그것을 하나의 방향으로 모을 수 있는 정당.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정책으로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면서 조금씩 국민의 신뢰를 쌓아가는 정당. 그런 민주당이었기에 장기집권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하지만 다름을 배신으로 규정하기 시작하면 다양성은 사라지고 결국 충성 경쟁만 남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지금 민주당이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충성 경쟁이 시작된 정당에서는 정책보다 사람이 중요해지고, 능력보다 누구의 편인가가 중요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어느 순간 국민의 삶보다 당내 권력관계가 정치의 중심에 놓이게 됩니다.
민주당이 강해지는 방법은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면서도 결정된 방향에 대해서는 함께 책임지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내부에서도 말할 수 있고, 더 좋은 정책이 있다면 어느 쪽에서 나온 의견인지 따지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당.
저는 그런 정당이 진짜 강한 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당대회는 끝났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누가 이겼고 누가 졌는지를 따지는 일이 아닙니다.
왜 국민이 민주당을 선택했고, 왜 민주당에게 정부를 맡겼으며, 지금 국민이 민주당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2년 뒤 총선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오늘 누가 공천권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2년 동안 민주당과 민주당이 만든 정부가 국민에게 어떤 성과를 보여주느냐일 것입니다.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만들고, 필요한 개혁은 국민을 설득하며 추진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결국 민주당이 만든 정부를 성공시키는 길이고, 2년 뒤 국민에게 다시 선택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향해 "당신은 우리 편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정당이 아니라, "당신과 생각은 다르지만 더 좋은 답을 찾기 위해 함께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정당. 저는 그것이 이해찬 전 총리가 꿈꾸었던 강한 민주당, 오래도록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민주당에 더 가까운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당대회가 끝난 지금,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승자의 편과 패자의 편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하나의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