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조금 길고요, 읽으면 어이가 없거나 화가 날 수도 있는 글입니다. 좀 고해성사 같은 그런 글입니다.
말하기 굉장히 부끄러운 얘기지만 계속 생각하며 반성하는 문제입니다. 전 지독한 일뽕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기억상으로 대충 14살쯤이었고 일본 애니랑 만화에 엄청 빠져서 공부는 거의 손 놓던 때였는데요,
그 문제로 공부를 안한다고 부모님과 싸우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일본에 대한 환상이 당시엔 굉장히 컸습니다.
내가 한국에서는 평범한 찐따 취급을 받지만 일본에 가면 사람 대접을 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며 한국에 사는 남들을 깔보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이 나라가 잘못됐다는 생각이요? 그 생각 맨날 했습니다.
지금도 가족들이랑 그때 얘기를 가끔씩 하는데 부모님은 저한테 너 그때 일본 엄청 좋아했잖아? 라고 하십니다.
오늘이 광복절이라 뭐 특별한 건 없지만, 저한테 굉장히 부끄러운 과거지만 그래도 제가 직면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늘 낮에 가족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그 당시 전 어땠는지 얘기를 꺼내봤습니다.
어머니는 너 그때 정말 이상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정신과에도 데려간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멀쩡히 공부하고 착하던 애가 갑자기 사나워지고 이상하게 변한 것 같아서 혹시 중2병이 심하게 왔나 의사 선생님이랑 그 얘기도 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정신과에 가서 전 ADHD 진단이랑 약을 받았고요.
아무튼 지금 그때의 저를 생각하면 진짜 온몸이 다 쪼그라드는 기분이고 너무 너무 너무 창피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생각하고 반성을 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이 얘기는 진짜 쪽팔려서 쓸까 말까 고민이 좀 되는 얘긴데 그때 전 인터넷에 혐한글도 막 써재끼고 누가 일본의 불편한 현실...이런 걸로 글을 쓰면 '한국에서 태어난 니가 더 불쌍해! 감히 너따위가 일본을 동정하지마!' 같은 개소리를 하며 인터넷 사람들과 싸우곤 했습니다.
완전 쌈닭이었죠. 남한테 시비나 걸고 다니며 남들이 너 왜 그러냐 화를 내면 현실 부정하고...
그때 전 학교를 갈 때 말고는 밖에는 거의 안 나가고 방구석에서 일본 만화책 쌓아놓고 줄줄이 봤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가족들이 제 과거로 좀 놀리곤 합니다.
웃으면서 이젠 일본 애니메이션 안 보네~이젠 일본에서 살고 싶지 않아? 이러면서 그냥 가볍게 장난식으로 놀립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네이버 카페에 저같은 일뽕들이 모여있는 카페가 있었는데요,
진짜 딱 저같은 찐따들이 오골오골 모여있는 카페였습니다.
거기 사람들 다 저처럼 말하고 저랑 다를 바가 없는 사람들이라 역시 나만 그런게 아니다, 한국엔 나같은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멘탈 자위도 많이 했습니다.
지금 인터넷에서 살고 있는 일뽕들을 보면 전 옛날의 제 자신이 찐하게 생각나서 불편합니다.
보면서 나도 저런 말을 했었는데.. 그때랑 지금이랑 레퍼토리는 똑같네. 저 사람도 나중에 나처럼 부끄러워 하겠지 이불킥 엄청 하겠지 생각을 합니다.
그때 제가 뭘 위해서 그렇게 일본을 빨았는지 설명해보라고 하면 저도 자세히 설명이 어렵습니다.
그때 전 남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했고 괜히 일부러 사람들 긁는 말이나 막 하고 싶었어요.
진짜 찐따스럽게 단지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고 우월감을 느끼는게 목적이었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직접 겪어봐서 그런지 일뽕들을 보면 넌 지금이 한창 그럴 때니? 나도 그랬는데..이해도 가고 그 사람의 미래가 대충 그려집니다.
나도 딱 저랬는데 ㅋㅋㅋ지금 이불 찢어지게 킥하면서 사는데..ㅜㅜㅜ근데 그런 짓 할거면 주변에 티나 내지 말던가.. 그딴 흑역사를 가족들이 다 기억하잖아 이런 생각이나 하면서 뒤늦게 후회합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냥 어디가서는 쪽팔려서 하지도 못하는 얘기 하소연하고 싶었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제가 일뽕에서 기어나오게 된 시기는 대학에 가서 정말 어른스럽고 사회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과 본격적으로 깊이있게 사귀기 시작하면서 였습니다.
쉽게 말해 사람들과 어울리고 주변을 둘러보고 현실에 집중하게 되면서부터 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언젠가 혼다 브이텍 엔진이 들어간 차를 살거야 하면서 빠져 있기도 하죠
경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요? 일부러 찾기도 어렵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대체로 치유(?)되더라구요.
생각하며 살았던 71년생 입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할줄은 상상도 못했죠
미국일본 유럽은 영원히 잘살고 석유는 몇십년내 고갈되고
절대 우리나라에선 수영 피겨에서 금메달은 안나오고
빌보드1위는 꿈에도 꿔본적이 없었는데 ㅋㅋㅋ
지금이야 동네북 갈라파고스 이야기듣는 일본이지만
한때는 진짜 기술의 일본이었고
세상을 휘어잡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것까지 부정할 순 없죠
그냥 일본을 좋아하는 사람과 혐한하며 일뽕하는 건 엄연히 다른 부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