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LM 항공이 새로 도입한 에어버스 A350 / 제공 : KLM항공) LINK
20:00 KST - CNN - 항공사들이 앞다투어 도입하는 프리미엄 좌석이 인증절차, 파편화의 영향으로 도입비용의 고가화, 장기화를 불러와 오히려 항공사들의 짐이 되고 있다고 CNN이 전하고 있습니다.
유럽 FSC 항공사들의 프리미엄 클래스 좌석을 예약하고 최신 항공기 에어버스 A350에 탑승한 뒤 웅장한 비지니스 클래스 좌석 34개 구역에 발을 딛였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런데 어라? 좌석에 앉을 수 없답니다. 이코노미 석은 꽉꽉 채웠는데 비지니스 클래스 좌석 34석은 모두 텅텅 비었습니다. 이유는요? 인증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항공사들이 비용을 투자해 좌석을 설치했는데 아무도 태울 수 없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번 가을부터 KLM의 새로운 노선인 암스테르담 ~ 토론토 노선에서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유럽 대형 항공사들이 야심차게 도입한 비지니스 클래스의 프리미엄 좌석들이 유럽항공청(EASA)의 인증절차가 아직 끝나지 못해 승객을 태울수 없게 되어 발생할 일입니다. 신형 프리미엄 좌석은 풀플랫으로 180도 접혀지며 슬라이딩 프라이버시 도어가 달렸고 각종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편의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이 좌석들은 텅텅 빈채로 A350 들이 날아다니게 됩니다.
원인은 수요부족이 아닙니다. 프리미엄 좌석은 충분히 팔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항공사들이 도입하고 있는 프리미엄 좌석의 인증절차는 점점 늘어나고 절차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좌석이 점점 고도화되고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건 일부 항공사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KLM-에어프랑스 그룹, 아메리칸, 루프트한자, 리야드 에어, 싱가포르 항공 등 FSC 항공사들이 프리미엄 좌석을 도입하기 위해 고분분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항공기 프리미엄 좌석의 인증절차가 평균 6개월 가량 늘어났다고 지적합니다. 코로나19 이전 프리미엄 좌석 인증절차는 평균 1~2년이었습니다. 프리미엄 좌석이 어떻게 변화했길래 인증절차가 더 어려워졌을까요? 잠시 과거로 한번 돌아가 봅시다.
1990년 영화 "나홀로 집에"에서 맥컬리스터 가족들이 알람 시계 고장으로 영혼을 터는 질주를 통해 겨우 헐레벌떡 파리행 아메리칸 항공 DC-10 광동체 항공기에 탑승해 아이들은 이코노미, 어른들은 넓고 안락한 1등석 좌석에 앉는 장면에서 보았듯 그당시 프리미엄 좌석은 편안한 리클라이너 좌석의 개념이 다였습니다. (영화의 옥의 티는 시카고에서 이륙할 땐 DC-10 이었는데 착륙할 때는 보잉 757 협동체였다는 점입니다. 당시 아메리칸의 757은 풀프리미엄 좌석이 없었습니다.)
(사진설명 : 2000년 영국항공이 처음 도입한 180도 풀플랫 프리미엄 좌석을 선보이고 있다. / 촬영 : 피터 파크 via AFP통신,게티이미지) LINK
그러나 2000년도 들어 영국항공이 180도 풀플랫 좌석을 도입하면서 수십년간 리클라이너 개념의 프리미엄 좌석의 개념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점차 비지니스, 일등석 클래스는 아예 첨단 미니아파트로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루프트한자의 새로운 프리미엄 좌석인 알레그리스 스위트, 그리고 자매 항공사 스위스항공의 센서스 스위트는 좌석컬러와 재질만 다를뿐 호환되는 새로운 프리미엄 좌석입니다. 180도 풀플랫, 히팅 및 냉각을 모두 좌석마다 조절할 수 있고 대화면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장착됩니다. 그러나 이 모든 편의 장치들은 새로운 규제장벽, 인증절차와 맞닿트렸습니다. 아무리 프리미엄 좌석이 진화하고 발전한다 한들 규제기관들은 좌석의 안전성에 대한 인증만큼은 반드시 입증되어야 한다며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 경우 루프트한자 및 스위스 항공은 이들 인증절차에 수년이 걸리는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디자인부터 설계, 자체 테스트, 인증 그리고 실제 생산 및 기체에 설치까지 약 3년을 보고 있습니다."
- 벤 미니쿠치 / 알래스카 항공 CEO -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항공사들이 너도나도 프리미엄 좌석에 대한 경쟁으로 표준화가 아닌 차별화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이코노미 좌석은 디자인과 기능들은 다를지언정 기본적인 콘셉과 안전장치등은 공유하는 점이 큽니다. 때문에 좌석제조업체들도 이코노미 좌석 생산 및 인증과정에서는 규제기관을 설득하고 인증절차에 표준화를 따르는 경향이 있지만 프리미엄 좌석의 경우 항공사들은 서로 차별성으로 고객에게 어필하려고 하는 경쟁때문에 항공사별 맞춤설계 및 디자인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인증절차에 한층 더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입니다.
각국의 항공안전규제기관들은 이 같은 항공사들의 프리미엄 좌석도입에 안전성 기준을 더욱 강경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FAA 행정관 브라이언 베드포드는 5월달에 월스트리트 저널의 취재에 항공사별 프리미엄 좌석들이 안전성 테스트 기준에 미달하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사진설명 : 유나이티드 항공의 폴라리스 프리미엄 좌석이 설치된 기내 / 촬영 : 니콜라스 에코노무 via 셔터스톡) LINK
이 안전성 인증부문에서 큰 걸림돌은 좌석에 프라이버시에 대한 집착이 한몫하고 있습니다.
"10년전엔 비지니스/일등석 클래스 객실에는 벽이 거의 없었죠. 오늘날은 좌석별로 프라이버시를 위한 격벽이 있습니다. 저는 항공기 기내의 진화가 인증절차를 매우 복잡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 앤드류 노첼라 / 유나이티드 항공 최고 상무 -
유나이티드 항공은 자사의 첨단 프리미엄 좌석인 폴라리스 스위트를 2025년에 출시했습니다. 제조사 Nocella가 생산하는 폴라리스 스위트는 설계단계에서 안전 테스트 및 인증통과를 최우선으로 고려했지만 이제 겨우 인증절차의 첫 단추를 꾀는 단계에 있습니다.
(사진설명 : 에어프랑스의 스텔리아 프리미엄 좌석이 설치된 기내) LINK
규제당국의 인증절차에 대한 탄력적인 적용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KLM항공의 경우가 그러합니다. KLM항공은 프리미엄 좌석의 인증절차를 의식하여 항공사별 맞춤설계가 아닌 에어프랑스-KLM 그룹산하 자매회사인 에어프랑스의 스텔리아 프리미엄 좌석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에어프랑스가 이미 인증을 받았는데 KLM에게도 다시 인증을 받으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KLM은 유럽항공청의 인증요구에 대해 에어프랑스가 이미 스텔리아 프리미엄 좌석을 인증받았으며 디자인과 세부 재질 일부가 다른 것 뿐이라며 인증절차 재해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KLM은 이미 설치한 스텔리아 프리미엄 좌석이 인증을 받는다면 자사의 A350 항공기들은 모두 비지니스 좌석은 텅텅 비운채로 운항을 해야 할 판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프리미엄 좌석 도입의 험난한 길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들은 프리미엄 좌석 도입에 대해 전혀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 보입니다.
"항공기 기내 좌석 디자인은 점점 더 복잡해 질 것이 분명합니다. 언젠가는 아마 좌석 옆에 샤워부스가 설치될 지도 모릅니다."
- 스테파니 포프 / 보잉 상업항공기 사업부 총괄 대표 -
그러나 아무리 프리미엄 좌석이 진화하고 발전한다 한들 그 좌석이 인증을 받기 전에는 승객들은 아예 체험해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할 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