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개헌론이 한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올해 6, 7월 대통령이 국힘의원들과 회동하는 자리에서 분권형 권력구조를 골자로 하는 개헌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보도가 되었습니다. 일부 의원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개헌을 제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현행 싯점에서 개헌론은 무수한 문제를 야기할수 있습니다.
첫째 문제는 이 시점에서 개헌에 대해 논의하게 되면 모든 이슈가 개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개헌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습니다. 사법개혁 등 긴요한 개혁과제들은 뒷전으로 밀려날 우려가 있습니다. 지금 긴급한 사안은 개헌이 아닙니다. 긴급한 것은 개혁과 민생안정입니다. 부동산문제 등 민생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들을 해결하는 것이지요.
둘째 문제는 개헌논의 대상이 헌법을 유린한 당이라는 점이지요. 국힘당은 불법계엄에 동조한 이유로 국민 대다수의 신임을 상실한 정당입니다. 헌법을 파괴한 정당과 헌법개정을 논의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지요. 내란동조한 당에 면죄부를 주는 꼴입니다. 국힘당이 개헌논의에 응하더라도 자기들 의사대로 개헌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절대 응하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 이 당이 시일을 지연시키며 공수처법을 만신창이로 만든 것을 기억해야겠지요. 자기 이익에 맞는 조항을 삽입하여 헌법을 누더기로 만들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세째 문제는 현대통령은 강력한 개혁을 추진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그게 시대정신입니다. 현재 국회를 통과한 검찰개혁도 그 중 하나입니다. 검찰개혁은 한국사에 획을 그을 대개혁입니다. 오랜동안 국민에게 군림해온 검찰개혁 하나만 제대로 완수하더라도 이재명정권은 성공한 정권으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검찰개혁은 이제 스타트를 끊었을 뿐입니다. 세부적인 법규를 제정해야 하는 등 개혁을 완수하려면 첩첩산중입니다. 개헌론에 매달리다보면 이 중대한 개혁은 시야에서 사라져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반 개혁을 강력 주도할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은 개혁을 저지하는데 기여하지요.
네째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페해라는 지적입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성과입니다. 현행 헌법은 5.18민주화운동을 피로 진압하고 집권한 신군부가 만든 5공헌법을 폐기하고 만든 것입니다. 유신헌법, 5공헌법이야말로 대통령이 3권을 장악하게 하여 제왕적 대통령을 만들었지요. 현행 헌법으로 당선된 대통령은 불법을 저지르면 탄핵됩니다. 벌써 2회 탄핵되었지요. 탄핵될수 있는 대통령은 제왕이 아닙니다. 제왕은 행정, 사법, 입법, 군사권등 모든 권한을 보유하고 직을 세습하는 자입니다. 국민이 선출하는 자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시정하고자 개헌한다는 말은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다섯째 문제는 개헌론의 종착점이 내각제 혹은 내각제와 흡사한 체제가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분권적 권력구조라는 것은 결국 대통령과 국회가 권력을 분점하는 것입니다. 사법부가 권력을 분점할리는 없지요. 게다가 책임총리제라는 것은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국정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것이지요. 사실상의 내각제를 의미합니다. 내각제의 문제점은 무수히 지적되었지요. 가장 큰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자손대대로 의원직을 세습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은 의원들만의 리그에서 소외되기 마련입니다. 숱한 비리가 적발되도 기득권카르텔의 배려로 혐의없음이나 무죄가 됩니다. 대대손손 특권, 이권의 단물을 빼먹는 것은 덤이지요. 레슬링에 넉사자굳히기라는 기술이 있습니다. 이 기술에 당하면 아무리 용을 써도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일단 내각제가 되면 국민들은 국회의 국정장악이라는 손아귀에서 빠져나갈수 없지요. 국민들은 발만 동동 구를뿐 극소수의 의원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합니다. 일본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정치가 고인물이 된 이유이지요. 청와대에서 아무리 내각제가 아니라고 해명해도 회동한 국힘의원들이 내각제지지자들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지지요.
여섯째 문제는 힘들게 구축한 한국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파괴한다는 것입니다. 한국 민주주의는 외세의 선물이 아니리 한민족의 피로 만든 것입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기원은 대한제국까지 올라갑니다. 만민공동회에서 만기친람하는 황제를 축출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민주공화제가 대안으로 등장합니다. 한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나라가 망한다는 두려움때문이었습니다. 을사늑약 직후 결성된 애국계몽단체 신민회도 민주공화제를 지향했지요. 한민족이 숱한 피를 흘린 1919년 3.1운동의 결실로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민족의 염원을 담아 민주공화제를 건국헌법에 명문화합니다. 해방 이후 한국민은 독재정권이 장기집권을 목적으로 변칙 개헌을 자행하자 4.19혁명으로 타도합니다. 유신헌법과 5공헌법으로 인권을 유린하자 민주화운동으로 군사독재정권에 저항합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출범한 정권에서도 대통령이 국민의 의사를 거스를떄마다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어 견제했습니다. 현행 헌법으로도 얼마든지 독재권력을 견제할수 있습니다. 국민들의 역동적인 정치참여를 억누르고 의원들만의 아성을 구축할 개헌은 국민에게 엄청난 굴레가 될 수 있지요.
일곱째 문제는 개헌론이 밀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권력자와 의원들이 몇몇이서 개헌을 주도하는 것은 권위주의적 잔재이자 반민주주의적 행태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먼 훗날 개헌을 하더라도 국민들이 시일과 내용을 주도해야 합니다. 지금은 헌법을 수호하는 세력이 총결집하여 현행 헌법을 수호할 때입니다. 개헌론을 꺼내 민주세력을 분열시킬 때가 아닙니다. 지금 개헌론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헌을 원하지 않는 시민들의 장외집회에 직면할수 있습니다. 그 결과 국정동력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농후합니다. 그리되면 현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국정과제들이 방향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큽니다. 역동적인 한국민을 정치에서 소외시킬 개헌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임기내에 개헌론의 중단이 아니라 개헌론의 금지를 선언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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