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스로를 합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이유를 찾고, 다른 사람의 주장을 비판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이 내린 결론이 충분히 생각한 끝에 나온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어쩌면 우리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내린 판단을 합리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존재에 더 가까운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사실보다 감정에 먼저 반응합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의 잘못을 이해하려 하고, 싫어하면 같은 행동에서도 악의를 찾아냅니다. 내가 실수하면 상황 때문이고, 다른 사람이 실수하면 그 사람의 능력이나 인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행동도 누가 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것을 '객관적인 판단'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옳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믿을 뿐입니다.
이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내가 옳다고 믿는다는 것은 내가 가진 정보와 경험, 감정과 가치관을 통해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는 뜻일 뿐입니다. 그것이 곧 진실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은 자신이 얼마나 쉽게 틀릴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보여주었습니다.
한때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의 피부색이나 출신에 따라 인간의 가치가 다르다고 믿었습니다.
수많은 전쟁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신념이 옳다고 확신하며 상대방을 죽였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틀렸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행동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들이 옳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습니다.
이것이 가장 무서운 부분입니다.
악의적인 사람만 위험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나는 옳다'는 생각은 타인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게 만듭니다.
'나는 합리적이다'라는 믿음은 자신의 편견을 보이지 않게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 말합니다.
"네가 틀렸어."
하지만 정작 어려운 것은 이런 질문입니다.
"혹시 내가 틀린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이 질문을 견디기 어려워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단순히 하나의 의견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내가 살아온 방식, 내가 선택한 사람들, 내가 믿었던 가치, 내가 내렸던 수많은 결정까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지키기 위해 놀라운 능력을 발휘합니다.
불편한 증거는 무시하고, 나에게 유리한 정보는 찾아보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말을 반복해서 듣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봐. 역시 내가 맞았잖아."
그러나 그것은 진실을 찾는 과정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저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에서도 그렇고, 정치에서도 그렇고, 종교에서도 그렇고, 돈에서도 그렇고, 인간관계에서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고 싶은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합니다.
그리고 그 해석을 현실이라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아무것도 믿지 말아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믿어야 합니다. 사랑도 해야 하고, 선택도 해야 하며, 무엇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위해 행동해야 합니다.
다만 한 가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과 내가 옳은 것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절대적으로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절대적으로 옳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제한된 정보와 불완전한 기억, 감정과 편견 속에서 끊임없이 판단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어쩌면 가장 이성적인 태도는 자신이 얼마나 이성적인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을 의심할 수 있는 능력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틀릴 수도 있다."
이 짧은 문장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의 말에서도 옳은 부분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
자신의 믿음을 반박하는 증거를 피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오히려 진실에 가까이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옳지 않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인간이 완벽하게 합리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불완전한 인간이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특히 이 부분은 인간이 동기를 잃고 무기력해지지 않게 만드는 원리라서 크게 동감합니다 "오히려 우리는 믿어야 합니다. 사랑도 해야 하고, 선택도 해야 하며, 무엇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위해 행동해야 합니다."
절대를 확신하는 순간, 그 누구보다 오판할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