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주당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논쟁을 보고 있으면 솔직히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호남을 비롯한 지방은 지금 이념이나 명분을 가지고 한가롭게 논쟁할 상황이 아닙니다. 지역 경제가 무너지고 있고,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납니다. 아이들이 줄어 학교가 사라질 걱정을 하고, 상가는 비어가고, 지역소멸이라는 말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데 일부 수도권 민주당원들이 벌이는 논쟁을 보고 있으면 마치 조선시대 예송논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누가 더 개혁적인지, 누가 더 진보적인지,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를 놓고 하루 종일 편을 가르고 싸웁니다. 물론 가치와 이념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지금 가장 절박한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부동산 문제만 봐도 수도권과 지방의 현실은 완전히 다릅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집값 폭등을 걱정하고 대책을 요구하지만, 지방에서는 집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떨어지는 것을 걱정합니다. 아파트를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상가나 주택에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곳도 많습니다.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한 집 한 채가 사실상 전 재산인 사람들에게 집값 폭락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의 재산과 노후가 함께 무너지는 문제입니다.
수도권에서는 "집값이 너무 올라서 문제"라고 하는데 지방에서는 "제발 더 이상 떨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걱정합니다. 같은 대한민국인데도 살아가는 현실이 이렇게 다릅니다.
그래서 수도권의 시각만으로 부동산 정책이나 경제정책을 이야기하면 지방 사람들은 점점 더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 지방에서는 이미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수도권 집중을 막지 못한 채 규제만 전국에 똑같이 적용하면 지방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이 정말 전국정당을 지향한다면 이런 차이를 제대로 봐야 합니다.
호남 사람들이 민주당을 지지해 온 것은 이념논쟁이나 계파싸움만 잘하라고 지지한 것이 아닐 겁니다. 지역에 기업을 유치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게 해달라는 기대도 분명히 있습니다.
지금 호남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말보다 산업이고, 기업이고, 일자리이고, 투자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줄어드는 지역에 다시 사람이 모일 수 있도록 만드는 현실적인 정책입니다.
수도권에서는 정치적 명분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동안 지방에서는 도시 하나가 서서히 쇠퇴하고 있습니다.
이 괴리를 차기 민주당 지도부는 잘 보고 정책을 펼치면 좋겠습니다.
서울로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지방 대도시 중소도시 농촌까지도 사람이 없어서 임대가 붙은 상가가 나날이 늘어나고 부동산가격은 계속 빠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