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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안을 처음 생각한 이유는, 똑같은 회사인데 비상장일 땐 상속증여세를 100원 내고 상장을 하면 20원-30원을 내는 우리 세법의 불공정을 바로잡고 공정과세를 하자는 것이었고, 동시에 대한민국의 많은 경영자들이 기업을 상장해서 다수 일반인의 투자를 유치해놓고도 자신의 개인세금을 아끼자고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대한민국 투자자라면 누구나 아는’ 비양심적 경영행태의 유인을 제거하고자 함이었다.
어제 처음 정부안을 보고는 온갖 나쁜 상상이 튀어 나왔으나, 감정을 배제하고 정부안의 문제점을 지적해보려 한다. 사실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나쁜 법안이다.
1. 도대체 누가 이 법을 적용 받게 되는가? – 사실상 적용대상 없을 법안
솔직히 이 정부안을 누가 적용 받게 될지 모르겠다. 크게 3단계로 빠져 나갈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면 적용 받을 사람이 전혀 없게 될 수도 있겠다.
1단계 : 이소영 의원안에서는 소위 ‘PBR 0.8’ 이하의 기업을 모두 대상으로 하므로 국내 상장회사 중 절반격인 1,300여개 회사가 대상이 된다. 정부안에 따라 업종별 하위 25%/10%에 12반기(6년) 연속 해당한 기업을 따져보면 100개 남짓이 되는 것 같다. 이 중에 최대주주가 개인인 경우는 더 적을 것이다.
2단계 : 과거 데이터 기준으로 세어 보았을 때 100개 남짓이라고 하나, 상속증여가 바로 당장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 정부의 가이드 대로 13반기 중에 딱 2번만 최하위 리스트에서 벗어나면 적용을 회피할 수 있다. 절세가 보장된다면 이건 일도 아니다.
3단계 : 적용요건에 빼박으로 들어맞더라도, 정부안에 따르면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에 출석해서 ‘우리 회사 주가가 낮은 것은 조세회피 때문이 아니라 대외여건이 안 좋아서 그런 거다’라고 말하면 국세청이 적용대상에서 빼줄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총수의 주가누르기는 장기간의 배당억제, 불투명한 내부거래, 자본의 비효율적 배치 등 각종 은은한 방법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국세청은 주가누르기 의도를 입증할 수 없다.
회장님들은 국세청의 심의/결정 행위를 대상으로 빠짐 없이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국민세금으로 고가의 소송비용만 날리고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2. 설사 적용대상이 되어도 껌값? – 누가 주가를 정상화시킬까
사실 위와 같은 3단계로 이 법 적용을 빠져 나갈 필요도 별로 없다. 어렵게 어렵게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해도, 효과는 “최근 주가의 1.3배”다. PBR이 0.1인 회사는 0.13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면 된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의 분석에 따르면, 정부안에 따라 업종별 하위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들 평균이 코스피 기준으로 PBR 0.27배라고 한다. 30%를 할증해도 고작 0.35배다. 이건 공정과세도 아니고 유인제거도 아니다.
3. 오히려 주가누르기를 장기적으로 하라고 권하는 황당한 정부안
현행법은 상속증여세 평가기준일 전후 2개월(총 4개월)의 주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산정된다. 승계를 예정한 모든 재벌기업들이 장기간 이 산정기준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회장님이 위독하면 이 전후 4개월의 주가를 특별히 관리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안은 ‘주가누르기’가 확인된 경우, 세금 산정기준을 이렇게 정하고 있다.
“Max {(평가기준일 전후 2개월 평균액)×1.3, 현행 평가기간 말일로부터 소급하여 6개월간, 1년간, 2년간, 3년간, 4년간, 5년간, 6년간, 6년 6개월간 각각의 평균액}”
쉽게 말하면, 최근 6년 반 동안 주가가 한번이라도 높으면 세금을 올라간다는 의미다. 이제는 회장님 지분율이 높은 승계 예정기업은 절대 주가가 높아지면 안 된다. 회장님이 언제라도 돌아가시면 6년 반치 주가를 모두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보다 ‘장기적으로’ 주가를 눌러야 절세가 가능해진다. 어떻게 이런 법안을 만들 수가 있지?
4. 결국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정부안
헌법 제59조 조세법률주의. 조세는 그 기준이 법률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어야 하고, 국회가 정한 법률에 따라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안은 재벌 회장님들의 세금을 아껴주기 위해 ‘국세청 심의위원회’라는 것을 끼워넣었다. 국세청의 임의적 판단으로 적용 받을 납세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또한, 이소영 의원안의 법안 내용에는 ‘주가누르기’ 라는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다. 세법의 명확성에 반하는 불확정 개념이기 때문이다. 대신에 ‘순자산가치의 80%’라고 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명시했다.
‘주가누르기’ 라는 불확정 개념을 법문에 명시하고, 그 여부를 국세청 심의위원회로 하여금 판단하게 하는 정부안은 결국 그로 인해 한푼이라도 세금을 더 내게 되는 회장님들로부터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것이다.
5. 결론
재정경제부 세제실이 위와 같은 문제점을 모르고 정부안을 만들었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무용하고 나쁜 법안을 애써 만든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께서는 수차례 “주가누르기 방지법에 속도를 내달라” 주문하고, 진심으로 이 법안에 공감하셨다. 재경부의 이번 정부안은 국회를 바보로 아는 것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진심 어린 업무지시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 첨언 : 어제 발표된 정부안과 이소영 의원안을 비교한 표를 첨부한다. 보시다시피 정부안은 말할 수 없이 복잡하다.
경제참여자의 의사결정을 바꾸려고 하는 ‘유인 세제’의 경우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고 명확해야 한다는 게 평소 내 생각인데, 평가는 독자들께 맡기겠다
1. "적용대상이 너무 적어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법안이다."
2. "적용되더라도 효과가 너무 약하다."
3. "오히려 장기적으로 주가를 계속 낮게 유지하도록 유도한다."
4. "국세청 심의에 맡기는 것은 헌법상 문제가 있다."
5. "정부가 일부러 재벌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었다."
AI와 함께 얘기를 나눠본 저의 종합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좁을 수 있다는 비판은 상당한 근거가 있습니다.
다만 글에서 언급한 "100개 남짓"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제시한 공식 자료가 아니라 외부 분석에 근거한 추정치입니다.
따라서 "적용 대상이 적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는 타당하지만,
구체적인 숫자는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실제 세금 증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비판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PBR이 매우 낮은 기업이라면 30%를 가산해도
여전히 기업의 순자산가치나 내재가치보다 크게 낮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정부의 목표는 "정상가치 과세"가 아니라
"인위적 주가누르기를 통한 절세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므로
정책목표 자체는 글쓴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셋째, 장기 평균주가를 사용하는 방식이 오히려 장기적인 저평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은
정책설계상 가장 중요한 문제제기이며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실제 효과는 시행 후 검증이 필요합니다.
넷째, 국세청 심의가 법적 분쟁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은 타당하지만,
그것만으로 위헌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조세법률주의는 과세기준이 법률에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는 헌법 원칙이므로,
행정기관의 재량이 커질 수는 있습니다.
다섯째, 정부가 재벌을 의도적으로 보호하려 했다는 주장은
정책 내용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 정치적 해석입니다.
최종 평가
글의 주장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부안이 원래 법안보다 적용범위와 효과가 크게 약해졌다.”
→ 맞습니다. 정부안은 광범위한 저평가 교정세제라기보다 극단적 사례를 선별하는 조세회피 방지 규정에 가깝습니다.
“13반기 중 12반기 기준은 회피가 가능하다.”
→ 상당히 타당합니다. 두 반기만 상대순위에서 벗어나도 적용을 피할 수 있어 절벽효과가 있습니다.
“위원회에서 변명하면 누구나 빠져나간다.”
→ 과장입니다. 납세자의 입증이 필요하지만, 입증 기준이 불명확해 분쟁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효과는 고작 최근 주가의 1.3배다.”
→ 일반화하면 틀립니다. 최근 급락 기업에는 과거 평균가격이 적용돼 훨씬 크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다만 장기 저평가 기업에는 사실상 30% 할증에 머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기적으로 주가를 누르도록 유도한다.”
→ 핵심적으로 타당합니다. 특히 어설픈 주가 정상화는 과세기준만 높이고 적용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가 큽니다.
“결국 위헌이다.”
→ 아직 단정할 수 없습니다. 최종 법률에 객관적 요건과 산식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는지에 달렸습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정부안만으로 전체 저PBR 기업이 재평가될 가능성은 이소영안보다 훨씬 낮습니다. 실제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는 곳은 장기간 업종 내 최하위 PBR을 유지하면서 최대주주 승계 가능성이 높은 일부 기업입니다. 오히려 광범위한 밸류업 촉매라기보다 특정 기업에 대한 세무 불확실성을 높이는 제도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종 법률안에서 13반기 중 12반기, 위원회 반증 기준, 과거주가 산식이 어떻게 수정되는지가 핵심입니다.
재경부의 종특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