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본 콩트, 일본 만담식 개그를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일본 개그에는 보케와 츳코미라는 역할이 있습니다.
보케가 바보같은 말이나 행동을 하면 츳코미가 태클을 걸거나 과한 리액션을 하거나 하며 티키타카를 하는거죠.
제가 예전에 봤던 일본콩트의 한 장면을 예로 들자면,
아이를 납치한 유괴범 둘이서 협박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한 명이 갑자기 얼굴에 복면을 뒤집어 씁니다.
그걸 본 다른 한 명이 호들갑을 떨면서 "전화로 하는 거니까 얼굴은 상관없잖아 바보야!" 라며 태클을 겁니다.
이런 패턴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극을 이어나가는 겁니다. 전 이런 식의 보케 츳코미 개그가 너무 웃기더라구요.
그런데 얼마전 쇼츠를 넘기다가 우연히 개그콘서트2에서 보케 츳코미식 개그를 하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위의 예시와 거의 완전히 똑같은 진행방식을 차용한 개그였는데도 전혀 안 웃기더군요.
왜 일본 개그맨들이 일본어로 한 보케 츳코미는 배가 아플 정도로 웃긴데
완전히 똑같은 진행방식의 개그를 한국 개그맨들이 한국어로 하니까 안 웃긴 걸까요?
일본식 개그는 일본어로밖에 살릴 수 없는 걸까요?
일본의 감성을 한국에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하기에는 두 나라 간의 감성의 차이라는 게 존재해서 그런 걸까요?
그렇다면 일본의 개그 정서와 다른 한국만의 개그 정서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개그는 소재가 우리나라 소재 니깐여..
반대로 영국식 슬랩스틱 개그를 일본말로 하면 안웃긴거처럼여.. 아.. 이건 웃긴가.. ^^;,;,
수년 수십년 호흡을 이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아무래도 디테일이 부족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죠
스피드랑 템포가 다르죠
대신 만담류가 아닌 다른 류에선 우리나라 개그맨들이 훨씬 나아보입니다
만담류 개그는 빠르게 대사를 치고 빠지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사회적 두뇌가 뛰어나거나 이런 개그에 익숙해서 다음 대사 예상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자막으로 순식간에 인식해서 재미가 터지는 느낌이랑은 좀 차이가 있습니다
아마도 추정컨데, 비단 개그소재 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도 동일한 차이를 가지실 것 같습니다.
그시절 어린이들 티비 앞으로 모이게 했던 이주일 이상해의 개그가 전성기던, TBC의 토요일이다, 전원출발 도 시무라켄이 활동하던 더 드리프터스의 인가가 하늘을 찌르던 8시 전원집합을 8時だよ全員集合그대로 베낀 것이었구요.
이후에 심형래 영구나 펭귄 같은 캐릭터도 시무라 켄 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 다음 세대로 웃짱난짱 개그콤비가 메인인 방송 우리나라!! 가 한국에선 무한도전으로 사용되었구요.
대표적인 것 예를 들면 마훈도전 댄스스포츠 도전기 등등...사실 우리나라 개그역사와 일본 개그는 뗄레야 뗄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드린 것들은 일본 개그를 차용해 와서 한국식으로 대성공 한 사례라고 보면 일본식 개그가 아예 안 먹힌다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완전히 똑같은 내용이어도,
일본어로 하면 재밌는 츳코미 개그가 되지만, 한국어로 하면 재미없고 불편한 개그가 되는거죠...
미국 스탠딩 코미디도 영어로 들으면 낄낄대지만, 한국어로 들으면 뭔가 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