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족 한 분이 갑자기 어지럽다고 해서 급하게 찾아갔습니다.
너무 어지러워서 일어서서 걷지도 못 할 지경이더군요.
간단하게 검진해보니, 이석증이나 뇌 쪽 문제는 아니고,
혈압을 재보니 위에 혈압이 80 mmHg 대... 네.. 많이 낮지요.
최근에 일을 좀 혹사해서 하기도 하고 체중도 급격하게 뺀데다가 날씨도 덥고 하니 좀 쉬면 좋아질거라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빈혈도 있다하니 이래저래 수액으로 체액량 좀 채워주면 좋아지겠다 싶어서
동네 수액을 처방해서 놔주는 가정의학과를 찾아갔습니다.
응급실을 데리고 갈까도 생각하다가도 저희 병원 내지는 저희병원 분원들의 응급실 생각하면,
대기시간도 길고 오히려 처치만 더 늦을 것 같아서요.
무튼 간에 가정의학과 들어가서 접수하고,
보호자로서 진료실에 같이 들어가서 이것저것 문진하고 검진을 하더군요.
저는 보통 이럴 때 제 직업을 밝히지는 않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제가 진료보는데 의사랍시고 보호자가 들어와서 이래저래 하면 짜증나는 경험이 종종 있어서죠.
그러면서 결론은 수액 좀 맞자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와서 밖에서 진료비를 결제하려는데 금액이 32만원...
진짜 어이가 없어서 순간 "네????"라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수액 하나 맞는데 32만원이라고요?
그래서 다시 진료실에 찾아 들어갔고, 그때는 제 신분을 밝혔습니다.
저는 XX대학교 순환기내과 교수고요, 이런이런 상황으로 이렇게 해서 왔습니다.
그러더니, 그럼 불필요한 검사들은 좀 뺄게요. 대답하시더군요.
그러면서 검사항목을 말해주는데, 진짜 어이없는 검사들을 쫙다 내놓았더군요.
그래서 검사를 안 하니까 금액이 줄어들겠지 싶어서 재정산을 하는데
가격은 22만원...
허허허... 진짜 어이가 없었습니다. 소매가 3천원짜리 수액 하나 맞는데 22만원...
진짜 결례를 무릅쓰고 다시 들어가서 말씀드렸습니다.
정말 죄송하고 무례한 부탁일 수 있는데, 그냥 0.9% 생리식염수 한팩만 처방해줄 수 있냐.
그러더니, 그 의사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 하더군요.
"선생님, 그렇게 하시면 동네에서 진료 못 해요."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니 네 알겠습니다 하고 그냥 나왔습니다.
다행히도 실비보험이 있어서 금액적 부담은 안 되었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처방을 해서 비용보전을 하는 로컬 진료의 실태를 보고나니 얼척이 없더군요.
아마 같은 치료를 대학병원에서 했으면,
대강... 3-4만원 돈 안으로 나오지않았을까 싶습니다. 진료비 포함해서요.
말이 안 되죠? 그런데 그게 현재 대한민국 의료의 현실입니다.
당장 저는 그젯밤 급성심근경색 응급시술로 퇴근해서 집에왔다가 그길로 다시 병원으로 가서 시술하고 왔고,
그렇게 하면 제가 응급시술 교통비 항목으로 받는 추가 급여가 회당 5만원 입니다... ^^
제가 하는 시술이 대단하다고 제 입으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적어도 제가 하는 시술은 그 자리에서 안 하면 그냥 환자가 사망하는 병임에도 불구하구요.
진짜 현타 쎄게 오더라구요...
인테리어가 허름하고 연식좀 된 곳들은 실비 없으면 기본적인 처치만 하는편이죠.
지역이 강남/서초구 정도 아니면 일반 환자들이 용납할 수 없는 액수인 것 같은데요.
실비의 힘이죠 실비있으시죠? 한마디면 되니까요..
네 맞아요. SES가 낮은 곳은 아니긴 합니다.
환자가 수액을 맞는 동안 밖에서 대기를 하면서 주로 어떤 환자가 오나 했는데,
학군지다 보니 중,고등학생들이 많더라고요.
다들 아무렇지 않게 거액의 금액을 부모님 카드로 결제하고 가던데,
돈은 저렇게 버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참 그렇습니다.
차라리 제조사 정비센터에 들어가서 표준? 공임 및 부품 값을 지불하는 것이 낫다는 ... 생각도 드는군요.
선생님 같은 분들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솔직하게 이런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읽는 내내 답답했네요 ㅜㅜ
카디오 staff으로 산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그냥 카디오 한 내 잘못이겠거니 하면서 삽니다. ㅎㅎ
항상 hydration 잘 하시고, 몸 챙기세요. 환자도 소중하지만 나와 내 가족도 소중합니다!
그래야 병원도 돌아가고 일하시는 분도 급여를 받으실테고...
큰 병원 선호하는데에는 저런 과다한 비용도 배경으로 있지 싶습니다.
동네 개인 병원에 가면 문진은 켜녕 환부를 보지도 않고 처방하거나
같이 먹으면 안되는 약을 같이 처방해주거나 하기도 하니까요 (직접 당한 일)
그런데 정작 대학병원에서도 수년동안 오진으로 잘못된 처방만 받다가
차도가 없어서 다른 병원가서 진짜 병명을 알아내니까 "그래서 어쩌라고?" 라고 성질내는 교수님...ㅋㅋ
이야기가 산으로 가네요
사람 살리는 숭고한 일을 하시는 분께는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같은 분도 계시고
그냥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고 그렇죠
어려운 과목이고 힘드시겠지만
저처럼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더운데 수고 하세요
한숨을 푹 쉬며 그리 말했다면 같은 직업인데 어찌 실태를 그리 모르냐...는 의미였을수도 있을테고요.
의료업에 종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수익구조를 어떤식으로 맞추지 않으면 머지 않아 폐업수순이 당연한 거라.
물론, 병원이 수액을 그리 비싼 걸로 처방한다면 고객이탈이 상당할 걸로 예상되긴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변변치 못한 것은 업주의 능력탓이고.
...댓글을 다시 보니, 상권 좋은 부자동네 개원의인가 보네요. 뭐, 쉽게 버는거 같아 부럽네요. 쩝...
정부에서 건강보험으로 동네의원 살리기 한다고 정말 수십가지 인센티브가 있거든요.
저런 거 하지 말고 그냥 보험진료 열심히 하라는 건데요.
로컬에서는 보험진료(+인센티브)에 실손보험으로 커버되는 이익 한계까지 밀어부칩니다.
그래서 정책하시는 분들 자리에 가보면 한국 의료 파괴의 원흉은 실손보험이 문제라고 매번 지적하긴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현장에서는 열심히 꿀단지들 두드리고 있죠.
예를들면 어지럼증 있으니 심장까지는 아니어도 경동맥 초음파 겸사겸사 보겠다고 하면, 참고로 초음파는 비급여죠
그리고 생리식염수만 딸깍 3천원 급여하면 어차피 급여 인정도 어렵죠 그리고 역으로 경구로 섭취 할 수 있는데 왜 생리식염수를 맞아야 하나요? 필수적인가요? 하면 어떠실런지요
그리고 결국 글쓴이도 dizziness/weakness as a whole로 진료 본 의사에게 넘겨 놓고(리스크 포함) 내 입맛에 맡게 내 생각대로 해달라 그러시고 계신거에요
같은 잣대로 같은 수준으로 글쓴이 분이 진료 보는거 들여다보면 같은 이야기 해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ㅎㅎ 비급여처방인거 분명히 있을거고요 왜 이것까자 하느냐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건 마찬가지로 많을거고요(소위 full lab full w/u 대학병원서 더 많이 하죠) 그런거 다 나노단위로 쪼개서 글쓴이에게 물으면 아 그정도는 필요한거에요! 하실려나요 급여라고 생각하시지만 대학병원이셔서 그런 항목들도 많을겁니다
사실 의사입장에서도 어지럼증에 대해서 다 떠 맡느니 기립성 저혈압,탈수 같으니 집에서 쉬세요~하는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ㅎㅎ
1. 초음파 비급여면 환자/보호자와 상의해서 진행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이고,
2. 경구로 섭취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으면 아마 네 알겠습니다 하고 거기를 나왔을 겁니다.
3. Non-whirling type의 dizziness고 검진했을 때 central type 가능성은 낮으며 history taking 했을 때 그 가능성은 더 시사할 겁니다.
4. 같은 잣대로 같은 수준으로 진료 보는 거 들여다보고 하실 수 있으신지는 해보시고서나 하실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내용이시구요ㅎㅎ
5. 비급여 처방을 할 때는 당연히 환자 의사를 묻고 동의를 해야지 하겠지요. 안 하면 못 하는 거구요? 아닌 의사가 있나요??
6. 저와 대학병원의 상황을 말씀하시는데 이런 피장파장의 오류는 사건의 본질을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은 아마 조금이라도 정규교육과정을 배우신 분이라면 잘 아실 겁니다.
7. 의사입장에서 어지럼증에 대해서 떠맡을 자신 없으시면 진료 안 보시면 됩니다. 그정도도 안 배우고 무슨 수로 의사 면허 따고 진료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신 바는 어느정도 이해하고 변호하시려는 마음은 알겠으나.. 기본적으로 문진과 검진으로 어느정도 병을 추리고 가능성이 높은 질환과 놓쳤을 때 위험한 질환에 대해서 검사하는 게 1차 진료의 역할이겠죠. 빈혈의 병력이 있으면 적어도 anemic conjunctivae는 확인해야할 것이며, 환자의 hypothyroidism Hx가 있다면 이에 대한 문진 내지는 약복용은 물어보는 게 정석일 것입니다. 물론 모든 의사가 다 똑똑할 것이라고 까지는 생각 안 해요. 동기 중에 저런 애가 내과를 한다고?하는 친구들도 허다했고, 가정의학과 전공의가 어느정도까지 공부하고 수련받는지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개입을 안 하려 했으나 갈피를 못 잡으시길래 어느정도 clue는 제시들은 해줬습니다.
그런데... 결국 한다는 검사 항목에 Rheumatoid factor와 ANA가 들어가 있고... 뿐만 아니라 한다는 수액처방이 멀티비타민부터해서 은행잎 추출물 (ㅎㅎㅎㅎ)까지... 당연히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이해하려는 했으나 정도라는 게 있지 선을 넘었죠 저건.
이럴 때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동업자 정신을 적용하면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까요? 동업자니까 저렇게 미쳐 날뛰는 것을 이해해야할지, 아니면 저 또한 동업자니까 이때만큼이라도 양심진료를 해야할지...
저는 이번 계기로 정말정말 급한 일이 아니고서야 동네 병원은 가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런 행태는 비난 받아 정말 마땅해요.
그러게 말입니다. 물리적으로 가까웠으면 당연히 우리병원 모시고 갔을 거고 아니어서 그런건데 결과적으로 우리벼원 모시고 갔으면 다 해결되었을 일입니다. 적어도 제가 있는 병원은 상식선에서 진료하는 병원이거든요.
사람목숨으로 장사하시는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나마 능력이라도 있다면 그러려니 할텐데
함량미달이 넘쳐납니다.
명의는 현실세계에선 유니콘 같은 존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