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만 탓하지 마라 — 국민연금은 왜 무너졌나
7월 코스피는 8,476에서 5,593으로 34% 무너졌다. 1990년 이후 최악의 한 달이다. 외환위기 때도, 리먼 사태 때도 이만큼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폭락을 정면으로 맞은 국내 최대 투자자는 개미가 아니다. 국민연금이다. 국내주식 비중 27%, 430조원어치를 그대로 안고 있었다. 목표비중은 20.8%였고, 그 전 목표는 14.9%였다.
규칙대로였다면 진작 팔았어야 할 돈이다.
팔라는 규칙이 있었다. 그걸 끈 것도 사람이다
시간 순서만 보자.
1월 26일.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주식 시장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멈추기로 했다. 비중이 한도를 넘으면 자동으로 팔게 돼 있는 장치를, 손으로 껐다.
2월 말. 국내주식 395조원, 기금의 24.5%. 목표 14.9%를 9.6%포인트 넘긴 상태였다. 규칙은 그때도 팔라고 말하고 있었다.
5월 28일. 기금위는 멈춤을 연장하는 대신 목표선 자체를 올렸다. 14.9%에서 20.8%로. 넘친 물을 퍼내는 대신 컵을 키운 것이다. 여기에 허용 범위를 한 번 더 넓혔는데, 얼마나 넓혔는지는 "시장 안정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지금도 모른다.
7월 1일. 멈춤이 풀렸다. 그날 연기금이 판 물량은 2,178억원.
그리고 한 달 뒤, 코스피에서 2,520조원이 증발했다.
개미가 감정에 흔들리는 건 당연하다. 그러라고 기관이 있다
개인투자자가 오를 때 사고 빠질 때 파는 건 흠이 아니다. 자기 돈이고, 손실이 곧 다음 달 생활이고, 하루 종일 시장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다. 한국 개미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시장에서나 반세기 넘게 똑같이 기록돼 온 인간의 조건이다. 교육으로도 규제로도 없앨 수 없다.
그래서 시장에는 반대편이 필요하다. 감정이 가격을 한쪽으로 밀 때, 규칙으로 되미는 쪽. 연기금이 존재하는 이유가 그거다.
기관의 실력은 시장을 잘 맞히는 데 있지 않다. 맞히고 싶은 유혹을 참는 데 있다. 오르면 판다, 내리면 산다. 재미없고, 손해 보는 것 같고, 매번 지키기 싫은 규칙이다. 그 규칙을 지키라고 전문 인력을 두고 월급을 준다.
국민연금이 상반기에 규칙대로 팔았다면 어땠을까. 상승 속도는 좀 눌렸을 것이다. 대신 지금 이 폭락장에서 살 돈이 있었을 것이다. 100조원어치. 개미가 던지는 물량을 받아내는 반대편 호가가 바로 그 돈이다.
국민연금은 정확히 반대로 했다. 오를 때 안 팔았고, 그래서 빠지는 지금 살 여력도 없다. 규칙을 끈 대가로 얻은 건 방파제가 아니라, 파도에 같이 밀리는 배다.
감정에 안 흔들리려고 만들어 둔 장치를 제 손으로 껐을 때, 기관은 그냥 덩치 큰 개미가 된다.
그런데 누가 누구를 탓했나
폭락 뒤 당국이 지목한 범인은 개인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였다. 그 상품이 등락을 키운 건 맞다. 확성기였다.
그런데 확성기를 압수하는 일과, 꺼둔 방음벽을 다시 켜는 일은 다른 문제다.
개미에게 "감정적으로 투자하지 말라"고 하려면 순서가 있다. 감정을 상쇄하라고 만들어 둔 규칙을 스스로 해제한 쪽이 먼저 답해야 한다. 왜 껐는지.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국민연금이 증시를 떠받치라는 말이 아니다. 정반대다. 국민연금은 증시의 투자자이지 관리자가 아니다. 지수를 지키는 건 금융위와 거래소 일이다. 규칙을 지킨 결과로 시장이 안정되는 것과 안정을 명분으로 규칙을 어기는 것은 정반대다. 앞은 본분이고 뒤는 월권이다. 기금 운용 회의 테이블에 "이거 팔면 지수가 빠질 텐데"라는 말이 올라온 순간, 그 기금은 더 이상 가입자 편이 아니다.
왜 껐는지, 그것만 답하면 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의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위원 대부분은 정부 인사와 단체 대표이고 투자 전문가는 소수다. 1,600조원을 굴리는 기구의 최종 결정권이 정치 일정 위에 얹혀 있다는 뜻이다.
인과를 단정하자는 게 아니다. 단정할 수 없으니 기록을 열자는 것이다. 지금 공개된 건 결론뿐이다. 1월에 규칙을 끈 그 회의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그 결정이 나중에 매도 부담을 얼마나 키울지 계산은 해봤는지, 5월에 목표선을 5.9%포인트 올린 근거가 무엇인지, 지금도 감춰둔 허용 범위는 얼마나 넓혔는지. 하나도 나와 있지 않다.
게다가 그 비공개 사유가 "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다. 노후자금 운용의 핵심 장치를 시장 관리를 이유로 감춘다는 말 자체가, 그 장치가 시장 관리에 쓰이고 있다는 자백에 가깝다.
회의록을 열어라
물어야 할 건 네 가지뿐이다.
1월 유예가 나중에 매도 부담을 얼마나 키우는지 계산했는가. 5월 목표비중 상향은 분석의 결과인가, 이미 벌어진 일에 도장을 찍은 것인가. 정부나 정치권에서 팔지 말라는 뜻을 전해온 적이 있는가. 허용 범위를 감춘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이걸 국민연금이 스스로 조사하게 두면 답은 나오지 않는다. 국회나 독립 기구가 해야 한다.
그리고 몇 사람 사표로 끝나면 다음 상승장에 똑같이 반복된다. 남길 것은 셋이다. 기금운용위원회를 복지부 장관 의장 체제에서 떼어낼 것. 리밸런싱을 멈추거나 목표비중을 바꿀 때는 미리 알리고 나중에 검증받게 할 것. 기금 운용 목적에 "국내 증시 지원" 같은 말이 끼어들 틈을 법으로 막을 것.
7월에 무너진 건 지수만이 아니다. 누군가는 감정으로 움직이고 누군가는 규칙으로 버텨야 시장이 굴러간다는, 그 최소한의 약속이 함께 무너졌다.
우리에게는 결정의 근거를 알 권리가 있다. 우리 노후자금이다.
결론적으로 경험부족에 능력부족에 우유부단으로 눈 시뻘건 외국계 헷지펀드들에게 농락당한거예요
이런 실패마다 문책하면 일할 능력자 찾기는 더 어려워질거 같아요.
마음은 이해하지만 화나는 감정은 글 정도로 풀었으면 겠어습니다.
요새는 북한에서도 로켓 발사 실패했다고해서 아오지 안보낸다더군요.
역사상 유래없는 상승장에서 정치인도 국민도 눈앞에 이익에 미쳐있었는데 공단이라고 냉철한 판단이 가능했을까요? 실수를 교훈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했음 바람일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