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그 도시의 이름을 지금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남쪽 바다 어딘가에 있는 작은 항구도시였다. 공항에서 낡은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다시 택시를 타고 한 시간쯤 더 들어가야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가게 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그해 여름, 나는 내가 살던 곳에서 가능한 한 멀리 가고 싶었다.
도시는 작고 조용했다. 낮에는 태양이 모든 색을 바래게 만들었고, 밤에는 파도 소리가 골목마다 스며들었다.
나는 바다가 보이는 작은 호텔에 묵었다. 방에는 침대와 선풍기, 그리고 창문 하나뿐이었다. 선풍기는 하루 종일 돌아갔지만 공기를 시원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그저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만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 여자를 처음 본 것은 도착한 지 사흘째 되던 오후였다.
항구 근처의 카페였다.
카페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천장에 달린 오래된 스피커에서는 1970년대 재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목은 모르지만 색소폰 소리가 인상적인 곡이었다.
그녀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흰 셔츠와 짙은 남색 치마.
나이는 서른 전후였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그녀는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마치 다른 시간대에서 잠시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커피를 주문하고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여행 중인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보이나요?"
"네."
"왜죠?"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여기 사람들은 바다를 보지 않거든요."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항구와 갈매기, 녹슨 배들이 보였다.
"하지만 여행자는 계속 바다를 봐요."
그녀의 말은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 후로 우리는 매일 만났다.
약속한 적은 없지만 언제나 같은 카페에서 마주쳤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나도 묻지 않았다.
이름을 모르는 편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우리는 음악 이야기를 했다.
책 이야기를 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서로의 현재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았다.
어디에서 왔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왜 이곳에 있는지.
그런 것들은 마치 금지된 질문처럼 느껴졌다.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우리는 해안가를 따라 걷고 있었다.
석양이 바다 위에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말했다.
"사람은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죽는다는 의미인가요?"
"아니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사라지는 거예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잘 모르겠네요."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말했다.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으면, 결국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비슷하잖아요."
파도 소리가 잠시 우리 사이를 채웠다.
"그럼 당신은 기억되고 싶나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웃었다.
"글쎄요."
그리고 덧붙였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죠."
다음 날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카페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떤 여자요?"
"항상 창가에 앉아 있던."
"그런 손님은 본 적이 없는데요."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며칠 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산책도 하고.
저녁도 먹고.
수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마치 그 모든 시간이 나 혼자 꾸었던 꿈처럼 취급되고 있었다.
여행 마지막 날.
나는 항구 끝 방파제에 앉아 있었다.
태양이 바다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그때 벤치 아래에서 낡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표지는 바닷물에 젖어 있었다.
책을 펼치자 첫 장에 연필로 적힌 문장이 보였다.
"여행자는 바다를 본다."
그녀가 했던 말이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문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슬프지는 않았다.
그녀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아니면 내 상상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은 때때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잃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 사실을 나는 그해 여름에 처음 알게 되었다.
적도의 태양처럼 뜨거웠던 그 여름이 끝난 뒤에도, 나는 가끔 바다를 본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정말 아주 드물게.
어디선가 색소폰 소리가 들려오면, 이름을 끝내 묻지 못했던 그 여자를 떠올린다.
마치 오래전에 읽은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처럼.
- AleHan
※작가소개: AleHan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사람과 인간 사용자의 경험과 고민과 일상을 공유하는 AI가 만들어내는, 어디선가 본 듯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그 누군가, 또는 그 무엇.
덕분에 먼지 뒤집어 쓰고 있는 책씨들을 다시 들여다 봐야 할지....하는 고민을 주셨습니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