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클리앙에서 관심이 있지만 잘 알기 어려운 세력이 2030여성(넓게 보면 40대까지)일 겁니다.
이들의 정체성이 무엇인 지, 어떤 상태인 지, 어떤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지 혼란스러우신 분들이 있는 거 같아요. (동세대 남자는 포기하신 느낌도 나고..ㅎㅎ)
오늘 시간이 좀 많아서.. 동세대 남자로써 제가 체감하는 지난 몇 년 간 그들의 변화에 대해 끄적여 보려고 합니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니까 아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생각해주시고, 의견교환해 주세요^^
대략적인 맥락과 흐름을 짚는 것이기 때문에 세세한 순서 및 세부적인 개인의 경험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203040여성들이 박근혜 정권부터 문재인 정권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 진보운동의 주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기존 운동권이 가지고 있었던 사고방식, 즉 사회적 차별 철폐와 성평등을 비빌언덕으로 삼아 여성 운동을 전개했고,
이 과정에서 소위 퀴어운동과 장애인 운동 같은 소수자 운동까지 사회적 메인테마로 끌어올리려고 시도했죠.
미투, 메르스 갤러리에서 시작된 미러링 운동, 온라인 남혐 논란이 확산된 것도 이 시기이고, 이는 이내 혜화역 시위라는 공개적 운동으로까지 전개가 됩니다. (저는 이 과정을 마냥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사회적 변화를 많이 만들어냈지요.)
그러던 중 이화여대에서 시작된 정유라 부정입학 규탄 시위가 결국 박근혜 탄핵의 시발점이 되면서 이들은 전에 없던 사회적 영향력을 획득하지요. 결국 문재인 정권 하에 다양한 방면에서 성평등 정책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주류 담론으로 끌어올려지게 됩니다. 저는 여기까지가 203040여성 세대의 진보적 운동 전성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부터는 글쎄요,, 사실 이들은 본인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문재인 정권에서 많은 것을 바꿔내지 못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입법해내지도 못했고, 여권 내 인사들의 성폭력 의혹이 종종 불거지면서 동력을 상실하기도 했지요.
사실 그보다, 민주당의 일반적 지지자들이 이들의 정지척 입장에 크게 동조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 일 것입니다.
대중 지지자들은 정권을 바꿔낼 때야 그들의 운동 에너지를 지지하지만, 정권이 바뀐 뒤에는 적극적으로 동조할 이유가 사라지니까요. 박근혜 탄핵이 끝나자마자 "나중에, 나중에" 사건이 일어났던 것처럼요.
그러던 중에 부동산 이슈가 크게 발생했죠. 저는 이 이슈가 기존 203040여성들의 생각과 입장을 일부 돌려놓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기존에 사회변혁적인 정치적 사고방식이 경제적, 자본적, 생존적으로 변화된 측면이 있는 것이죠. 또는 그 여성들 사이에서 발언의 주도권을 잡은 주체가 변화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 젊은 청년이 서울의 부동산을 획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입니다. 정책적으로 설계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을 획득하지 못하면 경제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의식은 문재인 정권 이후 현재까지 저희 세대의 강력한 신념으로 정립되었습니다. 박근혜 정권 때 무리해서 집을 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어마어마한 격차가 발생했고, 이후 어느 정부도 강력한 출산 독려 정책인 신혼부부 부동산 정책을 과감하게 후퇴시킬 수 없었죠.
이후 누구의 목소리가 커졌을까요? 당연히 집을 산 사람, 집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경제적 이슈가 인권 이슈를 눌러버린 것이죠. 이 둘이 상충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 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곁에서 지켜본 바로, 제 동세대 여성들의 성평등 운동의 기반의 주요 토대 중 하나는 소외 4비 운동으로 대변되는 반 이성애중심주의, 반 정상가족 운동이 있었습니다. 저는 부동산과 자본 축적의 흐름 속에 그 토대가 흔들렸다고 봅니다. 운동을 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 사람이 마치 모순관계에 있는 것처럼 되어버린 것입니다.
아니 그렇다면 윤석열 탄핵은 뭐냐, 이재명 대통령 당선의 주요 공신도 그 세대 여성들 아니냐, 이렇게 반문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여기에 대해 박구용 교수의 분석에 공감하는 편입니다. 박구용 교수는 최근 이런 분석을 내놓았죠. "그 세대 여성들이 특별히 진보적이라서 라기보다, 보통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안전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탄핵 과정에서 여성들이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도 그런 측면에서 분석을 하는 게 타당하다"라고요.(그 때는 그렇게 분석 안 했는데,, 지금 여성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이렇게 분석하는 게 조금 재밌긴 합니다만,, 어쨌든 타당한 분석이라고 봅니다.) 변화를 원할 때 누구와 연대하지 않겠습니까. 203040여성은 윤석열의 짜침과 김건희의 탐욕, 계엄이라는 생존 위협을 참을 수 없었던 겁니다.
기존 여성 운동의 동력이 상실 된 결과로,, 이재명 정권 하에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가 되었고, 과거와 달리 굉장히 조심스럽게 행정을 하고 있죠. 퀴어 운동도, 장애인 운동도 결코 전과 같이 목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과거에는 부동산이었고, 지금은 주식투자까지 확장이 된, 개인의 생존을 위한 자산축적이 그 어떤 가치에 앞서게 된 것이죠. 젊은 세대의 전반적 보수화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여기에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남성보수화가 여성보수화보다 이르고, 강하게 일어난 이유에 대한 가설을 하나 끼얹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여기에 자본의 문제와 여성운동에 대한 반감이 결합되어 있다고 봅니다. 이 사이에서 결혼에 대한 압력이 남성 보수화를 촉진시켰다고 봐요.
지금 청년 남성들은 20대, 빠르면 10대 때부터 여성 운동과 싸움을 하는 포지션이 된 상태로 일상을 보냈습니다. 여성 운동을 이끌었던 젊은 여성들이 기존 사회질서와 싸울까요? 그보다 내 곁에 있는 만만한 남성과 싸우는 게 먼저고, 내가 속한 미시공동체를 규율하는 게 먼저입니다. 그 과정에서 청소년 ~ 청년들 사이에서 엄청난 논쟁이 벌어졌죠.(박근혜 ~ 문재인까지 이야기 입니다.) 사실 그렇게 다툴 필요는 없었는데, 어리고 젊으니까 서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고 싸우게 된 것에 가깝죠.
그러다보니 1차적으로 청년 남성들은 사회 운동을 하는 여성들과 감정적 선을 긋게 됩니다. 이들을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장래 배우자로 여기지 않게 되지요.(물론 운동하는 여성들도 "빻은" 남성을 장래 배우자로 여기지 않았습니다ㅎㅎ) 그런데 남성들은 보통 여자들보다 결혼을 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면 도전할 수 있는 남는 파이는 무엇이냐, 경제적 안정을 원하는 비 운동적 성향의 여성들입니다. 이 세대 여성들의 결혼에 대한 니즈는 분명합니다. 도시 / 아파트 /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경제력이지요. 여성 당사자만 원하는 게 아니라, 원가족들도 그 기준에 맞춰 사위를 들이길 원합니다. 그래서 남성들이 먼저 보수화 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자본 획득의 압력이 여성들보다 젊은 남성들에게 먼저 일어났거든요.
개인적인 판단일 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젊은 남성들은 그렇게 아파트를 좋아하지 않습니다ㅎㅎ 그저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주택이고, 가족과 배우자를 구하기 위해 필수재처럼 여겨지니까 부득불 획득하려 하는 거지요. 최근 공중파 다큐에서 젊은 남성과 여성을 데리고 선호하는 주택 유형을 고르도록 했는데 다수의 여성은 아파트를 골랐고, 남성들은 단독 주택을 골랐지요.(저 역시 결혼을 준비하며 여성들이 남성보다 안전 + 편리 + 도심에 대한 선호가 훨씬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성들은 개인선호를 접고 아파트를 사게 됩니다. 결혼을 하고 싶어서요. 그렇게 아파트를 사면 보수화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겁니다. 여성 운동에 대한 반감 + 자본 유지 내지는 확장의 압력을 강하게 받게 되지요. 대충 이런 메커니즘이 지금 청년들에게 작동한다고 봅니다. 이런 기반 위에서 민주당과 진보 정부를 지지하지 않을 이유를 계속 찾게 되는 것이죠.
저 처럼 아파트를 못 사고 현 정부를 지지하는 청년은 아파트 값을 바라보며 잘 되길 기원합니다. 하지만 다수의 남성 청년들은 분노하지요. 아마 본인들이 완전한 안정에 이르렀다고 느끼기 전까지 분노할 이유를 계속 찾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자본의 이슈에서 청년 여성과 청년 남성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이 분기되는 유일한 기점은 성평등 이슈일 것이고, 이 이슈가 진보진영 전반에 환영 받을 이슈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이러쿵저러쿵 생각의 흐름대로 막 썼습니다~~ 처음에는 동세대 여성을 분석해보려고 했는데, 마무리는 저와 친구들을 분석하는 글이 되었네요ㅎㅎ 이쯤 마무리 짓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공이 어떻게 되시는 지 모르겠는데 너무 좋습니다
맨날 너잘난 나잘난 정치 선동글만 보다가
진짜 좋은 내용 읽고 갑니다
1. 남녀 갈라치며 푸닥거리를 개같이 해놓고 복기해보니 민주당은 막상 젊은 여성한테 x도 해준게 없다. 그니깐 여자한테 해준게 없이 남자한테는 박탈감만 선사해주는 기적의 정책을 펼쳤다. 유권자를 두 그룹으로 나눴는데 하나는 유기하고 하나는 포위해서 줘팼으면 도대체 뭘 한거냐.
2. 부동산에 대한 보수화의 키는 남성보다 여성이 잡고 있다(독한말로 종의 번식을 위해서는 '내' 아파트가 아니라 '내 여자한테 줄' 아파트가 필요한 남성)
두 부분에서 생각이 굉장히 비슷하고요.
민주당은 현실적인 어려움 타령을 할게 아니라 유권자랑 직통으로 연결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해요. 민주당 현역 의원과 현역 시장이 찔러주는 시 보조금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 의견 필요 없고, 하루종일 전당대회 어떻게 되고 있나 들여다보는 헤비한 사람들 의견도 불필요한건 아니겠으나 사회 보편의 의견과는 많이 결이 다릅니다.
마지막 일반 유권자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동의하지만, 또 일반 유권자는 정당이 안정적으로 굴러가는데 있어서 크게 기여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정당보다는 정부에게 기대를 하는 편이고 혼란해도 정부에 대한 지지를 이어가려고 노력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