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을 틀어버린 건 이재명 자신입니다.
사회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사람을 보는 눈도 바뀌게 됩니다. 젊을 때는 사람 좋은 선배, 공감해주고 성격 좋은 선배를 따르게 되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회사 생활에서 사람 좋다는 게 그렇게 중요한 가치가 아니라는 점을 점점 깨달아 가게 되죠. 잠시 잠깐 옳은 말 하는 선배, 정의감 있는 선배를 따르게도 되지만 그들이 책임있는 자리에서 보이는 실망스러운 퍼포먼스를 보고 말을 잘 한다고 일을 잘 하는 건 아니라는 판단도 하게 됩니다. 반면 성격은 좀 까칠하고 인간미라고는 없는데 일을 잘 해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있어요. 물론 성격도 좋고 말도 잘 하고 일도 잘하는 사람도 있기야 하겠지만 흔한 건 아니고, 굳이 양자택일을 하라 하면 성성격 좋거나 입바른 소리를 하는 상사보다는 성격이 좀 모가 나더라도 일 잘 하는 상사와 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제가 윤석열 한동훈을 싫어했던 이유, 그러니까 검사들이 정치 일선에 나서는 게 꼴같지 않았던 이유도 같은 궤를 가지고 있습니다. 검사들은 직업적 특성상 무엇을 주도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빛을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고 그림자에 불과한 사람들이죠. 이미 일이 벌어지고 난 뒤에 뒤에서 그걸 두고 재단하고 수사하고 평가하고 무엇보다도 의심부터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미 벌어진 일을 두고 이렇게 저렇게 칼질을 하면서, 권한을 휘두르던 자들을 피의자로 대하면서 그들은 세상만사 자신들이 제일 똑똑하다는 착각에 빠지게 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윤석열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직접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 할 때 할 줄 아는 게 없습니다. 형편없는 실력이 드러날 뿐이죠.
그건 검찰만 그런 게 아닙니다. 언론인 출신들도 마찬가지에요. 비판하고 비평하고 평가하고 훈수둘 줄이나 알았지, 정작 네가 직접 해보라고 했을 때 뾰족히 대안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고 검찰이나 언론의 역할을 폄하하는 건 아닙니다. 그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만큼의 기능과 역할이 있는 것이고 그 자리에서만큼은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누군가를 단죄하거나 비판하는 것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깐요. 그러나 평가만 하던 자들이 자칫 자기가 제일 잘 난 줄 알고 훈련 없이 쉽게 플레이어로 뛰려고 하면 바닥이 금세 드러나게 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좀 넓혀보면 소위 운동권이나 시민단체 출신들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누군가 한 행위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은 사실 별다른 능력 없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문제는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대항세력'이 되긴 쉬워도 '대안세력'이 되긴 어렵습니다.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했던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국무총리를 포함해 다수의 각료들을 기존 체제에서 일 했던 보수적 인사들로 채운 것은 '국민대통합' 같은 정치적 시그널 때문이기도 했지만, 우리 진영에 실질적으로 일 좀 해 본 사람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재명은 그런 점에서 우리가 쉽게 봐오지 못했던 사람입니다.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기초단체 행정가'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말보다 일을 앞세우는 사람입니다. 무엇보다도 '일이 되는 방향'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꼭 이뤄야 하는 일이면 안 풀리는 매듭을 찾아 풀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가령 경기도지사 때 거북섬에 웨이브파크를 유치할 때 일화를 인상적으로 기억하는데, 다른 지자체에서 규제 때문에 자리를 못 잡던 사업을 규제를 풀어줘 가며 경기도로 유치했다고 하죠. 일을 적극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해 일종의 특혜를 주기도 한 건데, 이런 업무 스타일 때문에 검찰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 겁니다. 검찰의 경험적으로는 지자체장이 기업에 특혜를 줄 때는 개인비리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재명은 기업에도 좋고 시민들에게도 좋고 세수에도 좋으면 일을 안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행정가입니다. 윤리를 무엇보다도 강조해 온 민주당 출신 행정가들은 특히 규제나 제도에 걸리는 일은 무리해서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재명은 민주당에서도 좀 낯설고 이질적인 정치인으로 평가돼 왔던 겁니다(오랫동안 그를 괴롭힌 대장동 이슈를 처음 꺼내든 것이 민주당의 이낙연 세력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알 수 있죠).
그런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어 과거 그 어느 때와도 다른 속도감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개헌을 해도 그 자신이 연임할 가능성이 없음을 알기 때문에 그는 일분일초가 아깝다는 듯, 마치 연임을 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려 압축적으로 일 하고 있습니다. 그런 반면,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여전히 이재명과 같은 결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일을 통해 성과를 내 본적은 없는 말만 앞서는 사람들이 아직 너무 많습니다. 대안도 없으면서 정의감만 앞세우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현란한 말로 지지자들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사람들이 앞에 포진해 있습니다.
그들을 전진배치한 것은 물론 당대표 시절 이재명입니다. 물론 그 당시 무도한 윤석열 정권과 맞서기 위해선 일할 줄 아는 사람들보다 싸울 줄 아는 사람들이 필요했을 것인만큼 최적의 진용이었을 겁니다.계산에 넣지 않은 것은 윤석열 정권이 3년만에 고꾸라질 것이라는 점이었겠죠. 일보다 말이, 혹은 싸움에 최적화된 사람들은 책임있는 집권여당이 됐을 때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지금 민주당을 바라보는 이재명 정부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을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김민석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2002년 단일화 과정에서의 앙금이 저 역시 아직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가 충분한 고난을 겪고 반성한 만큼 이제 그 과거가 더 이상 그의 미래에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을 탄핵하려 했던 추미애가, 문재인을 배신했던 박지원이 다시 돌아와 용서를 받고 사랑을 받고 있는데 김민석만이 과거의 멍에를 평생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김민석은 이재명이 필요로 하는 사람입니다. 지난 전당대회 때 정봉주가 최고위원 1위로 앞서 나가고 김민석이 탈락 위기에 있을 때 굳이 언급하며 김민석으로 당대표 곁에 두고자 했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민석에게는 이재명 자신에게 없는 무언가가 있고 그것을 이재명은 자신의 보완재로 삼고자 합니다. 집권 초기엔 마찬가지로 김민석을 필요로 해 총리로서 곁에 두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재명이 누군가의 쓰임새를 노골적이고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이재명을 자신의 필요로 삼지만, 김민석은 이재명이 자신의 필요로 삼는 거의 유일한 사람입니다.
'실용주의' '성과주의'가 우리의 유일한 가치일 수는 없습니다. 앞에 제가 회사 생활을 예시로 끌어왔지만, 이윤 추구가 목표인 회사아 국가 공동체의 목표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실용보다는 인류사적 보편적 가치를 더 강조하는 때가 올지 모릅니다. 혹은 분배와 균등의 정의가 더 필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시절이 됐을 때 이재명 시대는 달리 평가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지금은 이재명의 시대입니다. 신자유주의가 저물고 다시 강고한 보호주의 시대가 열리는 환경에서, 고난의 시대가 열릴지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의 존재와 그의 노선은 소중합니다. 저는 이재명의 시대가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그래야 차후에 우리가 국가의 이름으로 정의로운 가치를 외치는 시대도 마주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성공을 위해 민주당도, 진보진영도 그의 노선에 함께 해 주길 기원합니다.
한글자한글자 모두 동의합니다.
지금 시대 정신에 맞는 분이 대통령이 된거고, 국민들은 그분이 가장 능력발휘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발자취 남기도록 도우면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로지 공익만을 생각하는 하늘이 이나라에 보낸 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시민은 저주를 퍼붓기에 앞서 자신이 과연 공익(公益) 관점에서 비평하고 있는 것인지 자기 주변의 집단이익(共益) 관점에서 비평하고 있는지 자신을 먼저 돌아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글 내용중 특히 다음 대목은 김민석 반대자들이 봐주셨으면 합니다 :
"노무현을 탄핵하려 했던 추미애가, 문재인을 배신했던 박지원이 다시 돌아와 용서를 받고 사랑을 받고 있는데 김민석만이 과거의 멍에를 평생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걸 잊고 '오직 이재명'만을 외치니 이렇게 된겁니다
이재명이라는 사람은 현재 대통령이고,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기도 하지만 정치인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하는 모든 정책은 강력히 지지 합니다. 당연하죠.
하지만 정치인 이재명은,
적어도 당대표일때의 모습과 대통령이 된 이후의 모습은 약간의 괴리감이 있습니다
저 역시 어느정도의 포지션 변경 정도는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몇가지 핵심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기존의 지지자(저?)를 당혹시키는 경우가 있죠.
그럴때는 뭐 정면돌파를 해야죠. 득과 싫이 있을거 같습니다.
모두가 다 지지를 해주지는 않을거 같아요.
안되면 이승만, 박정희 , 전두환의 길을 가는건데..
왜 어렵게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하는지...
미래가 걱정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