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 사이트에서 촌수부터 확인한다고? 아이슬란드의 독특한 이름 이야기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성(Surname) + 이름(Given name)' 구조를 사용하지만, 인구 38만 명의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매우 특별한 이름 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문의 성을 대대로 물려받는 대신 '부모의 이름'을 따서 내 이름을 만드는 부칭(Patronymic)과 모칭(Matronymic) 시스템입니다.
1. "아빠(엄마) 이름 + 아들/딸"이 곧 내 '성'이 된다
아이슬란드 국민 대부분은 대대로 내려오는 세습 성씨가 없습니다. 대신 [부모 이름의 소유격 + 아들(-son) / 딸(-dóttir) / 자녀(-bur)]를 붙여 성처럼 사용합니다.
• 예시: 아버지 욘(Jón), 어머니 귀드룬(Guðrún)인 부부의 자녀
◦ 아들이 부칭을 쓴다면 → 오스카르 욘손 (Óskar Jónsson: 욘의 아들 오스카르)
◦ 딸이 부칭을 쓴다면 → 크리스틴 욘스도티르 (Kristín Jónsdóttir: 욘의 딸 크리스틴)
◦ 딸이 모칭을 쓴다면 → 크리스틴 귀드루나르도티르 (Kristín Guðrúnardóttir: 귀드룬의 딸 크리스틴)
◦ 성중립 접미사 선택 시 → 오스카르 욘스부르 (Óskar Jónsbur: 욘의 자녀 오스카르)
이처럼 부모 중 누구의 이름을 따르느냐에 따라 남매간에도 '성'이 달라지며, 결혼하더라도 배우자의 성을 따르지 않고 평생 본래 이름을 유지합니다.
2. 대통령도 "귀드니", 전화번호부도 '이름순'
아이슬란드에서 뒤에 붙는 부칭/모칭은 신원 확인용 수식어일 뿐, 진짜 이름은 오직 앞의 '이름(Given name)' 하나입니다.
• 직함 없는 호출: 귀드니 요하네손 전 대통령은 '요하네손 대통령'이 아닌 '귀드니 대통령' 혹은 '귀드니' 로 부릅니다. 가수 비외크(Björk / 본명 비외크 귀드문드스도티르, 귀드문드의 딸 비외크)나 대학 교수, 의사 등 사회적 위치와 상관없이 모두 이름만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 이름순 정렬: 전화번호부나 사내 직원 명부 등 모든 인명 정보는 부칭, 모칭이 아닌 이름 순으로 정렬됩니다. 동명이인이 많아 직업이나 주소가 이름 옆에 함께 기재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3. 데이트 전에 촌수를 확인한다? (진실과 밈)
아이슬란드는 약 1,100년 전 바이킹 정착 시절부터의 계보가 완벽히 보존되어 있어, 세계 최대 규모의 국가 단위 족보 데이터베이스(Íslendingabók)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데이터는 유전학 연구에서도 핵심 자료로 활용됩니다.
인터넷에는 "데이트 전 친척 여부를 확인하려고 앱을 돌린다"는 소문이 퍼져 있으나, 실제로 매번 필수로 확인한다기보다는 친목 모임이나 술자리에서 소소하게 재미로 맞춰보는 일종의 '밈(Meme)'에 가깝다고 하네요.
4. 엄격한 작명 규정과 북유럽의 유산
• 작명 규정: 자국 언어 보존을 위해 과거 '작명 위원회'를 두고 아이슬란드어 문법과 철자, 발음 조건에 맞는지 심사했습니다. 최근 규정이 많이 완화되었으나 여전히 엄격한 편입니다.
• 북유럽의 유산: 과거 스칸디나비아 전체가 사용하던 부칭 문화(에릭슨, 얀센 등)가 타국에서는 세습 성씨로 고정된 반면, 아이슬란드만 유일하게 바이킹 시대의 고유 전통을 법으로 엄격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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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습 성씨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슬란드인은 모두 성씨가 없다”는 말은 엄밀히는 맞지 않습니다.
19세기 이전부터 사용하던 일부 세습 성씨가 지금도 남아 있으며, 주로 덴마크계나 외국계 가문에서 유래했습니다. 대표적으로 Einarsson처럼 부칭이 아닌 고정 성씨를 사용하는 집안도 있지만 매우 드뭅니다. 현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새로운 세습 성씨를 만드는 것은 거의 허용되지 않으며, 대부분의 국민은 여전히 부칭 또는 모칭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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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형제자매도 모두 성이 같을 필요가 없다
부칭과 모칭은 부모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가족이라도 이름이 제각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첫째는 아버지 이름을 따라 Jónsson, 둘째는 어머니 이름을 따라 Guðrúnardóttir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성별에 따라 접미사가 달라지므로 남매의 마지막 이름도 자연스럽게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아이슬란드에서는 같은 성이라고 반드시 가족인 것도 아니고, 성이 다르다고 가족이 아닌 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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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성중립 접미사 ‘-bur’의 등장
전통적으로는 남성은 -son(아들), 여성은 **-dóttir(딸)**를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성별을 특정하지 않는 **-bur(자녀)**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직 사용자는 많지 않지만, 성별 정체성을 존중하기 위한 새로운 선택지로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