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작년에 번아웃이 좀 씨게 와서 11개월 째 쉬고 있는 백수입니다.
무기력 그 잡채. 상담쌤도 아침에는 해를 보고, 운동하라 하고,
정해진 시간, 정해진 밥시간에 밥을 먹고, 규칙적인 삶을 살라
다 똑같은 말을 하지만. 내 안에 작동하는 시계는 남들과 달랐습니다.
일단 운동할 의지조차 안 들더근영...
근데 어느날 제 유튜브에 뜬 108배 유튜브..
제가 최근 심리상담, 심리학, 철학, 종교 관련 인문학 유튜브를
많이 보다 보니까 이젠 108배 까지 뜬 것 같았습니다.
<108배 뭐, 별거 있것어? 당장 시작하자.!>
하느님이라도 뭐 제가 기독교인이라고 108배 드린다고
우상숭배다 이러진 않을 겁니다. 제가 좀 하느님을 미워해도
그만큼 쫌생이는 아니실 겁니다.
첫 시작 전 날의 밤에 저는 수면유도제를 먹고 깊은 잠에 들고 일어나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이불을 걷고, 잠자던 요 위에서 바로 108배를 드렸습니다.
처음 108배를 한 느낌은 <개운하다.> 였어요.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 않았고, 잡념도 사라지고
운동도 좀 되는 것 같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아성찰과
주변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더군요.
한 번 절 할때 마다.
저를 이세상에 보내시어 감사드리고
저를 보내신 만큼 세상을 이롭게 할수 있게 힘을 주시고
제가 이 무기력에서 이길수 있는 작은 시련을 주시고
그 작은 시련을 이길수 있는 용기를 주시옵고
어머니의 건강이 더 좋아지기 바라기보다
더 나빠지지 않게 부탁드리옵고
누나의 건강, 형아의 건강, 우리 가족들을 살펴주시옵고
제 주변인 모두가 좋은일이 가득하기 보다
나쁜일이 없게 해주시옵고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머리로 생각나는 대로 기도드리며서
108배를 하다보면 생각보다 잡념도 사라지고 40분 정도 운동도 하고
몸 이곳 저곳도 땡기는 거 보면 운동이 되는 거 같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오늘까지 5일째
오늘도 평소와 같이 절 한 번에, 한 구절 기도드리다가
남을 미워하지 않는 마음과 평온을 주시옵고 라는 말을 하게 됐습니다.
정말 무념 무상이에요. 그냥 정말 아무생각 없이 뱉은 말이에요.
남을 생각하고, 걱정하고, 잘 되길 빌고
그러자 제가 정말 미워했던 사람들이 머리위를 지나가는 겁니다.
하느님 포함, 엄마, 정치인, 범죄자, 나쁜인물들, 그리고 아버지.
절 80번 째 쯤에
하느님은 제가 하느님을 미워했어도 당신에게 기대어
기도드리오니 나를 다 이해해줄 거란 믿음이 있고.
정치인들 수많은 나쁜 정치인들이 있지만
나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기에(그런생각이 들기에)
그들을 혐오하는 마음을
미워하는 마음을 줄여주시옵고
나쁜 범죄자들도 (우선은 나와 먼 사람이고
그런 생각이 들기에) 제가 그들을 뭐라고 용서하겠습니까
다만 제가 그들을 혐오하는 마음을 줄여주시옵고,
내가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아니한들 어머니가
건강하지 않기를 바라는 맘은 아니옵니다.
어머니가 더 좋아지기보다, 지금을 유지해주시기 바라옵고,
하는데
아버지가 생각 나는 겁니다.
아버지는 30년전에 우리 가족에 빚을 넘기고 도망가서
등본도 말소된 인간이었습니다. 강제이혼 되었었고.
아마 불륜도 했을 겁니다.
그런 아버지가 30년만에 저를 찾아왔고.
온몸에는 근육이 빠져 삐쩍 말라있었고,
목소리는 다쉬어서 소리도 못내고
휠체어 타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를 잡상인 취급하며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고 경찰을 불러 보냈었습니다.
98번쯤에
절을 하고 기도를 드리는데
내가 아버지를 용서하고, 혐오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순간 저는 절에서 인 날 수가 없었어요.
내가 이 절을 일어나면
아버지를 용서하고 혐오하지 말아야할 것만 같았거든요.
근데 그러지 않으면 108배를 이어갈 수가 없는 겁니다.
아니 형도, 누나도, 엄마도 용서하지 않는 아버지를
제가 뭐라고 어떻게 그를 미워하지 않고 혐오하지 않고
이것을 이어갈수 있을까 하는 패러독스에 빠져서
머리를 박고 5분 정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꺼윽꺼윽 하고 운 건 아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에
머리를 박고 있는 동안 눈물이 거꾸로 흘러
이마를 적셨어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이어 나가야죠.
가족은 용서 못해도. 저는... 그를 이해하겠습니다.
제게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시련과 용기를 주시옵고
아버지가 더 건강해지기 보다 지금을 유지할 수 있는 삶을 주시고
다시 만나기보다, 억겁의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 그때는
행복하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하고 절 108번을 하니
이제 왜 108배를 하는 지. 알 것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80번을 넘고 90번에 다가왔을 때
조금만 더 하면 끝이라는 조급한 마음이 더 큽니다.
근데 그렇게 급하게 기도드리다가 나와 맞지않는
역설(逆說 )에 마주치게 됩니다.
거기서 사고는 정지가 됩니다.
다음 말을 대답하지 못하면 108배를 못 이어가게 됩니다.
나름 작은 깨달음을 얻은 거 같아요.
108배라고 해도 하고 나면 나름 땀좀 나고 해서 바로 샤워 해야합니다.
꼭 신앙을 가지라는 것은 아닙니다.
불교든 이슬람이든 유대교든 뭐든 종교 가지든 말든 상관 안 합니다.
전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근데 108배를 하면서, 한 번 나와 마주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자신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 한번씩 생각이 들겁니다.
이렇게 108배 하다 눈물 터진썰을 마칩니다. 주저리 주저리
무지 길게 적었는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답! 힘들어서! 생각했던 저를 반성합니다.
앞으로 좋은 일들만 펼쳐지길 바랍니다^^
불경을 몰라도 코카콜라,코라콜라… 되내며 목탁을 두드릴 뿐이죠. 그래도 됩니다.
그냥 할 뿐입니다.
좋은 경험 좋은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