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 잘 보살피지 않은 화단이 있습니다. 이전 집주인이 조성했고 집에서 잘 보이지 않는 쪽에 있어서 관심을 많이 갖지 않는 화단입니다. 꽂은 한 귀퉁이에만 있고 주로 일일초 (periwinkle)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래도 매년 나오는 족족 뽑아주던 잡초가, 금년은 6개월을 관리하지 않으니까 신나게 자라네요.
밑의 잎파리가 일일초, 위의 긴 잔디같은 풀이 오늘의 제거 대상 잡초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은 잔디밭의 진짜 잔디고요.

뽑아봅니다.


사진을 찍어 구글 렌즈로 검색해 보니 쇠뜨기(field horsetail)이네요. 구글 렌즈가 없던 시절에는 정원관리 책에 나온 잡초 도감과 대조해보며 식별하고 제거 방법을 찾곤 했는데, 잡초에도 모양이 살짝 다른 세부 종류가 여럿 있고, 비슷하게 생긴 잡초도 있어도 몇 년동안 제가 잘못 식별했던 잡초도 있었습니다. 구글 렌즈 만세!
뽑다 보니 한 뿌리에서 두세그루가 동시에 올라오는 것도 있네요.

대부분의 잡초는 그냥 잡아뜯으면 땅 속에 뿌리가 남아서 금방 재기의 기회를 노립니다. 그래서 잡초를 뽑을 때는 일정한 힘으로 천천히 당겨서 뿌리가 다 뽑혀나오게 하거나, 잡초뽑기 노루발로 뿌리 밑 땅을 헤집어서 뿌리가 땅을 물고 있는 힘을 약화시키면서 당겨주면 위 사진처럼 뿌리가 나옵니다.
잡초뽑기 노루발은 아래 사진의 나무 손잡이 농기구입니다. 노루발은 날카롭게 날이 서 있기 때문에, 잡초 중 뿌리까지 제거하지 않아도 되지만 줄기가 매우 질긴 잡초 (예: 단풍나무)를 끊어낼 때 유용합니다.

땅 속에 찔러넣어 뿌리가 흙을 물고 있는 힘을 약화시킬 때, 멀쩡한 일일초 땅줄기도 끊는 경우도 있습니다. 빽빽한 일일초 밭을 손으로 잘 헤집어서 목표물인 쇠뜨기 줄기만 남도록 하지만, 수십년에 걸쳐 복잡하게 얽힌 일일초 줄기를 완전히 배제하고 쇠뜨기만 겨냥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일일초도 좀 상하더라도 땅에 찔러넣습니다. 잡초가 회복되는 것처럼 일일초도 회복되는데, 잡초는 회복하지 못하도록 제가 훼방을 놓치만, 일일초는 화단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제가 훼방을 놓지 않으니까 그 정도 손상은 티도 안 나고, 금방 회복되기 때문에 아군 오사격의 영향을 걱정하지 않고 작업합니다.

땅에 잡초제거 노루발을 찔러넣으면서 쇠뜨기를 당기면, 노루발이 뿌리와 흙의 결합을 약화시키면서 뿌리가 톡 토톡 당겨져나오는 손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노루발을 땅 어디에 찔렀을 때 유효하게 뿌리와 흙의 결합을 약화시키는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성공적으로 뽑아내면 아래 사진과 같이 땅속에서 연결된 뿌리 네트워크를 많이 제거할 수 있습니다.

쇠뜨기는 이렇게 뿌리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된다고 합니다. 이 뿌리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끊어내고, 새로 나오는 쇠뜨기는 작을 때 뽑아내서 궁극적으로 저 뿌리 네트워크가 땅 위 쇠뜨기를 통해 양분을 얻어 통통해지고 뻗어나가지 못하도록 굶겨 죽이는 것이 제 쇠뜨기 박멸 전략입니다.
이 날 저 화단에서 뽑은 잡초중에는 제가 심었던 꽃도 있습니다. 원하는 위치에 모여 피어야 에쁘지, 이렇게 기어가는 줄기를 써서 퍼지면 화단의 식물별 경계가 없어지고 난잡해지기 때문에 퍼진 꽂들은 뽑아 버립니다.

잡초와 원하는 식물은 차이가 없습니다. 위 사진처럼 제가 처음 심었던 꽂도 제가 원하는 곳에서 자라지 않으면 잡초고, 제가 화단 옆에 밭을 만들고 심었던 채소인 부추도 씨를 만들고 퍼져서 화단 속으로 들어오면 제거해야 할 잡초입니다. 부추도 뿌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다시 올라오기 때문에 잡초제거 노루발을 사용해서 뿌리까지 온전하게 다 뽑습니다.
이 날은 시간이 없어서 반 통 정도만 뽑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