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렉시트 당시 상황에 대해 다룬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극도로 분열된 사회는 어떤 식으로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말이 많이 와닿았습니다.
영상의 설명에 따르면 1970년대 경제침체 속에서 '영국병'이 문제로 대두되자 대처는 영국 경제를 제조업이 아닌, 금융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했고, 런던에서 전세계 외환 거래의 1/4이 이루어질 정도로 금융 이익이 기존의 제조업을 압도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성장의 과실은 런던에 집중되고, 지방의 공업 도시들은 유령도시화 되었고요.
그러나 국가 경제가 금융이라는 단일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 상황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고, 당시 영국 정부는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약 2,500조 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집권한 보수당 정권은 대규모 긴축 정책을 선언했는데, 그 결과 중앙정부의 보조금 삭감으로 인해 지방정부는 치명타를 입으며 공공 서비스가 붕괴되었고, 지방민들의 생활 수준은 급격하게 하락하며 사회 분열이 심화되었습니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고, 영상은 여기서 보수당 정권의 긴축 정책이 무조건적으로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당장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돈을 풀어 경제를 살려야한다는 입장과 허리띠를 졸라매 국가 재정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 나름의 합리성 속에서 첨예하게 맞섰고, 팽팽한 입장 차이 속에서 보수당이 후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결과적으로 영국은 장기적인 침체에 들어서게 되었지만요.)
당시 지방민들의 눈에 비친 현실은 불공평했다고 합니다. 런던이 성장의 과실을 독식하며 호황을 누릴 때 자신들은 철저히 소외되어 있었는데, 불황이 시작되자 그에 대한 멍에는 자신들이 짊어지는 형국이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정치권과 런던의 기득권에 대한 적개심이 생겨나고, 이러한 분노는 당시 영국 사회를 강타했던 이민자 문제와 결합하며 갈등의 골이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그렇게 극도로 분열된 사회는 어떤 식으로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 걸 수많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고, 당시의 영국 또한 그러했으며 거대한 분노가 영국을 삼켜버린 결과가 브렉시트였다고 설명하죠.
당시 실제로 브렉시트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고,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잔류가 더 앞서는 결과가 나왔으나 실제로 투표가 시작되자 잔류를 선택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런던과는 달리 잉글랜드의 지방에서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EU 탈퇴에 압도적 몰표가 나왔습니다. 그들에게 브렉시트란 복잡한 정치나 외교, 무역이나 관세 따위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을 방치한 기존의 질서에다 합법적으로 엿을 날릴 수 있는 분노의 배출구였으며, 그들은 EU가 싫었다기보다 그냥 '지금'이 싫었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질서를 어떻게든 뒤집어보고 싶었기 때문에요.
(여기까지 영상 내용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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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영상 내용을 보며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적 혼란이 생각났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그들에게 브렉시트란 복잡한 정치나 외교, 무역이나 관세 따위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을 방치한 기존의 질서에다 합법적으로 엿을 날릴 수 있는 분노의 배출구였으며, 그들은 EU가 싫었다기보다 그냥 '지금'이 싫었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질서를 어떻게든 뒤집어보고 싶었기 때문에요."라는 부분을 보며 20대 대선 당시 허경영을 뽑았다거나, 윤석열을 뽑았던 사람들 중에 이런 마음으로 투표했던 사람들도 있지 않았을까 싶고요.
지금 경제가 좋다고 하기 어렵지요. 누군가는 국민의힘을 찍은 사람들을 향해 "이재명 대통령의 상법 개정 및 지원금을 통해 주식을 통해 돈 벌 기회도 있었고, 소상공인 경제도 좋아지지 않았느냐", "국민의힘이 늬들 신경이나 써줄 것 같으냐" 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몇 가지 지표로 드러나지 않는 실제 분위기를 보면 낙관보다 비관이 더욱 많습니다. AI의 발전으로 취업의 기회는 더욱 줄어들며 사람들은 더욱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화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며, 지역의 주요 상권에서도 '임대' 팻말이 덕지덕지 달려있는 불 꺼진 상가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어려움과 막막함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무서운 건, 이렇게 어려움과 막막함 속에 있는 사람들의 다수가 그저 '허송세월 보내며 대강 흘러가는 대로 살다가 이렇게 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치열하게 공부하며 나름의 성취를 이뤄오다가 막 사회로 진입할 단계에 있는 젊은 층이거나 평생 열심히 가정을 책임지며 살아오다가 어떠한 불행을 겪거나, 퇴직이 다가오며 노후가 막막해진 중장년-노년층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내가 이만큼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왜 최소한의 삶의 여건이 보장되지 않지?'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고, 이런 분노가 쌓이면 갈등으로 심화되며, 갈등이 터지면 또 어떤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일이지요.
그래서 요즘 좀 무섭습니다. 글을 적는 지금도 모공에 2030 <-> 4050 간 갈등에 대한 글이 여럿 보이는데, 지역 갈등, 남녀 갈등, 세대 갈등, 소수자 및 이민자 문제를 둘러싼 갈등 등.. 이런 갈등들이 해결은 커녕 심화만 되어가는 게 우려스럽습니다. 그리고 이런 갈등은 결국 먹고사니즘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상도도 전라도도 수도권도 강원도도 제주도도 잘살면 뭐 지역 갈등이 있겠습니까. 남자도 잘살고 여자도 잘살고 2030도 잘살고 405060도 잘살면 뭐 남녀-세대 갈등이 있겠습니까. 먹고 살기 힘드니 팍팍해지고, 팍팍해지니 한정된 자원의 배분을 둘러싸고 당연히 이런저런 갈등이 생겨날 수밖에 없겠지요.
우리 정치가 불협화음만 만들어낼 소모적인 논쟁만 벌이지 말고(성과급 지역화폐 지급, 무섭노 일베네 아니네 등등), 책임 있는 유능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념으로 설득하려고 하지 말고 성과로 설득해야 할 테고요. 이 영상을 보면서 이런 생각들이 드네요.
쓰면서도 느끼지만 참 미래가 기대보다 걱정으로 가득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다 같이 힘을 합쳐 슬기롭게 해결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공감합니다. 정말 극단적이거나 반헌법적인 주장을 제외하면, 생각이 달라도 들어볼만한 지점들이 분명히 있죠. 그 주장들도 나름의 합리성을 갖고요. 근데 다른 목소리 자체를 억압하면서 뭔가 다른 소리를 하려고 하면 "그래서 너 국힘 찍을거야?", "너 작세(알바)지?"하는 이야기 좀 그만 보고 싶네요.
제가 영국 정치에 대해선 잘 모르다보니 생소한 인물인데, 덕분에 관심 갖고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보완수사권 폐지 하자는 거 좋습니다. 근데 그럼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라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보완 방안도 있어야지요. 근데 설득력 있는 보완방안을 내놓는 사람은 없고, 경찰 수사가 미비하면 언론에 제보를 하라니.. 이런 이야기나 나오니 민주당 지지층마저도 설득이 안 되고 있지요. 이런 모양새가 참 답답합니다.
설득력 있는 보완방안을 도저히 못 내놓겠으면, 보완수사권 문제는 잠시 미뤄두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제 의도가 조금 부정확하게 전달된 것 같네요. '치열하게 산 사람들'은 당시 영국에서 브렉시트 찬성표를 던진 사람들이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에서 어려움과 막막함 속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 거였습니다. 그와 별개로 일반적인 시민들이 '모두' 정치에 대한 열정과 지식을 갖고 토론하고 숙고하며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보니 일부 자극적인 선동이나 왜곡에 휘둘릴 때도 있고요.
그래서 지방정치에 있어서 무조건적인 지방자치 확대 및 직접민주주의적 요소의 확대는 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뭐 대단히 시민 수준이 낮아서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아무래도 먹고 살기 바쁘면 정치에 관심을 갖기 어렵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정도면 몰라도 어디 시의원 구의원 수준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요.
애초에 보통선거를 치르지 않는 나라가 민주국가가 맞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더 추가하자면, 2026년에 영국인들은 다시한번 지금이 싫고, 그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reform이라는 극우정당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D
덕분에 최근 영국 정치 상황에 대해 알아갑니다. 관련되어 좀 더 찾아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은 AI의 발전 때문에 개인으로서도, 국가적으로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변화들을 잘 헤쳐 나갔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넷상에서나 익명으로 투닥거리지 일상에서 그러는거 흔치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