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유료화가 진행되고 떠오른 제일 큰 문제는 “구매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핸드폰 결제나, 신용카드 결제에 게임 결제 한도를 정해 놓으면, 그 한도 이상의 돈을 쓸 수 없는 장치가 마련 되어 있지만, 처음 부분 유료화를 도입 했을 때는 이 한도라는 것이 없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굳이 이걸 제한 할 필요도 없었다.
유저들이 계속 아이템을 구매하면 매출이 쭉 쭉 올라가는 상황이다. 굳이 제한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그 문제들이 다른 곳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분별 없는 일부 청소년들이 이 아이템을 제한 없이 구매하거나, 부모님 핸드폰으로 구매하거나, 유료 결제 대행등을 이용하여, ‘한도 없이 구매’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부모도 모르는 사이 아이들이 몰래 유료 아이템들을 구매했고 이 금액이 500만원 ~ 600만원 넘어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핸드폰 요금이 청구되는 월말이 되면, 회사로 항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고, 소비자 보호원 등의 공공 기관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연락이 왔다.
회사는 이 부분의 문제를 인식하고, 한달 결제 되는 게임 요금의 한도를 정하기 시작했고, 통신사 등과 협조하여, OO만원 정도 수준으로 제한 하도록 조치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홍보녀 : OO님 잠깐 시간 돼? 나 이거 기자 한테 연락 받았는데, OO사 에서 기사화 해서 다룰 예정이라는데?
나 : 응 무슨 소리야?
홍보녀 : 중학생 아이가, 부모 핸드폰로 우리회사 아이템 OO를 엄청 많이 결제해서, 500 ~ 600만원 정도 나왔고, 이거 부모님 한테 걸릴까봐 무서워서 O살 했다는데! 그리고 이걸 OO사에서 기사화 하겠다는 얘기야.
나 : 어?... 뭐라고 O살 했다고? 무슨 소리야, 말도 안돼!
홍보녀 : 일단 나도 사실 확인 한번 해 볼테니까. OO님도 확인 해봐!
나 : 알았어 확인 해 볼께.
바로 운영팀에 연락해 사실 여부를 확인 해 봤다.
‘OO서버, OO 캐릭터 결제기록, 접수된 고객상담 내용, 전화 기록, 이메일 기록……’
실제로 450만원 상당의 결제가 있었고, 이건에 대한 환불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일단 내부적으로 처리 할 수 있는 걸 먼저 찾아서 처리했다.
이건 외에도 비슷한 건들이 많이 확인 되던 관계로, 청소년에 한해 부모의 요청이 있으면, 결재건은 환불을 해주고 있었다. 이건도 동일 하게 환불 처리가 진행 되었다.
문제는 기사화였다. 우리회사의 이름의 언급되면 회사 이미지 상 좋지가 않다, 여전히 회사는 다음 게임을 준비 중이었고, 다른 게임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열심히 홍보팀에서 움직였으나, 회사 이름이 언급되는 것은 막지 못했다.
회사는 긴급공지 등으로 대응 했다. “금번 업데이트 등으로 발생한 과도한 결제 유도로 인하여….결재 도용 및 환불 사태가 발생하고 있어……중략…..이후 결제는 한달 기준 한도액을 정하게 되었으며……..이하 생략”
정신 없이 1~2주를 이건에 대해 처리하고 나니, 갑자기 깊은 자괴감이 몰려왔다.
‘저거 내가 만든거잖아!’
‘내가 만든 걸로 사람이 O살 했다고!’
‘거기다 애가 아직 중학생 이었다고?’
‘내가 도대체 뭘 만들어 놓은거지?’
하루를 마치고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계속 이 질문이 머리속을 헤집었다. 잠을 잘 수 없었다.
죄책감을 감당할 수 없었다.
며칠 연차를 내고 집에서 쉬어 봤지만, 여전히 찾아오는 죄책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내가 만든게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 .’
친구들과 술을 마셔봐도, 지인들과 수다를 떨어봐도, 어느 순간 내가 왜 여기서 웃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든 괴물이 아직 피지도 못한 중학생 목숨을 거둬갔는데…’
연차가 끝나고 회사로 다시 출근했으나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PD 자리에 대한 제안도, 새로 준비되는 업데이트도, 매일 매일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도….
쉬고 싶었다 지난 4년 동안 정말 회사와 일만 보고 달려온 상황이라. 이 기회에 쉬는게 맞다는 판단이 들었다.
회사에 사표를 제출 했다.
사업 이사님은 몇차례 사직이 아닌 휴가/휴직을 더 줄테니 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다.
‘떨쳐내고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계속 거기에 매몰되게 될거야, 본인 스스로 죄책감에 그렇게 시달릴 필요는 없지않니?’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사직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 상황에선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회사 업무에 집중 할 수 없고, 주변에 피해만 주겠지’ 싶었다.
‘언제든 돌아오면 받아 줄테니, 마음 추스리고 다시 돌아와’ 고맙게도 이런 말을 하셨다.
출근 마지막날 그 동안 함께 고생했던 동료들과 인사하고, OOOO프로젝트 관계자들과도 인사하고,
4년간 정말 최선을 다했던 내 첫번째 프로젝트와, 내 첫번째 회사와 이별했다.
어느 목요일이었다. 그렇게 도망치 듯 첫 회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