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을 보기 위해 아내와 지하철을 탔습니다. 환승을 하기 위해 중간에 내렸습니다. 아내가 말했습니다.
"여보, 커피 한잔만 사줘."
딱히 정해진 시간이 아니었기에 지하철역 안에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들어갔습니다.
"어서 오세요."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려던 나를 보며 인사하던 사장님은, 내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자 다른 손님들의 주문을 받다 말고 내게 다가왔습니다.
"드시고 가실 건가요?"
내가 그렇다고 하자, 사장님은 내 키에 맞춰 허리를 굽혀 내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잔뜩 긴장한 듯한 목소리로 말이 이어졌습니다. "저... 죄송하지만, 우리 커피숍에서는 전동휠체어 타신 분들은... 안에서 드시기 어렵습니다."

나와 아내가 의아한 듯 사장님을 쳐다보며 한참을 멍하니 있자, 사장님이 미안한 표정으로 정중하게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그게 아니라... 며칠 전에 전동휠체어 타신 분이 저희 커피숍에서 음료를 주문하시다가 다른 손님 발을 밟으셨거든요. 그때 출입문까지 깨졌는데..."
그는 말을 하면서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나는 집중하며 들었지만, 아내는 들으면서 속이 상했는지 듣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손님께서 배상해 주겠다고 하셨지만 그 뒤로 연락을 받지 않으셨어요. 결국 제가 다른 손님 치료비와 출입문 수리비까지 다 감당했거든요... 혹시나 또 그런 일이 생길까 봐, 그 뒤로는 장애인 손님들이 오시면 너무 조심스러워서요. 죄송하지만 주문은 해드릴 수 있는데, 나가서 드시면 안 될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사장님의 상황을 다 듣고 나서 충분히 공감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사장님. 오죽하시면 그러시겠어요. 저희 나가서 먹어도 괜찮습니다."
사장님의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사고를 친 그 손님은 아니지만, 솔직히 서운한 마음이 전혀 없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장님에게 그 사건은 장사를 하며 겪은 꽤나 큰 트라우마였음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내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장님이 들으라는 듯 쏘아붙였습니다.
"여보, 나가서 어디서 마실 건데? 이 더위에." 나는 아내의 말에 당황했습니다. 사장님의 입장을 배려하려던 나와 달리, 억울함이 가득 묻어나는 아내의 말투가 순간 눈치 없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당황스러움에 아내를 살짝 째려보며 말했습니다.
"여보, 그냥 나가자." 사장님은 끝까지 우리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아메리카노 두 잔을 건넸습니다.
아내는 음료를 건네받고 나가면서도 "여보, 이거 장애인 차별 아니야?"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고, 나는 말을 아꼈습니다.
나는 이 상황이 법적인 문제가 아닌, '공감의 문제'로 느껴졌습니다. 동일한 상황에서 아내처럼 차별로 받아들이는 손님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 자리에서 날을 세워 대응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앞으로 사장님은 '장애인들은 다 이렇구나'라는 생각을 굳히며, 평생 장애인 손님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만 같았습니다.
내가 본 사장님의 모습은 '매너 있는 사장님'이었습니다. 그는 장애인 손님에 대한 거부감을 그 사람의 인격 때문이 아니라, '전동휠체어'라는 기계의 불확실한 움직임에서 오는 두려움 때문에 느낀 것 같았습니다.
나는 종종 매너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주목합니다. 좁은 커피숍이라도 기꺼이 휠체어 자리를 마련해 주는 사장님이 있는가 하면, 누가 봐도 널널한 공간임에도 인상을 찌푸리며 반응하는 사장님이 있습니다. 중증 장애인에게 "어디에 앉으시겠어요?"라며 의자를 빼주는 행동은 매너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 스스로 결정하려는 행동이 장애 때문에 제약받는 상황에서,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를 먼저 물어봐 주고 의자를 빼주는 모습은 매너 이상의 가치로 다가옵니다. 내가 그런 사람들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그 매너 있는 모습이 나의 주저함과 당황스러움에서 오는 긴장감을 덜어주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장애인 차별'이라는 법적 잣대로만 접근하면 그 사장님은 분명 잘못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장님의 거절 속에서 발견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매너'였습니다. 그 정중한 매너가 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인식 개선이나 장애 차별 철폐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 공감'입니다. 사장님의 불편했던 경험은 분명 다른 전동휠체어 이용자까지 일반화하여 거절하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법으로만 밀어붙였다면, 사장님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한 채 서로 어긋난 마음에 생채기만 더 깊어졌을 것입니다.
정답은 모르겠습니다.
그저 매너 있는 사람은 장애인에게 매너 이상의 따뜻한 의미를 준다는 것, 그것 하나만큼은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