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729136?sid=103
12일 방문한 일본 나라현의 6~8세기 유적 ‘아스카·후지와라 고도(古都)’.
“아스카·후지와라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라고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나부끼는 동네 중심부엔 일본 최초의 불교 사원인 ‘아스카데라(飛鳥寺)’ 터가 있다. 596년 건립 당시 한반도에서 건너간 기술자와 승려가 큰 영향을 미친 문화유산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입장객 국적을 물은 뒤 나눠주는 언어별 안내문 가운데 한반도 도래인(渡來人)의 영향을 명시한 건 한국어 버전뿐이었다. 한국어 설명문은 “고구려와 백제에서 파견된 이들의 지도 및 협력으로 훌륭한 절이 완공됐고, 일본 불교문화 형성의 원점이자 아스카에 수도를 세우는 근원이 됐다”고 해설했다. 하지만 영어 설명문에선 “일본 최초의 본격적 사찰”이란 점만 강조돼 있고, 일본어로는 “대륙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만 언급하고 있다.
● 韓교류 흔적 뚜렷한 유적도 ‘모르쇠’
일본 정부는 현재 ‘아스카·후지와라 고도’를 “고대 중국·한반도와의 긴밀한 교류의 소산”인 점을 앞세워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등재 대상엔 이는 7개 불교 사원과 5개 궁정 유적, 7개 고분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원래 취지와 달리 현장에선 한반도의 영향력에 관한 설명이 대거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해당 문화유산의 최종 등재가 유력한 가운데 ‘역사 축소’ 문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일본의 이러한 상황은 세계유산의 가치를 해석하고 알리는 데 ‘윤리적 측면’이 중요해진 최근 흐름과는 크게 어긋난다. 최재헌 건국대 대학원 세계유산학과 교수는 저서 ‘세계유산의 이론과 실재’에서 “문화유산의 가치 해석이 특정 시각만을 반영하거나 역사적 사건의 중요한 측면을 의도적으로 누락해선 안 된다”며 “민족 간 갈등과 정체성 정치, 불관용을 증폭시킬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유산협약 운영 지침’ 역시 등재국이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방문객과 지역사회가 올바르게 이해하게끔 전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유산의 OUV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효과적이고 포용적인 해설 및 전시 체계를 갖춰야 한다”(제119항)는 게 골자다. 국가유산청은 “현장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관계 기관과 공유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게 나라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