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이렇게 답답한 경기가 또 있었을까. 이번 대회 3경기 중 최악이었다. 참혹했다. 아무것도 못했다. 의욕도 없어 보였다. 제대로 뛰지도 못했다.
전술? 없었다. 전술 자체를 느끼지 못했다. 뭔가 틀도, 타이밍도 안 맞았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을 후반전에 상대의 힘이 떨어질 때 쓰려고 했던 것 같다. 나도 선수 시절 승부처에 교체로 들어간 적이 많다. 그런데 안 먹혔다.
손흥민 대신 선발 출전한 오현규는 전반 막판까지 볼 터치가 단 6번 뿐이었다. 황인범과 백승호의 중원 조합도, 윙백의 크로스도 아쉬웠다.
이강인이 혼자 공격을 이끌고 수비도 정말 열심히 해줬다. 그런데 상대 두세 명에 둘러싸였다. 우리나라가 1, 2차전을 치르면서 상대는 우리를 다 안다. 이미 전술이 노출됐다. 전술은 한 가지만 가지고 가면 안 된다. 상대에 따라 변화를 줘야 한다.
지고 있는데도 모험을 걸거나 포메이션이나 전술 변화가 없었다. 골을 넣으려면 박스로 올라가야 하는데, 뒤쪽에 숫자가 너무 많았다. 남아공도 매 경기 다른 전술과 포메이션을 쓰고 실패를 겪으면서 변화를 준 끝에 결국 이겼다. 난 대회 전부터 남아공이 약하지 않다고 말해왔다. 월드컵 무대에서 도대체 1승 제물이 어디 있나.
절실함도 없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도 아니다. 이게 월드컵인지 모르겠다. 한 골 넣기가 이렇게 힘든 거다. 2002년엔 모두가 절실하게 뛰었다. 남아공이 목숨 걸고 뛰는데 우리가 어떻게 이기나.
대표팀 내부 사정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선수로 뛰어봤으니 뭔가 문제가 있거나 곪아 터진 것처럼 느껴졌다. 컨디셔닝 조절 실패일까.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원팀을 보여주지 못했다.
월드컵마다 매번 이슈는 있었다. 이겨내느냐, 못 이겨내느냐의 차이였다.
왜 뒷북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