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00 KST - AP통신 - 미 연방대법원은 23일 화요일(미 동부시간대) 오전, 6개의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첨예하고 민감한 사안일수록 진보-보수성향의 대법관들이 나뉘어 판결이 이루어졌다고 AP통신은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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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도르 대 루이지애나 교정국 (US 23-1197)
전통적인 자메이카 종교인 라스파타리를 믿고있는 랜도르라는 신자가 루이지애나 교정국 및 교정직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탄원을 한 것인데 연방대법원은 랜도르가 소송을 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판결은 6대 3으로 보수 진보가 갈렸습니다.
(사진설명 : 데이먼 랜도르 원고측 / 사진제공 : 미 연방대법원)
사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랜도르 씨는 마약 소지로 수감중이었으며 출소가 몇주 남지 않는 어느날 루이지애나 주 레이몬드 교도소에서 교도관들에 의해 끌려나와 의자에 수갑을 채운 상태로 드레드락을 하고 있는 그의 머리를 강제로 잘렸습니다. 자메이카 기원 종교인 라스파타리는 머리를 자르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랜도르씨는 2020년 5월부터 머리를 기르겠다는 라스파타리 서약을 한 바 있습니다. 레이몬드 교소도로 이감되지 전에 여러 교도소를 옮겨다니던 랜도르씨는 이전 교도소에서는 어떠한 문제도 일으킨 바 없습니다.
이 소송은 RLUIPA - 종교토지사용 및 수용자법에 근거해 랜도르씨가 제기했습니다. 이 법은 연방정부 및 각 주는 토지 이용과 관련한 법과 조례에서 종교기관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연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예배당 건축, 종교시설 건립을 위한 토지사용권은 종교의 자유에 핵심가치로 여겨집니다. 이 법을 여기에 적용하면 연방 및 주의 권력,규제에 해당하는 루이지애나 교정국의 교도소는 종교의 자유를 박탈,탄압할 수 없음으로 자신의 드레드락 머리카락을 자른 교정국 직원들에게 금전적인 손해배상을 받아야 겠다고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이 소송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집권 이전에 1심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첨예한 사안임에는 분명합니다. 또한 판례도 랜도르씨에 분명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2015년 연방대법원은 이슬람 신자인 수감자가 자신의 수염을 길러도 된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한 바 있습니다. 그 판결에도 RLUIPA가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오늘 판결로 과거 선례는 뒤집혔습니다. 닐 고서치 판사가 다수의견을 작성한 판결에서 미 연방대법원은 RLUIPA 가 미국 시민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했지 손해배상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미 연방공무원(교정국직원) 및 주 공무원들의 면책특권 역시도 보호받아야 할 권리이며 수감자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RLUIPA가 쓰일 수는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즉 교정국이 대표하는 공권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수감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에 RLUIPA가 이용될 수는 없다는 판결입니다.
커탄지 잭슨, 엘레나 케이건, 소토마요르 대법관들은 소수의견을 통해 "금전적인 책임을 물어야 자신들의 권한남용 및 법위반을 두려워 할 공무원들에게 RLUIPA를 핑계로 면책시켜주면 앞으로 약자의 편은 누가 들어주냐?"고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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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블랜치(미 연방 법무부) 대 라우 (US 25-429)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합법이민자에 대해 정부의 관할,감독,관리 권한을 다루는 중요한 판례가 될 판결입니다. 이 판결의 요지는 분명합니다. 합법적인 영주권자(legitimate Greencard Holder)에 대해 입국심사시 도덕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확고하고 명확한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의무가 국경관리자(이경우엔 DHS - 국토안보부 산하 CBP, 이민심사관, 국경순찰대)에게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역시 진보 보수 3대 6으로 갈렸습니다.
이는 매우 논쟁적인 사안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 국적의 무크 최 라우(Muk Choi Lau)는 합법적인 절차를 걸쳐 미 영주권자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2012년 5월, 라우는 뉴저지 주에서 상표권 위조혐의(짝퉁 판매)로 기소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재판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기소이후 2012년 6월, 라우는 잠시 중국에 갔다가 왔습니다(2주도 안됨). 미국 입국시에 CBP는 라우에 대해 미 입국자격이 안된다고 판단했으나 이민 가석방(immigration parole)으로 라우를 입국시켰습니다. 이후 라우는 상표권 위조혐위에 대해 보호관찰 2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여기서부터가 골치아파집니다. 라우는 원래 합법 영주권자입니다. 영주권자는 합법적 및 영구적 미 영토 체류를 허가받는 법적 지위를 말합니다. 따라서 미국 입국시에 다른 어떤 입국사증(Entry VISA)와도 구분되는 입국절차와 법적 지위를 가집니다. 또한 일부 이민법학자들은 영주권자의 입국,출국이 외국인들과는 아예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꽤 과격한 해석도 합니다. 영주권자의 외국 방문을 출국으로 본국 귀국을 입국으로 볼 수 있냐는 주장입니다. 이건 미 영주권자의 법적 권리 및 의무가 사실상 미 시민권자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 데서 기인합니다. 당시에 라우가 입국시에 (미국 정부 입장에서) 제일 깔끔한 방법은 입국 거부(Entry Denial) 혹은 입국 후 바로 구금이나 추방을 해버리는게 나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라우와 미 출입국 심사관 측이 서로 합의한 것은 이민 가석방으로 입국 후 구금절차 없이 가석방하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습니다.
라우는 미국에서 영구 추방되는 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어떻게든 입국을 해보려는 쪽으로 선택했습니다. 입국후 법적인 해결책을 모색해 보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민 가석방(immgration parole)은 정식 입국 허가(비자)가 없는 사람이 긴급한,인도적인,중차대한 공익목적으로 임시로 입국이나 체류하도록 허용하는 일종의 재량권입니다. 라우가 이민 가석방으로 미국에 한발짝 들인 순간 그의 법적 지위인 합법 이민권자-영주권은 말소되 버린 셈입니다. 때문에 이민 가석방으로 입국한 후 라우가 영주권자로서 영원히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합법적인 지위는 소멸되었습니다. 이후 상표권 위조혐의(짝퉁 판매)로 보호관찰 2년형인 유죄를 받았으니 범죄를 저지른 임시/불법 체류자들을 추방시킨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기조에는 딱 들어맞는 사안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당시 2012년은 오바마 행정부 재임시절이라 반이민기조는 그다지 만연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라우와 입국심사관는 어떻게 보면 상호간에 인도적이라 볼수 있는 타협을 한 셈입니다. 그러나 그 당시엔 "솔로몬의 판결"처럼 보였던 절차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와서는 반이민기조를 펼치는데 꼬투리가 잡히게 되었습니다.
미국 이민 국적법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미국 정부가 <비시민권자>를 미국에서 내쫗는데는 2가지가 있습니다. 미 연방법 8조 1182항(비시민권자가 입국 불허 대상일 경우)와 1227항(비시민권자가 추방 대상일 경우)으로 나뉩니다. 1182항은 입국심사시에 입국불허를 통보하고 되돌려보냅니다. 1127항의 경우는 입국시에 구금, 이후 추방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1182항과 1227항 그 어느걸 추방사유로 대더라도 꼬이게 되었습니다. 1182항을 들이밀자니 입국심사때에 "당신 짝퉁명품 팔다가 걸려서 지금 재판중이라며? 위법혐의가 있으니 입국금지대상임"이라고 하는 걸 시인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입국자의 입국 불허를 통보할 때 입국심사관이 명백한 위법행위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당시 2012년 6월은 기소결정이 난지 불과 1주도 되지 않았습니다. 재판 날짜는 아예 잡히지도 않았습니다. 명백히 판결 전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한 셈이 됩니다.
1227항을 이유로 든다면 문제는 더 꼬입니다. 입국자가 심사시에 추방 대상일 경우 일단 구금이후 추방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그러나 당시 CBP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민 가석방>조치로 일단은 미국 영토에 라우 씨를 들여놓았습니다. 이후 추방하겠다고 날을 세웠지만 라우 씨는 1227항이 추방의 사유로 1182항을 댈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해 왔습니다. 즉 "당신은 미국 입국 불허대상이었으니 지금 그때 일을 이유로 추방시킬 거다"라고 할 수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보수 6, 진보 3으로 나눠 트럼프편에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다수의견은 토마스 대법관이 썼습니다. 진보쪽 대법관인 잭슨 커탄지, 엘레나 케이건,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라우 와 같은 사람들은 이제 미국 영주권자도 아니고, 불법 체류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추방대상자도 아닌 일종의 "이민 림보"에 갖힌 불합리한 체계에 갖혀버린 셈이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