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경기가 좋다는 뉴스들이 나올 때마다 길 가는 사람들 붙잡고 물어보고 싶어요. 정말 좋은 게 맞냐고요. 반도체 회사나 공장이 밀집한 지역은 사정이 좀 나으려나요?”
대만 경제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호황을 타고 16년 만의 고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대만 타이베이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천의 일상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캥거루족’인 35살 천은 독립은 무리라고 했다.
“방 하나짜리 집을 빌려 생활하려면 월세와 기본 생활비로 2만5천대만달러(약 121만원)는 족히 나가요.” 직장 생활 7년째지만 월급이 4만5천대만달러(약 217만원)인 그는 결혼도, 아이 낳기도 거의 포기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티에스엠시(TSMC)가 끌어올린 ‘부자 대만’의 숫자 뒤에서, 대만인들은 비싼 집값과 낮은 임금, 생활비 부담에 억눌려 자신들이 발 디딘 대만을 ‘귀도’(귀신만이 살 수 있는 섬)라고 자조하고 있다.
(중략)
이런 숫자는 대만 시민들의 체감 경기와 어긋난다. 대만 소비자신뢰지수는 올해 5월 62.08로 전월 62.47에서 하락해 2023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대만 국립중앙대학 대만경제발전연구센터가 국내 경기와 가계 경제, 고용, 물가 등에 대한 소비자 기대를 종합해 산출하는데, 100을 밑돌면 비관적 인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미용 서비스업을 하는 마오가 실감하는 경기와 다르지 않다. 그는 “지난해부터 경기가 좋아진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가게를 찾는 손님은 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장사가 잘되면 업장 규모를 늘려보려고 했지만 마음을 접었다.
“유명한, 소수의 몇몇 회사 사정이 좋아진다고 보통사람들 주머니가 두둑해지지 않는다는 걸 확실히 느끼고 있다.” 이런 마오의 푸념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경제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정체되어 있다. 국내총생산에서 피고용자 보수가 차지하는 비율인 노동소득 분배율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만 노동소득 분배율은 1990년대까지 50%에 이르렀지만, 이후 점차 줄어 2024년 43%까지 떨어졌다. 대만의 2025년 월평균 임금은 6만4천대만달러(약 310만원)로, 한국(420만원)의 약 73%에 그친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한국을 앞질러 4만달러를 돌파했지만, 노동자의 임금 사정은 한국보다 열악한 것이다.
(중략)
팍팍한 삶은 출산율 저하로 이어진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결혼 5년차 린(42)은 아이는 낳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는 “대학교 동창 5명 가운데 3명이 결혼을 했고, 자녀를 둔 친구는 1명뿐”이라고 했다. 지난해 대만 출생자 수는 10만7812명으로 10년 연속 최저치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사상 최저치인 0.695명이 됐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지난달 28일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800억대만달러(약 18조원)를 투입하는 ‘대만 인구대책 신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육아를 사회와 기업 및 국가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공공지원형 육아’ 시스템으로 전환시키겠다고 했다. 린은 이런 대책에도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했다. “사회의 지원 확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관건은 각 가정의 경제적 안정”이라고 그는 말했다.
대만은 반도체 산업이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동시에 산업과 지역, 직종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대만의 독립 연구단체인 공력연구사는 보고서에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기업의 영업이익은 연평균 약 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노동임금 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영업이익은 7%로 급증한 반면, 노동임금 상승률은 약 4%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격차 때문에 대부분의 노동자, 특히 비전자산업 종사자들은 급속한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고 짚었다.
대만 사회의 고민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위험하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주거 안정, 임금 상승 등으로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다. 수출 대기업과 첨단산업이 벌어들인 이익이 전체 가계와 지역사회로 확산되지 못하면, 고성장은 오히려 양극화를 키울 수 있다. 대만 정부도 이를 의식해 현금 지급, 임금 인상, 청년 주거 지원, 사회주택 확대 등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일회성 한시적 지원 사업으로는 구조적 양극화를 완화하기 어렵고, ‘부자 대만, 가난한 대만인’이라는 역설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도 낯설지 않은 고민이다. 한국 역시 반도체 수출 호황이 성장률과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한편, 청년층은 높은 집값과 불안정한 일자리, 낮은 체감 소득을 호소하고 있다. 대만은 한국보다 먼저 인공지능·반도체 호황의 급류에 올라섰지만, 동시에 성장의 과실이 사회 전체로 퍼지지 않을 때 어떤 균열이 생기는지를 보여주는 ‘먼저 온 미래’이기도 하다.
우리랑 1인당 GDP 비슷한 나라 중에 우리 보다 임금수준 높은 나라가 있긴 있나요?
왜 기준이 성장이죠?
임금을 비교하려면 GDP와 비교하고,
성장을 가지고 얘기하려면 임금상승률로 얘기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요?
2020년과 비교해서 GDP 11% 오르는 동안 최저임금은 20% 올랐습니다.
성장률에 비해 저소득층 임금이 적게 올랐나요?
대만도 저 기사가 의도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만의 경우 노동자는 중국 노동자와 직접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어서 노동자 소득은 형편 없습니다.
때문에 많은 수의 젊은이 들이 어느정도 일 배우고 나면 자기사업에 뛰어들고...
젊은 사장이나 파트너 관계에 있는 근로자들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지만
실제 소득은 그것 보다 훨씬 높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이 대부분이라 월급보다 영업이익 배분하는 게 훨씬 크거든요.
물론 대만이 빈부격차 크고 저소득층 살기 어렵기는 하지만...
중위 수준에서는 딱히 못사는 것도 아니예요.
중위수준으로 놓고보면 대만이 아시아권에서는 싱가포르 다음으로 잘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