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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령층의 부채는 또 다른 양상의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2025년 기준 60대 이상 고령층의 가계부채도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60대 이상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말 18.5%에서 2024년 3분기 말 20.0%로 상승했다. 대출자 수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19.8% → 22%로 빠르게 늘었다. 2024년 9월 말 기준 60대 이상 대출자는 약 434만 명 대출 잔액은 375조 1,600억 원에 달한다. 1인당 평균 대출은 2024년 말 기준 1인당 평균 7,706만 원으로, 전 분기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2025년 상반기 기준 고령층 대출의 32%가 제2금융권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60대 이상의 부채는 대체로 담보대출 중심이며, 은퇴 이후의 소득 단절 속에서도 주택연금 또는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유지하거나 새로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50대 후반부터 70대 초반까지는 자녀 교육, 주거 지원 등의 이유로 대출을 추가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자 상환 부담은 건강보험료 체납이나 카드론 이용 증가로 이어지는 실질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
고령층의 부채가 단순히 '자산보유자' 중심의 안전한 부채라고 보기는 어렵다. 부동산 자산은 있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하우스 푸어’ 문제가 재현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생애주기별로 보면 청년은 미래 소득을 담보로, 고령층은 축적된 자산을 담보로 빚을 지는 구조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상환 불능에 이르는 시점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고령층의 부채는 한국 사회의 ‘노인빈곤 문제’와 직결된다.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를 기록 중인 한국에서, 상당수 고령층은 국민연금만으로 생활이 어려워 부채에 의존하고 있다. 자식 세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다 생활비·의료비를 대출로 충당하는 경우도 늘고 있으며, 특히 농어촌 고령층은 금융기관 접근이 어려워 2금융권이나 사채시장에 노출되기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가구의 36%가 ‘금융 취약 상태’로 분류되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정규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원금이자 동시 상환 구조의 고금리 대출을 감당하고 있다. 부동산을 담보로 버티고는 있지만, 금리 인상기에는 자산 유동화가 어려워 사실상 유동성 파산 상태로 전환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연령별 구조보다 더 심각한 ‘소득별·자산별 불균형’이다. 상위 10% 가구가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하위 50% 가구는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순부채 가구’로 분류된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자산 가격 상승에 편승하지 못한 계층은 부채는 늘고 자산은 그대로이거나 줄어든 구조적 피해를 입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소득 하위 20% 가구의 평균 부채는 약 4,300만 원에 달하지만, 이들의 자산은 대부분 전세보증금 또는 자동차 등 비유동자산이다. IMF는 올해 초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총량도 문제지만, 취약계층의 부채 질 악화가 중대한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민간부채 비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산 편중도 역시 상위권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며 ‘금융 취약계층 보호’를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금융위원회는 대환대출 플랫폼 확대, 연체 이력 있는 청년·자영업자 대상 부채조정 프로그램, 채무 탕감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체적인 부채 구조 변화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질적인 부채 증가 요인인 전세시장 불안정, 비정규직 고용구조, 자산 편중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정책을 넘어서 주거정책과 노동정책, 조세정책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빚을 지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고, 그들이 지고 있는 무게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빚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협하는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청년은 미래 소득을, 고령층은 생존의 안전망을, 저소득층은 현재의 삶마저 빚으로 위협받고 있다. 최근 이재명 정부의 금융위가 부동산 대출규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시장과 국민들은 충격과 논란을 맞이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부채 대응은 금융제도 개선 차원에서 의미가 있으나, 근본적 구조개혁에는 한계이며 그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은행과 IMF, OECD 모두 한국의 가계부채 구조를 경고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25년 5월 보고서에서 “한국은 다음 금융위기의 촉발 가능성이 높은 국가 중 하나”라고 명시했다. 정책이 구조를 외면하면, 그 비용과 댓가는 국민이 지불하게 된다. 지금은 대출총량을 억제할 것이 아니라, 누가 왜 그 빚을 지고 있는지를 묻고, 그에 응답할 정치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