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위해 영상을 납품하고 촬영 제안을 받았습니다.
지난 13일이 행사였고 그 전에 30분짜리 티저 영상을 우선 납품했습니다.
행사 당일에는 스케치 영상을 촬영하기로 하고요.
현장에 도착해 보니 행사 분위기에 맞춰 제가 편집한 티저 영상이 대형 스크린에 띄워져 있더군요. 시작부터 분위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저도 촬영을 위해 슬슬 가방에서 장비를 꺼내며 행사장을 둘러보았는데, 정중앙 명당자리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촬영 중인 분이 계셨습니다. 주최 측에서 따로 부른 '메인 촬영 전문가' 같더군요.
‘나중에 저 영상도 자료로 받아서 섞어 쓰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가운데 구도는 그분이 꽉 잡고 계시니, 저는 측면 구도를 부지런히 따서 나중에 두 앵글을 멋지게 교차 편집할 야무진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날 저는 소니 FX2와 AX100을 가져갔는데, 이번에 처음 필드에 데려간 AX100의 화질이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그동안 쓰던 캐논 XF705는 H.265 화질이야 어마무시했지만 덩치가 너무 커서 무거웠는데, 더운 날씨에 가볍게 기동성을 살려 찍기엔 AX100이 아주 딱이었습니다.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졌습니다. 모자에 선글라스, 선크림까지 풀무장해 피부와 눈은 겨우 지켜냈지만, 워낙 장시간 땡볕에 노출되다 보니 끝날 때쯤엔 정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아, 손선풍기는 크레모아 클립팬을 가져갔습니다. 지속력은 행사가 다 끝날떄까지 돌아가서 정말 놀랐지만 시원하지가 않더군요. 에어컨 처럼 바람을 거칠 때 냉각 센서를 건드려 주고 나오는, 진짜 에어컨 원리를 담은 휴대형 손풍기는 제작이 힘든걸까요?
그 어려운 촬여, 행사가 끝나고 일주일 뒤, 주최 측과 몇 차례 통화 끝에 드디어 본편 기록 영상 제작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교차 편집을 위해 기대하던 메인 카메라 영상을 오늘 요청해서 받았는데……
와, 정말 믿을 수 없었습니다. 깜짝 놀랐네요.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노출 과다' 하얀색 영상 50개가 지메일로 배달된 것입니다. 어렴풋이 보이는 실루엣을 보니 정가운데 구도도 안 맞더군요. 트라이포드에 고정해 놓고 찍으시는 걸 봤는데 앵글이 다 찌그러져 있었습니다. 하늘도 하얗고, 심지어 회색 시멘트 바닥도 하얗고, 무대 위 출연자분들 얼굴은 그냥 화이트 구멍으로 뻥 뚫려 있더군요. 프리미어 프로를 켜고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노력했지만, 겨우 참가자분들의 한복 옥색 치마 색상만 희미하게 살아올 뿐이었습니다. 차라리 오토로 놓고 찍으시지...무슨 모드로 찍으셨길래 이렇게 하얀 데이터를 보내주신건지요.
현장에서 분명 소니 FX6에 아토모스 닌자 모니터까지 장착하고 계시길래 엄청난 전문가인 줄 알았는데, 이건 피쳐폰 카메라로 찍은 화질 보다 못합니다. NX73 화질보다 못하달까요? 그 더운 날 땡볕에서 같이 고생해 놓고 결과물이 모두 쓸 수가 없는 데이터입니다.
차라리 아이폰이나 갤럭시를 올려 놓고 찍으셨더라면....
제가 촬영한 분량이 꽉 찬 두시간 분량이고 4K로 찍은 50Gb 분량의 영상이어서 다행이었지 그 분 영상만 있었더라면 행사의 기록은 전혀 없었을뻔 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제가 서브 포지션이었다 보니 측면 앵글 데이터밖에 없다는 겁니다. 정가운데에서 바라본 제대로 된 구도가 없어요.
아, FX6는 제가 쓴게 아니라 그 메인 카메라맨께서 썼어요.
저는 FX2입니다.
말씀을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요즘 솔직히 아무나 막 찍잖아요? 편집만 하던 애가 갑자기 조명, 구도 아무것도 모르고 레코드 빨간 버튼만 누르고
막 찍는게 대부분 현실이고. 어지간히 못 찍으면 막눈인 고객도 대충 넘어가고... ㅎㅎ
자동으로 찍었더라면 차라리 이런 상황은 안왔을텐데 너무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