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여객기는 전자파 간섭에 대해 상당히 잘 설계돼 있습니다.
그래서 승객 몇명이 실수로 비행기 모드를 안 켰다고 곧바로 큰일이 나는 구조는 아닙니다.
FAA는 2013년 승객용 전자기기 사용 확대를 발표하면서 “대부분의 상업용 항공기는 휴대용 전자기기의 전파 간섭을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저시정 착륙 같은 일부 상황에서는 착륙 시스템이 간섭을 견딘다고 입증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 그때는 전원을 끄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안전하다/위험하다”가 흑백이 아니라는 겁니다.
항공 안전은 보통 확률은 낮지만 결과가 큰 위험을 아주 보수적으로 다룹니다. 항공기에는 통신, 항법, 감시, 보안, 자동비행, 착륙 보조 장치 등 여러 전자 시스템이 있고, 이런 장비들은 라디오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항공기 전자장비가 의도적·비의도적으로 송신되는 전자기파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휴대폰처럼 의도적으로 전파를 내보내는 기기에서 그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주파수가 다른데 왜 간섭하나?”라는 질문
휴대폰 통신 주파수와 항공기의 주요 항법·통신 주파수는 대체로 다릅니다. 그래서 정상적인 스마트폰 신호가 곧바로 항공기 무전 주파수와 완전히 겹쳐서 비행기를 망가뜨린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자파 간섭은 단순히 “같은 주파수냐 아니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실에서는 송신기의 불필요 방사, 고조파, 케이블이나 기체 내부 배선에 유도되는 신호, 수신기 전단부의 과부하, 여러 기기의 동시 송신 같은 변수가 있습니다. 한 대의 휴대폰은 별문제 없어도, 수십 대나 수백 대가 동시에 기지국을 찾으며 송신하면 기내 전자파 환경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공 규정은 “모든 휴대폰이 반드시 위험하다고 증명됐으니 금지한다”가 아니라, 항공사가 해당 항공기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한 사용 방식만 허용한다는 구조입니다.
비유하자면 안전벨트와 비슷합니다.
안전벨트를 안 맨다고 매번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 결과가 달라집니다. 안전벨트를 사용했다면 경미한 부상에 끝날것을, 사용안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비행기 모드도 “매번 문제를 막는 장치”라기보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조건을 미리 줄이는 습관화된 절차입니다.
착륙지점 가까울 때부터 미리 일반모드로 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거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