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시 게임 바닥은 묘한게 있었다. 지금은 찾아 볼수 없는 기운같은건데.
회사 전체에 “ 어씨 일단 해 보자 해 보고 안되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한번 해 보자 “
“잘되면 우리 모두 다 함께 강남에 아파트 사고 주식으로 대박나서 펑펑 누리며 살아 보자”
뭐 이런게 있었다, 대기업 오래 다녀 봐야 정리 해고 당하고 명예퇴직당하고, 늙은 백수로 길거릴 헤매게 된다.
이걸로 대박나서 탱자 탱자 잘 살아 보자. 그리고 대기업과는 다른 젊고 즐거운 새로운 문화의 회사를 만들어 보자.
IMF가 가져온 깊고 슬픈 상흔들은, IT로, 게임으로, 젊은 사람들을, 도전자들을 끌어 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들이 뭔가 모르게 적당히 타협 못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일단 한번 해보게 만들었다.
‘덜커덩하고 이 이벤트가 걸려 버렸다.’
그래 이걸로 하자 그래도 우리 게임 오래 일한 애들인데. 이대로 두면 미안해서라도 안될것 같다.
회사에선 어짜피 OOOO2로 포커싱이 넘어간 상태고, 이거 우리가 손 놓고 있으면, 아무도 신경 안 쓰게 될 것 같다.
수동으로 10만넘는 애들의 X10 N제곱 만큼으로 하는건 미친 짓인거 다들 아는 상황이라.
개발팀 전담 프로그래머랑 같은 자리 앉았다.
나 : 별거 없어요 아주 심플하죠, 그냥 유저가 10개 가져오면 상급 아이템 1개로 바꿔 주면 됩니다.
한번에 모든 종류의 아이템을 하면 문제가 되니까 특정 아이템 몇개로 한정하고,
NPC 하나 세워서 창고처럼. 아이템 넣고 set 누르면, 상급아이템 나오는 인터페이스로 이거 사악하게 바꾸면, 랜덤으로 뿌서질수 있어요. 이것도 넣고 싶은데. 욕을 엄청 먹을 것 같아서. 그건 다음 업데이트로 넣구요. 어떠실까요?
천사 프로그래머 : 어 좋은데요? 재밌겠다. 안그래도 애들이 게임에서 그짓하고 있는거 봤어요 게시판에도 가끔 그 이벤트 해달라고 올라오고.
나 : 얼마나 걸릴까요? 한 2주 정도면 될것 같은데.
천사 프로그래머 : 2주면 충분하죠. 괜찮을 거 같아요. 내용 좀 정리해서 보내 주시면, 그래픽 애들이랑 같이 보고, 스케쥴 보내 드릴께요.
나 : 오우 감사합니다. 최고세요 사랑합니다.
한번이라도 이쪽에서 일을 해 봤던 사람이거나, 하다 못해 회사생활을 하면서 공통 프로젝트들을 수행해 본 사람이라면 이 대화가 얼마나 환타지 인지 다들 알거다.
서로에게 유니콘 같은 존재인거지.
‘쟤는 왜 쓸데 없는거 가져와서 시간을 뺏고 지랄이지, 안그래도 버그 잡을 거랑, 업데준비할거랑, 게임할거랑, 술약속이랑, 잔뜩인데.’
‘쟤는 또 왜 저걸 맞장구 치고 가져와서 되도 않는 걸 2주안에 해달라고 지랄이지. 안그래도 팀장 새끼가 자꾸 이상한거 시키고, 옆에 대리 일안해서 짜증나는데……’
그래 살아보니 그렇더라, 안될일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안되고, 될일은 설설 연기만 피워도 고오급 쇠고기 오마카세를 떡하니 내오더라.
이 시기엔 왠지 우리가 잘 맞았다. 개발팀애들도, 나도, 그래픽 애들도.
뚝딱 뚝딱,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대상이 되는 아이템 선별하고, 실제 수량 확인하고, 이벤트 기간 정하고, 공지 준비하고, 이벤트 안내가 되었다.
게시판 마다 쏟아지는 반응들.
“우와 얘네 이제 일하네”
“사람 바뀐거야, 이제 이 게임에 투자 다시 하는거야?
“OOOO2 으로 개발진애들 다 빼간거 아녀? 그거 엎어졌냐?”
“야 까봐야 안다 또 버그 잔뜩이겠지. 얘네 아이템만 빼가고 안바꿔 준다에 내 X알건다”
물론 우리 일잘하는 천우성님은 이중 개발과 테스트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처리해 주셨다.
개발팀과 같이 밤을 세고 QA를 하고, UI 바꾸고, 일을 하면서 즐거웠다. 늘어나는 커피와 라면도 편의점 김밥도, 냉동 식품도 즐거웠었다.
업데이트 점검이 끝나고,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동접자들을 보면서 요 작은 업데이트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낄낄거리고, 즐거워 했다
애들은 애들대로 지루한 반복만 남은 게임에 새로운 놀거리가 생겨 즐거워 하고, 기간 한정이 아니라 아예 몇몇 기능 더 추가해서, 영구 NPC로 넣으면 안되냐고 의견을 보냈다.
이벤트 기간 한정 얘기지만, 덕분에 동접은 두배 더 넘게 늘고 할게 없다고 게임 접은 친구들도 돌아오고 죽어가던 길드들도 다시 살아 났다. 모두가 즐거운 경험이었다.
천우성 : 야 이번 이벤트 좀 잘 됐다. 고민 많이 하더니 그래도 개발팀 애들도 잘 꼬시고 잘 됐네. 능력자야 아주.
나 : 다 우성님이 도와준 덕분입니다. 개발 빼고 나머지도 사실 신경쓸 부분도 많고 맞춰 마케팅 준비하고 뭐 이런거 저런거 다 도와 주신거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회도 원래 1년차 한테는 안주시는거 알고 있구요. 우성님 고맙습니다 흐흐
천우성 : 약간 징그럽게 이런 낯간지런 얘기도 잘 한단 말이지.
나 : 그게 또 제 매력이지요. 겉으론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오게 생겼으면서, 속으론 인간미 넘치는.
천우성 : 아..네.그러세요.
다음에도 뭔가 아이디어가 있음 말해봐봐 나도 사실 내가 맡던 게임 망하고 나서, 이게임으로 다시 와서 의욕을 잃었다. 회사서 관심도 없는 게임 좌천 되듯이 다시 맡은건가 싶기도 하고.. 나가라는 얘긴가 싶기도 하고. 뭐 그렇다.
나 : 그럼 이걸 입사하면서 맡은 저는 어떻게 되나요? 아직 1년 밖에 안됐는데 다른 회사 알아 봐야 하나요? 우리 같이 망가져 봐요 우성님. 아니 우성이형, 술 한잔 하까요? 난 일단 형 하고 같이 가는건 어디든 찬성. 흐흐흐흐흐
천우성 : 아 징그러 절루가. 컨셉 유지해, 찔러도 피안나오는 양반. ㅋㅋㅋㅋㅋㅋ
꽤 괜찮은 게임 프로젝트팀이 한발짝 앞으로 나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