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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공원

너 친구 없지? 5

2
2026-06-07 12:43:28 수정일 : 2026-06-07 13:27:27 58.♡.152.39
Oros

누구였더라?

대학교 동아리의 선배였나?

대학교에서 만난 지인이었나?

 

누구인지 중요친 않다.

그저 과거의 그가 나에게 했던 말과 그 순간의 공기가

어젯밤 번뜩 떠올랐다.

 

그는 나와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 이야기 속에 그의 적대감은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나를 쳐다보며 그가 말했다.


"너 친구 없지?"

 

그때의 난 그게 그렇게 쪽팔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의 나에겐

다른 건 다 들켜도

그것만은 들키면 안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너무나 갑작스럽게 

내 방어막이 뚫린지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 느낌은 흡사

교통사고 직전의 당혹감과 비슷하다고 적을까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보다 더 컸다.

 

맞다. 그때도 난 뇌가 차가워지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뇌가 차갑다는 느낌이 공감이 갈까?

 

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뇌가 차가운 느낌이 든다는 말이다.

 

지금은 그런 점에선 조금의 미동도 없을 일이지만

그땐 그러했다.

 

게다가 그가 이어서 한 말은

너무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라 

지금 생각해도 그의 통찰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너처럼 돈 아끼는 거 보면.. 

 주변에 친구들이 별로 없더라고.."

 

어릴 적엔 남녀 모두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내가 어둠에 빠진 이후

나에게 친구는 거의 없었다.

 

실제로,

난 평생을 베풀지 못했다.

 

핑계로 들릴지도 모르겠다만

난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

 

어릴 적 악착같이 절약하던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더 인정받고 싶었다.

 

어린 나도 그들처럼 아끼는 모습을 보이면

그들이 나를 인정해주고, 더 사랑해줄 것만 같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나는 돈만 옥죄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돈은 표면에 드러나는 것일 뿐,

난 내 마음까지 옥죄고 있었다.

 

그렇게 친구는 하나둘씩 멀어져갔다.

 

난 사랑받고 자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사랑이란 감정적인 단어는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그저 난 그들의 생존 과정에서 탄생해버렸고,

 

그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다뤘다고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느낀다.

 

사랑 사랑.. 같은 그런 간지러운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오랜만에 아주 어린 시절의 사진을 꺼내보았다.

 

정지된 사진 속의 부모님은 

  

내 기억과 달리 나를 사랑하는 듯한 얼굴이 보인다.

 

다만 그것은 정지된 순간의 이미지이며,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이어서

생동감 넘치고 애교 많고 감성적이던 어린 시절의 내가 보인다.

 

반면

고등학교 시절의 사진 속 내 얼굴은..

 

내가 살면서 본 모든 인간들 중

가장 인간이 아닌 얼굴을 하고 있다.

 

잘생기고, 못생기고, 슬퍼 보이고, 힘없어 보이는 류의 것들의 궤도에서 한참을 벗어난다.

 

이게 사람인가?

 

온 몸의 피를 다 빼낸 시체 같기도 하지만

 

단순히 시체라고 하기에도 부족하다.

 

혈색만 빠진 것이 아니라 영혼도 느껴지지 않으니까.

 

그 사진을 보고 있는 나의 생명력조차 줄어드는 느낌마저 든다.

 

내 바로 옆에서

내 얼굴을 쳐다보며

말하던 그와

 

들켜선 안될 극비의

무언가를 들킨 나

 

그 순간의 당혹감이 몇십년이나 지난 지금

문득 떠올랐고

 

그 감정 만큼은 여전히 생생하다.

 

난 끝끝내 죽기 전까지

베풀지 않아왔나?

 

다시 생각해본다.

 

그래도

아내와 아이에겐

베풀었다 생각한다.

 

아내와 아이에게

'베푼다'는 표현이 부적절해보이지만.

 

 

 

 

 

 

 

 

 

 

구조를 다양한 매체로 작업합니다.

사진과 글, 그리고 영상까지.

아래 signature에 남겨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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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를 다양한 매체로 풀어내는 작업을 합니다.

외계인을 향한 마지막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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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5]
Ytl
IP 211.♡.197.227
12:46 2026-06-07 12:46:43
·
문학작품같은건가요?
색다른일상
IP 220.♡.148.37
12:47 2026-06-07 12:47:27 / 수정일: 2026-06-07 12:51:33
·
부끄럽게도 아내와 아이에게도 잘 못 베풀고 있네요...
아저기요
IP 176.♡.43.208
12:47 2026-06-07 12:47:53 / 수정일: 2026-06-07 12:48:12
·
사랑 주고 받는 법은 유아기때 부모를 통해 배워야합니다. 그과정이 없던 사람은 인생 평생 문제가 됩니다.
잿빛여우
IP 14.♡.8.105
12:50 2026-06-07 12:50:17
·
소설을 쓰고 계신 거에요? 앞으로 제목에 소설작) 이런식으로라도 표시를 해주시면 눌러 들어왔을 때 낚시 당했다는 느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글 잘 쓰시네요.
두리
IP 112.♡.124.151
13:15 2026-06-07 13:15:15
·
소설 아니고 사실 위주 에세이같던데요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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