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도 그렇지만, 과거 아폴로 계획 당시 우주비행사들에게 가장 치명적이고 무서웠던 존재는 바로 '태양풍(태양 폭풍)'이었습니다.
보통 태양 표면에서 초대형 폭발(태양 플레어)이 일어나면 세 단계에 걸쳐 지구와 달로 재앙이 들이닥칩니다.
- 8분 20초 뒤: 빛의 속도로 X선과 자외선이 쏟아짐.
- 수십 분 ~ 수 시간 뒤: 파괴적인 '고에너지 양성자(방사능)'가 도착함.
- 1 ~ 3일 뒤: 거대한 플라즈마 구름(코로나 질량 방출, CME)이 몰려옴.
이 중에서 우주인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건 두 번째로 쏟아지는 '고에너지 양성자 폭풍'이었습니다. 당시 기술로는 달 착륙선이나 우주복에 이 무시무시한 방사능을 막을 만한 차폐 대책이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태양 자기장 측정, 물리 시뮬레이션, AI 기술 등을 동원해 최소 7일 이내의 태양 플레어는 상당히 높은 신뢰도로 예측하지만, 1960~70년대에는 그런 기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NASA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대책은 이랬습니다.
"발사 전에 망원경으로 태양 흑점을 관찰하다가, 조금이라도 이상해 보이면 발사를 미룬다. 그리고 일단 발사한 뒤에는 미션이 무사히 끝나길 간절히 '기도'한다."
실제로 NASA의 기도가 통했는지, 인류가 달에 착륙했던 6차례의 아폴로 미션 동안에는 천우신조로 치명적인 태양풍 피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소름 돋는 타이밍이 한 번 있었습니다.
아폴로 16호가 지구로 귀환하고, 마지막 미션인 17호가 발사되기 전이었던 1972년 8월, 관측 사상 역대급으로 꼽히는 돌발 플레어와 양성자 폭풍이 태양에서 몰아쳤습니다.
심지어 이 폭발 직전에 발생한 두 차례의 작은 플레어들이 우주 공간의 저항을 미리 '청소'해 버린 상태였습니다. 그 바람에 고속도로가 뚫린 것처럼 불과 1~2시간 만에 양성자 폭풍이, 14.6시간 만에 플라즈마 구름이 달을 그대로 덮쳐버렸습니다.
당시 기술로는 예측할 수단이 전혀 없었던 '완벽한 돌발 폭풍'이었습니다.
만약 이때 우주비행사들이 달 표면에 서 있었거나 얇은 착륙선 안에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치명적인 방사능에 노출되어 즉사했을 것입니다. 비교적 안전하다는 달 궤도 사령선 안의 비행사들조차 무사하지 못했을 대재앙이었습니다.
당시 인류의 달 탐사는 우주라는 거대한 스케일의 권총으로 '러시아 룰렛을 6번 당겼는데, 기적적으로 6번 다 공이치기가 빈 곳을 때려 생존한 역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죠.
그러면 지금은 우주복이 그정도는 막아줄 정도로 좋아졌나요?
현대 우주복도 태양풍은 절대 차단 못하기 때문에 사전 예보가 필수적이고, 돌발 플레어 발생시 실시간 경보받아 급히 대피소나 우주선으로 피신하는 프로토콜이 있습니다. 우주선 내부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에 플레어 예보되면 식수, 식량, 심지어 오폐수 탱크까지 동원해서 차폐벽을 쌓은 뒤 플레어 지나갈 때까지 쉘터에 숨어 지내는 프로토콜이 마련되어 있다네요.
그런데 이건 태풍 불 때 해상스포츠 안 하고 대피하는 거랑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