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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이사장 '韓, 아시아 거점거래소 돼야…일본 이기고 중국과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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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1 11:49:37 14.♡.81.235
t.t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19일 뉴스1과 가진 인터뷰에서 글로벌 자본시장의 무한 경쟁 시대에 한국거래소의 생존 문제를 화두로 꺼냈다. 당장은 정부 정책과 기업의 활약이 맞물려 선전하고 있지만, 국내외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언제든 유동성이 빠져나가 도태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략)

정 이사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조롱을 받았던 한국 증시가 탈바꿈한 과정에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정책이 핵심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들 정책이 투자자들에게 정보 비대칭 해소 및 주주 이익 보호에 대한 믿음을 주면서 자금 유입을 촉진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반도체를 필두로 전력·조선·방산 등 국내 주력 산업의 경쟁력 확대까지 어우러지면서 국내 증시가 날개를 달았다.

그는 한국 자본시장이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 가계에서 대부분의 자금은 부동산에 투입됐다. 부동산의 기대 수익률이 높았기 때문인데, 자금이 계속 묶여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젠 기업 투자의 기대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자금이 부동산이 아닌 금융시장으로 흐르고, 이 자금이 기업의 생산적 활동에 공급되면서 실물경제가 성장하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일본 가계에서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63.8%였는데, 버블 경제를 거치며 꾸준히 하락해 2024년에는 36.3%까지 낮아졌다. 반대로 금융자산은 같은 기간 36.2%에서 63.7%로 확대됐다. 한국도 비슷한 모습이다. 2004년 가계에서 85.1%였던 비금융자산은 2024년 64.5%로 낮아졌는데, 같은 기간 금융자산은 14.9%에서 35.5%로 확대되는 추세다.

그는 "작년부터 시발점이 나타났다. 정부는 부동산에 대한 기대 수익률을 정책적으로 억제하고 금융시장의 기대 수익률은 높여가고 있다"며 "현재 가계 자산 구성이 일본과 비슷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는 한국도 약 20년 후에는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구성 비율이 완전히 역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1국가 1거래소' 없다…글로벌 정합성 유지해야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은 당장 한국 기업 주식의 상승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의 운명과도 맞닿아있다. 한국도 최근 '서학개미'처럼 해외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렇게 국경을 초월해 이동하는 글로벌 유동성 규모가 커지면, 기업들도 자국만 고집하지 않고 몸값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해외 상장을 택할 수 있다. 이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한국 내 거래소도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한 나라에 하나의 거래소가 존재하던 시기는 이제 없어질 것"이라며 "미국, 유럽, 중국은 거래소가 하나씩 남을 것 같다. 나머지는 생존하거나 다른 곳에 통합돼 없어질 것이다. 한국은 일본을 이기고 중국과 경쟁하는 수준의 아시아 거점 거래소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한국거래소가 글로벌 정합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정 이사장의 생각이다. 국내 투자자만으로는 불가능하고, 해외 투자자까지 한국 증시로 끌여들여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오는 9월부터 주식시장 거래 시간을 12시간으로 확대하고 점차 24시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결제 주기도 내년 10월부터 기존 이틀(T+2)에서 하루 단축(T+1)해 시행할 예정이다.

'디지털화(Digitalization)' 사업도 중요하다. 해외에선 엔비디아 등 주식을 토큰으로 바꿔 24시간 사고파는 거래소가 이미 생겨났다. 법정화폐 등의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의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으며, 부동산·미술품 등 실제 자산의 권리가 담긴 토큰증권(STO)은 해외에서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활발히 거래 중이다. 이런 '탈중앙화금융(DeFi)' 시대에 가만히 있으면 모두 빼앗긴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는 디지털화를 위해 지난 2월 인공지능(AI) 기술 스타트업 '페어랩스'를 역사상 처음으로 인수합병(M&A)하고 주요 업무에 AI 기술을 도입했다. STO 장외거래소 사업도 지난 2월 예비인가에 이어 오는 8월 본인가를 획득하면 즉시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정 이사장은 "새로운 기술은 도도한 강물처럼 흘러가는데 가만히만 있으면 도태된다. 뭐라도 해야 한다"며 "한국거래소가 살아남아야 한국의 자본시장도 생존한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거래소를 글로벌 거점 거래소,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까지 좀비기업 300개 퇴출…"중복상장, 주가에 찬물"

정 이사장은 급성장한 한국 증시가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부실기업 적극 퇴출 △중복상장 심사 강화 △공정 거래질서 확립 등을 통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취임한 2024년 2월 당시 미국과 한국의 전체 시가총액은 50조 달러와 1조 5000억 달러, 국내총생산(GDP)은 27조 4000억 달러와 1조 7000억 달러, 상장기업 수는 5500개와 2500개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시가총액은 30분의 1, GDP는 15분의 1에 불과한데 상장기업 수는 절반이나 된다는 얘기다. 상장 이후 부실화된 '좀비기업'들이 증시에 너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증시는 종합주가지수를 쓰고 있기에 코스피 지수는 838개 기업, 코스닥 지수는 1819개 기업으로 구성된다. 그는 좀비 기업의 주가까지 지수에 포함되면서 전체 지수의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다우존스 지수는 30개 기업, S&P 500 지수는 500개 기업으로 구성된다. 상장사 5500개 중 많아야 10분의 1도 안 되는 500개만 지수에 편입된다는 얘기다.

정 이사장은 "정부는 좀비 기업 및 동전주 기업 등 퇴출 기준에 미달되는 기업은 시장에서 강력하게 내보낸다는 방침"이라며 "현재 퇴출 대상 기업은 약 500개인데, 자구 노력 등을 통해 제외되는 기업을 약 200개로 가정하면 내년까지 300개 기업이 퇴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당국이 원칙적으로 금지한 중복상장도 거론했다. 과거 LG에너지솔루션 사태가 대표적이다. 배터리 산업 확대로 매일 점프했던 모회사 LG화학 주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한국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은 약 18%에 달한다. 일본은 4%, 미국은 0.05% 수준이다.

그는 "심지어 모회사, 자회사, 손자회사가 전부 중복상장된 경우도 있다. 돈을 버는 회사는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그걸 뜯어가서 먹고산다. 올라가야 할 주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미국 메타의 경우 관련 기업들이 200여 개나 되지만 상장사는 메타 하나뿐"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 https://v.daum.net/v/20260601060234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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