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품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나왔을까를 종종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 원피스, 원심형 서사
세계는 결핍 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악마의 열매로 인해 힘이 주어지고,
그것을 활용하여 각자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있지만,
새장 속의 새와 같아 많은 갈등과 다툼이 일어나는 모든 것은
그것을 조종하고 주관하는 자들에게 있어서 인형극과 같습니다.
이때 세계의 가장 변두리인 이스트 블루에서 주인공의 여정이 시작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원심형 서사의 전형입니다.
주인공은 원피스를 구하는 여정 속에서 온갖 모순 속에 고통 받는 세계 곳곳에서
같은 환경 하에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인물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어떤 이는 권력에 빌붙어 악행을 저지르고, 어떤 이는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그 가운데 점차 자신이 구하는 원피스에 다가서게 됩니다.
그 와중에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고,
그들과 함께 목표를 향해 달려가게 됩니다.
여담으로 이야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원피스입니다만....그 마무리 과정이 10년은 걸릴 것 같네요..ㄷㄷ
# 황천의 츠가이, 구심형 서사
원피스에 해당하는 힘을 주인공 유르와 아사가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들의 운명은 가혹합니다.
태어나고 자란 마을부터 운명의 쌍둥이의 힘을 이용하여 권력을 쥐려는 자들입니다.
다른 세력과 다른 점은 이곳이 운명의 쌍둥이가 400년 단위로 태어나게 되는 중심 장소라는 것입니다.
악마의 열매에 해당하는 힘을 이 황천의 츠가이에서는 츠가이가 그 역할을 합니다.
즉, 이 이야기는 해(풀어 낸다는 뜻), 봉(닫아 버린다는 뜻)의 상징성에 주제 의식을 녹여 내고,
이러한 힘을 탐하는 이들의 욕망과 주인공의 의지가 부딪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구심형 서사는 주인공을 향해 모든 세력과 인물의 이야기가 모여 듭니다.
주인공이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라 찾아 오는 운명에 맞서는 것입니다.
미지를 개척해 나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을 이해하는 과정 중에 나를 중심으로 몰아쳐 오는 욕망에 부딪혀 가며,
자신의 운명의 무게를 깨닫고 자신의 신념대로 문제에 부딪혀가며 나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작법은 잘 쓰이지 않으며, 강철의 연금술사 작가의 천재적인 창작 능력을 빌어야
비로서 완성도 있는 좋은 작품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전 글에서 주제를 담아 낼 창작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어려운 짝퉁 작가들이
프랜차이즈물의 기존 전형을 깨려 '파괴의 작법'을 활용 하면서 이야기의 본질을 망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다 보니 골프채를 등장시키게 된 것입니다.
이야기의 본질에 대한 이해도와 더불어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의 능숙함까지
모든 면에서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게임 중에는 레드데드리뎀션 시리즈가 이야기의 본질을 정확히 꿰어 차고 있으면서
동시에 흥미롭게 전개할 줄 아는 좋은 케이스입니다.
군상극 자체가 소년 만화의 구성에서 쉽게 쓰기 어려운 전개 방식인데, 일단 작가 자체의 커리어가 그걸 시도할 수 있는 인지도가 있다는게 가장 크겠죠.
만약 정확히 같은 내용이더라도 신입 작가였다면, 진작에 묻힐 수 밖에 없는 전개 속도라 봐요.
전작의 영향력이 워낙 큰데, 그 한계를 다시 깨고 있는걸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