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것 만큼 실망도 크네요.
군체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연상호 감독이 아이디어는 강렬한데, 그것을 서사적으로 완성시키는 능력은 점점 약해진다걸 명확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좀비들에게 갇힌 인간들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다음 탈출 상황으로 ‘밀어붙이고’ 있는데만 열중하고 있다.
서사는 인물의 선택과 감정, 사건 사이의 인과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 작품은 그 과정이 거의 생략된 채 장치만 남아 있다.
연상호의 이런 장치적인 기술은 “일단 됐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는 태도로 장면을 전환해버린다.
현 세태에 맞는 '좀비의 진화' 아이디어가 허공에 붕붕 뜬 메아리 처럼 들리는 것은, 갇힌 인간들의 최소한의 감정적, 논리적 개연성을 쌓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전지현은 상황에 따라 기능적으로만 움직일 뿐이고, 구교환은 단지 자극적인 다음 장면을 열기 위한 버튼처럼 소비된다.
보다 보니 차라리 방탈출 게임이 더 재밌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적어도 방탈출은 문제를 풀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고, 그 과정 안에 최소한의 논리와 규칙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관객이 참여할 여지를 거의 주지 않는다. 단서를 던지는 척하지만 회수하지 않고, 떡밥처럼 보였던 요소들은 대부분 분위기 연출용 소품으로 끝난다. 그러니 긴장이나 충격도 결국 순간적인 자극에 머물 뿐, 이야기 전체를 떠받치는 힘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영화가 스스로 영리하다고 믿는 듯한 태도다. 일부러 비워둔 설명들이 마치 깊이 있는 세계관처럼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빈칸을 관객의 상상력으로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설명을 덜어내는 것과 서사를 방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데, 이 작품은 그 둘을 혼동하고 있는 듯하다. 결국 무책임함처럼 느껴진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남는 감정은 허탈함에 가까웠다.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이 아니라, 억지로 다음 스테이지로 끌려가는 느낌.
개연성과 감정의 축적 없이 장치만으로 굴러가는 내러티브가 얼마나 쉽게 공허해질 수 있는지를.
모르지만 플스 게임인 라오어에도 총에다가 캔 끼고 그러지 않나요?? ㅎㅎ
연출 공간이 넓을수록,
스케일이 클수록,
연출에 cg가 많이 필요할수록,
설정이 복잡할수록...
감당을 못 하는거 아닌가 싶어요.ㅠ
부산행마냥 좁은 공간, 설명이 전혀 필요없는 단순한 설정, cg가 거의 필요치 않은 연출, 배우들에게 복잡한 감정 연기를 요구하지 않는 시나리오.. 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초기 스타일로 돌아가서 저예산 피카레스크로 밀어붙일때...
감독의 역량과 연출이 빛을 발하는(?) 감독 아닌가 싶더라고요.
결과의 아이디어가 아닌가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