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종일 주말에 일하다가 오늘은 좀 기분 전환하고 싶어서
집사람하고 성수동으로 향했습니다
차를 대고 번화가로 걸어가려는데 근처에 전통시장이 있더라구요
마침 집사람도 애들 잠옷에 넣어줄 고무줄이 필요하대서
한참을 걸어서 시장 구경을 하러 갔습니다
철물점 같기도 하고 옷수선집 같은 곳을 하나 찾았는데
막 점심때라 그런지 손님도 없고 고무줄이 있는지 물어보려다가
환갑 정도 되신 여사장님이 너무 반갑게 맞아주셔서 좀 멋적었어요
고무줄은 얼마 안해서 인터넷에서 사면 보통 배송비가 더 나올 정도거든요 ㅠ
"혹시 애들 잠옷에 넣을 고무줄 있을까요?" 하니까
사장님이 한참을 찾다가 매대 깊숙히 들어가있던 봉지 하나를 꺼내시는데
건강이 안좋으신지 끙끙 앓는 소리를 내시고 저는 어딨는지 몰라서 도와드릴수도 없고
속으로 '아이고 이거 그냥 인터넷에서 시킬걸 그랬구나..' 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인데 현금이 없어서 "계좌이체 되지요 사장님?" 하니까
사장님이 손사레를 치면서 그거 얼마안하고 마지막 남은거니까 그냥 가져가라고 하시는거예요
저도 펄쩍 뛰면서 "아이고 그렇게 하면 안되죠 사장님 장사신데.." 이러니까
"그거얼마 안하니까, 다음에 지나갈때 주면 되지! 내가 계좌가 없어 그래
고무줄 돈 천원인데 삼촌이 여기 들를때 기억했다가 줘~"
이러면서 저랑 와이프를 아주 등을 밀면서 얼른 가라고 보내시는거예요
저는 이거저거 다른 물건 사서 돈 만원이라도 해서 카드결제하라고 하실줄 알았는데..
가게도 작고 손님도 없는데 ㅠ 물건을 그냥 공짜로 내주실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오히려 쩔쩔매고 있는 저희를 보면서 기분좋아하셨어요
연신 고개숙이고 감사하다고 꼭 다시 오겠습니다 하고 나왔다가
근처에 편의점이 있어서 바카스랑 과자를 몇 개 사서 가져다 드렸는데
이런걸 왜 샀냐고 또~ 엄청 고마워~ 이러시면서 절대 안받으시더라고요
몇번 사양하시더니 당뇨 있어서 진짜 못마시니까 둘이 가져가서 먹으라시기에 그러면 꼭 다음에 와서 인사드리겠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이래저래 신기한 경험이고 감사하기도 해서
봉지 들고 계속 와이프랑 이걸 어쩌지 저쩌지 하다가
시장옆에 커피를 싸게 파는 집이 있어서 들어갔거든요
근데 또 그 커피집도 사장님이 환갑 좀 넘으신 여사장님이신데
완전 환하게 맞아주시고 더운데 얼음 좀 많이 넣어드릴까요?
이러시는거예요.. 커피도 엄청 싼데..
그래서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사장님 날도 더운데 바카스 드세요" 이러고
봉지에 있던 바카스를 내드렸는데
정말이지 너무 좋아하시는거예요
저희도 커피 시원하게 잘마셨어요, 감사합니다-하며 길을 나섰는데
날씨도 좋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손에 쥔 고무줄을 보니까 감사한 마음에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다음주에는 시장에 다시가서 인사도 드리고 물건도 좀 사야겠어요
맛있는것도 먹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