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60 한 대가 고속도로 진입로로 들어서고 있다.
운전석의 남자는 고개를 돌리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듯이 눈을 흘기며 백미러를 본다.
끝차선에서 아우디 A6가 꽤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인지한 그는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는다.
두 차량 간 상대적인 속도 차이를 빠르게 간파한 그는 뒷차량에 피해를 주지 않으리라 자신한다.
그의 발가락은 조금도 굽어지지 않았고, 시트 위 자세 또한 이전과 달라지지 않는다.
예상대로 안전히 끝차선에 들어온 그는 서두르지 않으며 옆 차선으로 매끄럽게 차선 변경을 마친다.
뒤따라오던 아우디 차량은 이내 오른쪽 창문 너머로 보이기 시작한다.
두 차량은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나란히 주행한다.
그는 이상함을 느낀다.
보통 이런 경우엔 클락션을 울리거나 소리치기 위해 나란히 주행하는데, 3분째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딱히 웃고 있진 않지만,
눈빛은 이전보다 또렷해졌고 얼굴은 밝아졌다.
5분쯤 되었을까.
의식하지 않은 사이, 그도 모르게 고개를 우측으로 돌린다.
썬팅 때문에 명확히 보이진 않았지만 상대 운전자는 여자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스친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가 왜 이런 식으로 주행하지라는 의문을 가진 채,
그는 승부욕인지 뭔지 모를 이유로 동일한 속도를 계속 유지한다.
산기슭을 지나자 햇빛이 왼편에서 강하게 내리쬔다.
그때 마침 아우디 운전석의 창문이 조금 내려간다.
그는 즉시 틈 사이로 긴 머리칼을 보며 역시 여자가 맞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불쾌하거나 무서운 감정은 들지 않는다.
다만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중학생 때 사귀던 여자아이를 떠올리고 있던 그였다.
그의 가장 친한 동성친구의 애인이었던 그녀는
고작 14살의 나이였음에도 매우 적극적으로 그를 유혹했었다.
몸이 좋지 않다며 갑작스럽게 연락이 온 그녀를
찾아갈 당시의 그는 별다른 계획은 없었다.
그녀가 걱정이 되면서도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그는 동공이 조금 커졌었고,
얼굴이 상기되진 않았지만 광대 근육은 어느 순간 이미 당겨져 있었다.
그녀의 집은 학교에서 불과 5분 거리의 언덕 위 연립주택 단지 내에 있었다.
그 동네는 아파트단지와 연립주택 단지가 보이지 않는 3.8선처럼 갈라져 있었다.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 언덕 위로 향하는 그는 어쩐지 심장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그 당시의 그는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언덕 위를 오르느라 숨이 차서인지,
그녀를 만날 생각에 설레어서 그런지,
보이지 않는 선을 넘어 자주 가보지 않은 구역을 간다는 생각에 묘한 흥분을 해서 그런지
그는 심장의 템포를 알 수 없이 느낄 뿐이었다.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그 동네는 미로를 닮았었고, 덕분에 은밀히 숨어서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아무도 없을 만한 미로 속에서 만난 그녀의 얼굴을 막상 보니 정말 아픈건가 싶어 그는 걱정이 앞섰다.
인사를 하며 다가가자 그녀는 춥다는 짧은 말만 내뱉은 채,
땅에 떨어진 눈이 자연스레 녹듯이 내 품에 들어와 가슴에 기대었다.
그는 자신의 품 안에 안겨 있는 그녀에게서 젖향기와 섬유유연제가 적절히 섞인 듯한 냄새를 맡았다.
3초쯤 걸렸을까.
그의 성기는 즉각 최대치로 터질 듯이 발기했다.
제법 얼얼한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향기 때문인지, 살결이 맞닿아서인지,
코앞에서 날 바라보는 묘한 눈빛 때문인지 그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 좁은 공간 안에서
그는 더 이상 주변이 잘 인식되지 않았다.
단지 그녀에게 성기가 닿을까봐
노심초사하며 엉덩이를 뒤로 쭉 빼는 것에 급급했다.
포옹하고 있던 그들은 조금씩 자세를 바꾸다 불현듯 유리같이 차가운 볼끼리 닿았다.
그는 아무런 생각을 거치지 않은 채
그녀의 볼에 뽀뽀를 했다.
바로 이어서 이번엔 입술 바로 옆 부분에 뽀뽀를 했다.
그때까지의 그는 영화에서 딥한 키스를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저 무언가에 이끌린 듯 입술에 힘을 뺀 뒤 적당히 벌린 채,
그녀의 입술 중 무게감이 있는 부분만을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빨아댔다.
그는 더 이상 심장의 두근거림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혓바닥이 교차하고 살결이 맞닿아 있었지만,
감각이 극대화되는 느낌보단 감각이 마비된 느낌에 더 가까웠다.
어쩌면 시야가 매우 좁아지고 감각은 매우 곤두서 있었을지도 모른다.
문득 그녀의 애인이자 그의 절친이 떠올랐지만
이상하게도 그 직후 그는 자신의 침을 그녀에게 더욱 많이 넘기며 그녀의 입안에 가득 차게 만들었다.
그녀의 입 속에 가득 차 있던 침을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던 볼보 운전자는
차량의 앞유리가 어쩐지 얼룩져 보인다고 느끼며
워셔액을 연신 뿌려댄다.
좋은 포장 상태의 도로 구간을 달리는 중이라 그런 걸까.
그는 이 차량이 원래 이렇게 정숙했었는지 잠시 생각해본다.
맑은 하늘과 포근한 햇살, 그리고 정숙하게 굴러가는 휠의 느낌을 느끼며
이 정도면 자신의 인생이 제법 성공적이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비록 경제적인 성공을 한 것은 아니지만 뭐든 마음먹기 달렸다는 불교 사상이 떠오르는 그다.
어느새 오른편의 아우디 차량이 없어졌단 걸 뒤늦게 깨닫는다.
그는 정면을 응시하며 운전을 이어간다.
애매한 간격을 두고 1, 2차선을 달리던 두 차량을 보며
그는 속도를 줄이기보단 또다시 엑셀을 밟는다.
구조를 다양한 매체로 풀어내는 작업을 합니다.
글과 사진, 그리고 영상까지.
아래 signature에 남겨두었습니다.
- 화자는 운전 중 운전을 이상하게 하는 여성(으로추정) 되는 차량을 발견
- 화자는 절친의 애인과 바람을 피웠던 과거를 회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