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 밥 먹고 살고 있다보니 삼성전자 사태 초기부터 관심 있게 지켜 봤는데 노동자라는 동일한 위치에서 오는
동질감이나 공대 출신으로서 첨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동지의식과 별개로
삼성 노조가 정말 전략을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삼성 내부자가 아니라서 세세한 내용까지는 모르지만 노조에서 요구하고 있는 중요한 사항은 다음의 세가지로 이해 했습니다.
1) 성과급 지급의 투명성 확보 : 엿가락 처럼 기준이 바뀌는 EVA 대신 영업 이익 기준으로 투명화
2) 성과급 상한 제한 해제
3) 성과급 지급 기준으로 영업이익의 15%로 설정
1)번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대하실 내용은 아닐 것 같습니다. 삼성 분들이 하시는 이야기 들어보면 여러번의 회사측
퉁수도 있었던 것 같으니 EVA의 기준을 공개하거나 (이건 경영상 안되겠죠) 영업이익 기준으로 바꾸는 것은 어느정도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2)번은 동의하실 분들도 있고 비판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유사한 일을 하는 입장에서 상한선은 없어지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이공계도 잘 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좋고 반도체 업계를 떠나서 산업계 전체로 회사의
이익을 어느 선에서는 노동자에게 공유가 되는 문화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 때문 입니다. 물론 주주들의 이익과 어느정도
상충 된다는 점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삼성전자 같은 첨단산업 특성 상 직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영업
이익도 같이 춤을 춘다는 생각을 하면 ( 물론 사이클 산업이라는 제한이 있어 어느정도 업황의 영향도 있겠지만 ) 이게 굳이
주주와 직원이 싸워야할 일인지 싶습니다. 예를 들어 10조 벌고 1조를 직원에게 주는 것과 100조 벌고 10조를 직원에게
주는 것을 생각해보면 남은 90조로 R&D 투자나 주주들에 대한 배당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봅니다. 삼성이 작년에 R&D로
37조 정도 지출했고 배당금으로 11조 정도 나갔다고 하던데 올해를 300조 영업이익으로 본다면 노조가 원하는 금액 다
줘도 배당금 3배 늘리고 투자 3배로 늘려도 110조 이상 남습니다. 서로 윈윈인데 왜 주주와 직원이 싸워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주주가 회사를 압박해서 성과급 지급하고 배당도 늘리라고 해서 파업을 없게 하는 것이 훨씬
이익 같은데 말입니다. 여러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상한제 폐지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보면 결국 3)번이 문제 같아 보입니다.
애초에 평소와 같이 영업이익이 20~30조 수준이었으면 이렇게 난리 나지 않았을 것 같은데 300조라는 수치가 나오다 보니
“45조라는 큰 돈을 나눠 갖겠다고?” 라는 회사의 언플 (?)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이 가장 큰 리스크 같습니다. 여기에 내년,
내후년에는 영업이익이 더 늘어날 것 같으니 처음에 4~5억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3년치 합 최대치인 26억 이야기 까지도
나옵니다. 사내 부부면 52억 벌겠네 같은 식이죠. 이 금액이 모든 이슈와 논쟁점을 잡아 먹고 돈만 밝히는 몹쓸 놈들이 되어
버렸죠.
물론 삼성 노조의 요구도 억지로 이해하자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기는 합니다. 하이닉스 대비 삼성 DS의
인원이 2배가 넘는데 26년 1분기 영업이익은 1.5배 수준 입니다. 즉 하이닉스가 받는 10% 수준으로는
비슷한 금액의 성과급을 받을 수 없습니다. 또 파운드리 등 적자인 부분까지 생각해서 배분하려면 더 그렇겠죠.
물론 이것은 억지로라도 이해할 수 있다 정도이지 정당하냐 아니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서 더 논의 하지는 않겠습니다.
애초에 1)번 2)번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잡고 3)번은 수치를 정하지 않거나 수치를 넣더라도 dx 부분이나
협력업체 건을 넣고 이 부분은 회사와 적극적인 협의가 가능하다 정도로 나갔으면 지금처럼 금액에 포커싱
되서 모든 이슈가 함몰 되어 버리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노동자의 권리나 주주의 권리 그리고 이익의 배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더 건강하게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 했는데 회사측의 언플인지 아니면 언론사의 몰아가기 인지 아니면 노조의 의제 선정
능력 부족인지 모르겠지만 그저 돈돈돈으로 매몰된것 같아서 조금 안타깝습니다.
최근에 노조에서 회사에 보낸 공문만 봐도 투명화, 상한폐지, 제도화에 대한 안을 이야기 하자고 했는데 회사는 거부중이죠.
이젠 거의 온국민의 이슈화..
의외로 민감한 것 중 하나가 2번 아닌가 싶더라고요. 상한폐지가 더 조율이 안되는 분위기로 보여서...
기존에 삼성이 적게 받은건 아니지만 다들 부러워 했지.욕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반대로 사측 능력이 역시 대단하다고도 볼수 있고요
삼성가 지분해봐야 10% 조금넘는정도이다보니 회사 경영진도 주주들 눈치볼수 밖에 없죠.
쉽게 말하자면 까페사장이 있는데 직원들이 이익난거 일정비율이상 우리한테 쉐어하고 나머지는 사장 가지고 가시오하는 모양세죠.
주주들 동의없이 회사이익을 막주는건 경영진도 부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