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마이너리티 이재명 도서에 첨부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인터뷰 중 기본소득에 관한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_기본소득에 대하여_
김: 지사님의 각종 복지정책을 보면 고단했던 소년공 시절부터 치열했던 시민운동가의 삶까지. 자기 삶의 경험에서 묻어난 것이 많습니다. 재정 정책도 그렇고요. 기본소득은 이제 지사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다시피 했는데. 제가 궁금한 것은, 기본소득이 지사님 삶 어떤 부분에서 계기가 되고 동기가 됐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이: 말씀하신 대로 정책이라는 게 책에서 나오기도 하고 전문가의 연구결과에서 나오기도 하는데, 가장 체감되는 건 현장에서 나와요.
김: 네, 그렇지요.
이: 아무리 선의로 시작해 연구해도 '감'이 없으면 제대로 안 돼요. 모든 정책이 그렇습니다. 저는 '현장적'으로 하려고 해요. 보고서는 기본이고 SNS든 또는 커뮤니티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답을 찾으려 해요. 저에게서 나온 정책들이 대개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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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언제 처음 기본소득 개념을 접하셨어요?
이: 간암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가 기왕 청년에게 복지를 하려면 기본소득 방식으로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김: 강남훈 교수가 영감을 준 것이군요.
이: 성남시장 때 '우리 청년들이 너무 어렵다. 만날 도로 까뒤집어서 포장이나 하고 멀쩡한 가로등 갈아치우기나 하는데...' 이런 고민을 했어요.
김: 청년 때 이재명 지사님은 그 어떤 공공의 도움도 받지 못했는데....
이: 도리어 매 맞았지요.
김: 그렇지요.
이: 세금 뜯기기나 했고. 그런데 공공이 시민에게 혜택을 주면 시민은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게 돼요. 우리나라 국민만큼 국가나 공공에 고마움을 못 느끼는 경우가 어디 있나요?
김: 그래서 이번에 재난기본소득을 받고는 "내가 국가에 돈을 내기만 해봤지, 받기는 처음이다"라며 경탄하는 사람들이 제법 나왔어요.
이: "머리털 나고 세금 내고 국가로부터 처음 받아본다. 내 나라가 자랑스럽다"라고 하지요? 그렇게 해서 '청년 배당'이란 이름으로 청년 기본소득으로 실험을 했는데 효과가 계획했던 것보다 몇 배였어요. 예컨대 동네 전통시장이 살아나는 거예요. 1200억에 불과한 지역화폐 덕임에도, 그래서 '이것을 전국으로 확대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복지 지출 용도로 지역화폐를 나눠주고 있어요. 중앙정부가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이름으로 모든 가구에 나눠줄 때(총 예산 14조 24448억원)도 그랬고요. 대한민국 경제정책사에서 수십조, 수백조 원을 쓰고도 이만한 효과를 낸 적이 있었을까요? 명절 대목이 한두 달 계속된 것처럼 '야, 효과있네. 야, 대목이네'라고 체감되게 한 적이 있었냐 이 말입니다.
김: 그러니까 어느 시기에도 경험할 수 없었던 경기 부양 특효약이 돼 버렸어요.
이: 이는 아마 전 세계로 퍼질 겁니다. 사실 진보는 유능해야 합니다. 복지만 하고 성장에 관심 없으면 안 돼요. (복지를 하더라도) 경기 선순환의 마중물이 되게 하는 즉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방안으로써 정책을 제시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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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21대 총선 직후 재난기본소득(지원금)은 국민 1인당 26만원 정도 지급한 셈이에요. 그리고 엄청난 경제효과 즉 승수효과를 누렸지요? 그렇다면 국민에게 이런 추가 제안을 할 수 있어요. "국민 여러분, 앞으로 낸 세금을 100% 기본소득으로써 돌려드리겠습니다. 부동산에서 세금 더 걷어도 되겠지요?" 그렇다면 동의하시지 않겠어요? 다 돌려받으니까요. 그렇게 증세에 동의해 세금을 걷으면 또 그만큼 돌려드리고. 그때 다시 "괜찮지요? 좀 더 올릴까요?"라고 묻고 재차 지지받으면 추가로 올리고. 이렇게 해나가면 경제가 살고, 불평등이 완화되며,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열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석학들이 예측하는 대로 지금 일자리가 사라지는 세대입니다. 물론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러나 우리에겐 현실이에요. 일자리가 적으니까 실업률이 높아져 가잖아요. 일자리가 줄어드는 시대에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그것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으니 돈벌이를 하긴 해야 하는데, 생산성*수익성은 낮지만 삶의 질을 높이는 가치 지향적 일을 직업으로 삼을 가능성이 커요. 예컨대 어떤 부부가 한 달에 50만원씩 기본소득을 받아 합산 100만원이 됐다고 칩시다. 그거로는 못 살아요. 그러면 일을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300만원짜리 또는 200만원짜리 일자리를 반드시 구할 필요가 없겠지요. 100만원짜리 일자리도 돼요. 그러면 '나 시골에 가서 농사지으면서 살래' '나 고기 잡으면서 살란다' '나 사진 찍으면서 살란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 있어요. 앞으로는 만들어진 일자리에 빨려 들어가 일 안 하면 굶고 일해야 밥술 뜰 수 있는 세상과는 작별하게 됩니다.
김: 기본소득이 우리 사회의 착취형 노동구조도 바꿀 수 있다고 보시는 거네요.
이: 그렇지요. 바로 그거예요.
김: 진짜 그렇게 해서 기본소득으로 최소한의 생계비용을 보장받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서 소득을 보충하게 된다면, 갑질하는 직장에 다닐 사람이 누가 있겠나 싶어요.
이: 그냥 아르바이트하면서도 살 수 있어요.
김: 그러니까 '나한테 갑질해? 때려치우면 되겠네' 이렇게 나오는 거예요. 그렇다면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가 어느 정도 수평이 되겠지요. 좋은 인재를 모시고 붙들기 위해 사용자가 노동자에 대해 예의를 다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기본소득은 존재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노동이 비참하고, 더럽고, 괴로운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즐겁게 하는 것이 돼야 해요. 그런 사회를 우리가 만들어야 하고요. 소위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간의 노동 대부분을 인공지능 로봇에게 맡기게 됩니다. 조만간 큰 노동 투여 없이 원하는 것을 대부분 조달할 수 있는 사회가 오게 됩니다. 지금도 상당 부분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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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회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어요. 그런데 인류문명과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그 성과를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왜 마크 저커버그 같은 사람만 누리냐고요. 왜 빌 게이츠만 갖느냐 이 말입니다. 실제 마크 저커버그와 빌 게이츠가 미안해하며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고 있어요. 그 미안함에는 현실적 타산도 있어요.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게 되면 소비가 사라지겠다, 시장이 사라지겠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무너지겠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 소비할 수 있게 기본적으로 '판돈'을 나눠 주자. 예컨대 상갓집에 가서 고스톱을 치는데 AI 동원하면 딱 두 판 만에 다 따버려요. 따따블에 쓰리고 피박... 이렇게 해서 128점 완성. 그러면 밤새도록 맹숭맹숭하잖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예를 들면 몇 점 이상은 못 받는다, 이렇게 해야 판이 유지될 수 있는 거예요.
김: 그렇지요. 예.
이: 자본주의의 순환은 단순합니다. 경제가 공급과 수요, 이 두 바퀴로 돌아가잖아요.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을 늘리고 그러면 다시 수요가 늘어나지요. 공급을 늘리면 일자리가 늘고 일자리가 늘면 소득역량이 늘고 그럼 수요가 늘지요. 경제는 이렇게 선순환해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소위 고성장 시대입니다. 기술이 급격히 발전해, 노동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생산 가능한 시대가 돼 버렸어요. 그런데 생산은 늘지만, 노동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축소돼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이러면 소득이 늘어날 리 없겠지요. 그래서 노동소득 분배율이라고 하는 게 뚝 떨어지고 있어요. 경제가 성장하는 데 노동자*국민이 거둘 과실은 점점 축소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돼요? 소비가 줄잖아요. 전체적으로 공급의 양은 커지지만, 소비는 정체되거나 작아져요. 큰 바퀴(공급)로 굴러갈 수 없어요. 작은 바퀴(소비) 기준으로 가기 때문이지요. 작은 바퀴를 키우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그래서 소위 저성장 마이너스 시대에는 수요를 늘리기 위해 국민의 실소득을 늘려야 합니다. 실소득에서 핵심은 정부로부터 받는 이전소득 즉 2차 소득입니다. 우리나라는 실소득 비율이 3%밖에 안 돼요. 선진국이 평균 25~30%쯤 되니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거예요. 이쯤 되면 국민 쓸 돈을 지금 10배 이상 정부가 지급해야 합니다. 물론 그냥 주면 안 되고요. 반드시 소비하게 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쓰라고 명시하고는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소비 역량이 커지잖아요. 커지면 경제가 활성화될 거 아닙니까? 경제가 활성화되면 주로 누가 덕을 보느냐? 서민일 것 같지만, 아닙니다. 고소득자*고자산가입니다. 그들은 세금 내는 걸 아까워하지 않을 거예요. 혜택이 자기들한테 집중되니까.
김: 그렇지요.
이: 그러니까 경제성장을 하면서 양극화 극복도 도모하고 이에 부자들이 (흔쾌히는 아니어도) 증세에 동의하는 식으로 선순환을 이어가는 것, 이것이 기본소득입니다. 그런데 왜 관료들은 생각 못 하느냐? 원래 못해요.
김: 이명박 집권기, 강바닥에 수십조원 퍼부을 땐 아무 소리 안 하던 사람들 아닙니까? 게다가 승수효과가 탁월한 기본소득 논의에 대해서는 아예 빗장을 걸어높고 있잖아요. 황당하고 한심합니다.
이: 외환위기 당시 국민 총생산 규모가 600조가 안 됐어요. 국민한테 직접 지원한 게 겨우 13조인데 반해 소위 공적 자금 명목으로 기업에 쏟아부은 것은 159조였습니다. 159조라면 600조 국민 총생산의 30% 규모이잖아요. 지금 국민 총생산이 2000조쯤 되니까 그 159조는 오늘의 600조 정도라고 보면 돼요. 그 정도를 쏟아부은 거예요. 효과? 별로 없었어요. 재벌 기업주는 몰라도 일반 국민은 체감 못했어요.
김: 아....
이: 외국은 현재 1인당 100만원, 즉 1000달러 이상 지원했어요.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2차, 3차 추가 지급하려고 해요. 그런데 우리는 이에 비할 바가 못 돼요. 사실은 한 다섯 번 정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합니다. 외국은 현금으로 하는 데 반해 우리는 지역화폐로 지급해서 경기가 활성화됐잖아요. 이거, 1년에 네댓 번 해야 해요. 그래서 못해도 총 100만원은 해야 합니다. 해봐야 선진국이 일시에 지급한 금액에도 못 미쳐요. 그런데 왜 못 하느냐,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어야 하듯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정책이 필요한데 이분들(관료들)의 생각이 과거에 고정돼 있는 거예요. 갇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젊은 경제학자, 경제정책 전문가를 써야 합니다.
김: 만약 지사님과 함께 일해야 할 경기도 고위 공직자가 현재 기재부 관료처럼 나온다, 그럼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 못 견디지요.
이게 20년 7월 20일자 인터뷰입니다.
2020년 7월이면 오픈AI에서 GPT-3를 공개한지 한 달밖에 안 된 시점이고,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 폴드 2가 단백질 구조 예측 학술대회(CASP14)에서 90점을 달성하기 4개월 전입니다. 지금의 AI 열풍의 시발점이 된 ChatGPT는 22년 11월에 출시되었고요.
김대중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 와중에도 인터넷 시대를 예견하고 IT 산업 육성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의 초석을 놓으셨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통찰과 실행할 수 있는 유능함이 절실합니다.
지금은 그당시보다 어쩌면 그이상으로 중차대한 시기입니다. 일개 선출직 공무원이 민주공화정을 파괴하려 시도했습니다. 그 시도를 막아냈으나 이에 제1야당과 사법부를 비롯한 율사들의 저항이 거센 상황입니다.
한편으론 잼프의 발언처럼 기술이 급격히 발전해, 노동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생산 가능한 시대가 돼 버렸어요. 그래서 노동소득 분배율이라고 하는 게 뚝 떨어지고 있어요. 경제가 성장하는 데 노동자*국민이 거둘 과실은 점점 축소되고 있는 것입니다.
정치와 경제 양측면에서 위기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시대정신을 제시하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설득해서 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중차대한 시기입니다.
소비를 적게하고, 투자하는 시대로의 변화.
정부는 쓸데 없는 희망을 품게하지 말고,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노동을 하면 소득이 분배되도록 투자를 해야됩니다. 주4.5일도 될까 말까인데 기복소득 논의는 까마득한 먼 미래 이야기입니다.
삶에 기본이 되는 어느정도의 의식주 및 교육,의료를 국가에서 일정부분 책임지는 형태로 방향성을 잡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현실은 기술발전/자본집약적 산업의 태동으로 노동과 생산성의 상관관계가 약해지면서 이미 착취형 노동구조는 외노자,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로 밀려나고 있지요. 기본소득이 아니라 인공지능 이후의 기술발전이 없엘겁니다. 착취형 노동뿐 아니라, 노동 자체를.
인공지능으로 생산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모든 재화의 가격이 크게 낮아지는 시기가 올텐데, 그때가 되면 단 몇십만원의 보조금만 받아도 생활이 가능하게 될테지요. 국민연금이면 펑펑쓰고 남아도는 돈이 될수도 있고. 그게 디스토피아일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러한 큰 변화가 도래한 이후에나 이야기할 수 있는 토픽이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