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언론은 갈등의 복제자가 아닌 '상생의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초생산성과 심화되는 불평등의 갈등 속에 서 있다. 최근 제기된 ‘AI·반도체 초과이윤 국민배당금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이러한 격변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 사안을 다루는 우리 언론의 모습은 디지털 대전환기 언론의 참된 역할이 무엇인지 깊은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
국민배당금제 논란이 불거진 직후, 인터넷 공간을 도배한 것은 사안의 미래적 가치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아니었다. 포털 뉴스 창은 “공산당이나 하는 짓”이라는 자극적인 정치권의 공방과, “기업 이윤을 강탈하는 횡재세”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의 기사들로 가득 찼다. 심지어 어제 장중 5% 이상 급락한 코스피의 원인을 복합적인 거시경제 흐름에 대한 분석 없이, 오롯이 이 ‘국민배당 담론’ 하나 탓으로 돌리며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왜 처음부터 본질을 꿰뚫는 균형 잡힌 글은 보이지 않고, 갈등을 부추기는 얕은 글만 퍼져나가는 것일까?
이 현상의 이면에는 현대 인터넷 언론 생태계의 고질적인 ‘속도 경쟁’과 ‘기사의 수(처널리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검색 포털 상단에 노출되기 위해 언론사들은 단 몇 분 만에 기사를 받아 적어 복제해 낸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갈등 구조로 치환할 때 대중의 분노와 클릭(Traffic)을 유도하기 가장 쉽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신기술의 이익을 어떻게 공동체 안전망으로 전환하고 ‘금융의 민주화’를 이룰 것인가에 대한 정교한 정책 대안은 수천 개의 자극적인 복제 기사 아래 파묻히고 만다. 기사의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국민의 사유와 비판적 깊이는 오히려 얕아지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진정한 AI 시대의 언론이란, 단순히 권력자의 발언을 받아 적고 시장의 공포를 중계하는 갈등의 유포자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닐까? 기업의 부를 빼앗는다는 프레임 대신, 기업이 이윤을 나누고 국민은 그 배당으로 기업에 다시 투자하는 ‘금융 자본의 선순환 상생 시스템’처럼, 대립하는 가치들을 연결하고 대화하게 만드는 중재자의 역할이 언론의 본령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 관료가 던진 미래의 화두를 단순히 선거철의 경솔함으로 치부하기보다 시대적 과제를 향한 논의의 시작점으로 바라봐주는 시각, 그리고 이를 냉정하게 분석해 국민에게 전달하는 품격 있는 저널리즘이 절실하다. 언론이 이념의 프레임을 걷어내고 국민, 회사, 노동자가 ‘함께 큰 대한민국’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줄 때, 비로소 우리는 AI 시대를 상향 평준화의 축복으로 맞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