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언젠가 다가올 미래인데, 멀게만 느껴지거나 너무 개인적 문제라서 준비가 늦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은 아예 입 밖에 꺼내지 않거나, 반대로 묘자리를 미리 사뒀다는 분들도 가끔 계셨습니다.
그런데 생계 중심으로 노년을 보내는 분들 중엔 간혹 다른 말을 합니다. "자녀한테 짐 되기 싫다. 그냥 화장해서 뿌려달라."
그런데 우리나라 법도, 사회적 인식도, 죽음의 사회적 제도 차원에서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법이 바뀌었습니다. 2025. 1. 24, 개정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시행으로
화장한 유골을 뿌리는 '산분장(散粉葬)'이 법적 근거를 갖게 됐습니다.
제2조 제1호, 자연장의 정의 조항입니다. 기존엔 수목·화초·잔디 밑에 묻는 방식만 자연장이었는데,
"해양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구역에 뿌려 장사하는 것"이 추가됐습니다.
독립 조항이 아니라 정의 조항 하나를 바꾼 것. 이미 행해지던 걸 법이 뒤늦게 따라잡은 셈입니다.
조용하게 바뀌었습니다. 늦었지만 당연한 변화입니다.


장례란 무엇일까요. 남겨진 사람들의 의식입니다. 떠난 사람을 위한 게 아닙니다.
남겨진 사람들의 위로와 마무리를 위한 절차라는 건 인정합니다.
그런데 그 절차가 언제부턴가 거래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왔으니까 와야 하고, 돈을 냈으니 돈을 받아야 하고. 진정한 애도보다 관계 청산 같은 자리. 결혼식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객은 밥 먹으러 오고, 돈 내고 밥 먹는 구조가 미덕으로 포장됩니다.
그 형식이 불편해서 작게 치르거나 둘이서만 하는 사람들이 조용히 늘고 있습니다.
장례도 같은 방향입니다. 실제 무빈소 장례도 급속히 늘고 있다고 합니다.
솔직히 죽은 육체에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태어나고, 살고, 죽습니다. 죽은 육체는 껍데기입니다. 원래 자연이라면 분해되어 토양으로 돌아가는 게 맞습니다.
인간 세상에선 그게 혐오스럽거나 존엄성 문제가 되니 제도가 필요하지만,
본질적으로 육체에 집착할 이유가 있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
1인 가구가 계속 늘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입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 혼자 사는 사람, 주변에 기댈 곳 없는 사람들.
이들에게 마지막은 현실적 문제입니다.
안락사는 한국에서 아직 제도가 없습니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은 가능해졌지만,
죽음을 앞당기는 건 여전히 불법입니다. 해외 안락사를 이용하려면 자격도 돈도 필요합니다.
결국 남는 질문은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입니다.
다행이 사전장례의향서 제도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본인이 미리 "화장 후 산분"을 선택해 국가 시스템에 등록해두는 방식입니다.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공영장례 지원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2023~2027)에 따르면,
국가가 화장부터 산분까지 행정으로 처리하고 지원 대상을 무연고 사망자의 7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10년 사이에도 장례 문화는 크게 바뀌었습니다. 20~30년 뒤라면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가 또 있을 겁니다.
죽음을 사회가 어떻게 다루는가에 대한 인식이, 생각보다 빠르게 재조정될 것으로 봅니다.
장례식은 결국 산 사람들의 행사입니다. 좋게 말하면 의식, 냉정하게 말하면 사회적 평가의 자리이기도 한거였죠.
누군가에겐 위로이고, 누군가에겐 부담입니다. 어느 쪽이든 이제는 선택할 수 있는 게 정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차피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것입니다.
그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본인이 미리 정해둘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사후세계를 더이상 안믿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