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기록에 의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기록이 불분명한 경우가 얼마나 있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대략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은 있습니다.
바로 수렴진화와 같은 .. 즉, 인간이 낼 수 있는 동작은 엇비슷하기 때문에
고도로 발전 된 체계(서양검술은 14세기전후)가 나올 즈음이 되면 검술의 검리는 동서양이 유사한 이치를 띄게 되며,
그것을 구현하는 구체적 방법론에서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일 뿐 큰 결은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서양 검술의 모든 명맥은 알 수 없더라도 위의 이치에 따라
어떤 검리를 취해 종합 체계를 이루었던 것인가...에서 기록으로 남겨진 것은 이태리 피오레와 독일의 리히테나워가 있었습니다.
실제 기사이기도 했던 피오레와 기사였는지 불분명하지만 저술한 검술서를 바탕으로,
검술의 시대가 저물기까지... 많은 이들이 수련했었던 리히테나워의 검술 중
현재 복원에 보다 유리한 지점이 있는 리히테나워의 평복 검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태입니다.
과거의 기록을 보면 동서양을 떠나 최고조에 이른 무술의 달인들은 누가 더 낫느냐 못하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록으로 남겼는가.. 아니면 그 영향을 받은 다른 무술가의 저서에 그 흔적이 남아 있는가 등을 살펴 판단해 볼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요즘이야 딱히 지적하는 분들이 많지 않지만 어떤 무술의 원류가 어디고 저기고...
대개 교류를 통해 상호 영향을 필연적으로 주기 마련이며, 그것이 조금 더 개방적이었느냐 아니냐가 달랐을 뿐입니다.
피오레 보다 더 개방적인 리히테나워의 저서 "전투의 예술"은 비단 평복검술에 머물지 아니하고,
당대의 갑주술을 비롯해 무술의 시스템을 갖춘 종합 체계였습니다.
그럼에도 무기의 형태가 달라지는 시점까지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다만, 어느 순간 다음 세대에 밀려 잊혀지고 있었고, 이후 꽤 오래 잊혀지다 현대에 이르러 복원 되었던 것입니다.
위의 영상에서 보시듯이 검술의 이치가 수렴 되는 여러 지점 중에 하나를 깨어 버린 것이 리히테나워입니다.
애초에 아무리 잘난 사람도 독자적으로 이런 집대성한 체계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있기 어려운 일입니다.
검경을 저술한 유대유가 그러하고, 일본에서 지금도 내려오는 여러 유파를 개척한 이들도 마찬가집니다.
내려 오는 검술을 집대성하고 자신의 철학을 녹여내었을 때 드러나는 차별점은 이러합니다.
두 사람이 검을 맞대고 서 있습니다. 검술을 포함한 모든 무술은 거리의 개념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먼 거리에서 조금은 더 가까운 거리에서 그리고 초밀접한 구간에서의 대응이 다르고,
세분화되고 정교화 된 체계에 이르러서는 각각에 특화된 체계가 만들어 지게 됩니다.
리히테나워는 상대방이 공격할 때 방어하고, 방어하다 반격이 여의치 않으면 물러나 기회를 엿보는 방식이 아니라
싸움의 주도권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 됩니다.
따라서 선제 공격을 하고, 만약 상대가 먼저 공격했다면 그것을 막은 후 기회를 엿 보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공격한 상대와 같은 공격으로 쳐서 검을 교차시키고 양날검의 특징을 살려 비어 있는 곳을 향해 칼을 뒤집어 뒷날 공격을 가합니다.
이 때의 상황을 잘 보아야 하는 것이...접근 전에도 치열한 수싸움을 하게 되지만, 일단 부딪히고 나면 근접전이 되는데, 이 때 (여러 분이 영상으로 볼 때 좌우 돌려가며 수평 베기처럼 보이는 동작) 근접에서 공격을 몰아 침으로 인해 상대의 반격 능력을 상실 시키고, 나아가 방어 하기 어려운...양옆이나 빈 곳의 공격을 번갈아 받게 하여 대처가 상당히 어려워지게 만듭니다. 물론 이 과정에 치명상을 입어 전투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이렇게 주도권을 내준 상대는 몇 번을 버티느냐의 문제지 막기 바쁘다 사망한다는 것입니다.
위의 영상에 이런 취지의 설명도 잘 되어 있으니 참고 하시면 좋겠습니다.
정리하면, 선제적으로 공격하되 상대가 먼저 발을 떼었다면 같은 공격으로 상쇄하며 서로 부딪힌 상태에서 물러 날 것이 아니라 그 상태에 상대의 양쪽을 비롯해 빈 곳을 찾는 연속 동작으로 내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상대방이 싸우기 어려운 영역에서 이기는 검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많은 무술가들은 이러한 이치를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것을 매우 구체화해서 아예 체계 내의 중심으로 가져간 경우는... 아마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문은 끝났습니다.
여담으로 ...어떤 분이 검도와 비교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하는 말입니다만,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권투 선수의 글러브와 MMA선수의 글러브는 ... 충격이 더 크겠네... 라고 볼 것이 아니라
아예 틀을 바꾸는 중요한 요소에 가깝습니다.
케이지냐 아니냐의 차이도 꽤 큽니다.
어떤 한 분야의 정점에 서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려 하는 것에 필요한 조건들을 최대한 갖추면 좋겠지만,
그 모든 것을 다 가지려다가는 죽도 밥도 되지 못합니다.
즉, 어떤 디테일을 파고 들어야 정점의 체계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은
포기한 것들도 있다는 것이고, 그런 점을 감안해도 후대에 남을 정도라면,
그 체계는 이미 종합적이면서 동시에 차별점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검도는 이런 체계의 일부를 스포츠화한 것이므로,
그 자체의 디테일을 취하면서 굉장히 뛰어난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전문성은 철검과 죽도에서부터 나뉘게 됩니다.
리히테나워의 중거리와 근접 사이의 빈 공간을 노리는 전법은
당대의 검도는 리히테나워류와 대적 경험이 없을 경우 마땅한 대응이 어렵습니다.
한 쪽은 그 쪽에 전문화 되어 있는데, 다른 한쪽은 대비가 잘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의 강점으로 적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려면,
이렇게 전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단을 공격할 수도 있고, 평복 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기본 방어구만 갖추어도
바로 치명타를 주기 어려울 때는 레슬링도 이용하고, 소지한 단검도 꺼내 쓰기 유용합니다.
즉, 일본의 고류에는 있던 개념들이 검도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전에 링크한 영상 속 일본 검술 수련자는 검도베이스인데,
그는 순식간에 검도 보법에서 다른 보법으로 상황에 따라 즉시 기술을 전환하는 훈련이 충분히 되어 있었던 드문 케이스로,
검도를 리히테나워에 비교할 것이 아니라 검도 베이스가 고류 및 서양 검술을 두루 접하고 대련하면서 얻는 경험이 있기에 그와 같은 대적 역량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그저 검도만을 배웠다면... 결투에서의 생존율이 높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이 영상도 흥미있네요.
호구커플에서 재미있는 실험 많이하죠 ㅎㅎ
전에 본 적이 있습니다만,
죽도는 좀... 상황을 많이 왜곡시킵니다.
죽도는 철검 대비 대략 절반 또는 그 이하의 무게를 갖습니다.
스피드에서 찰나의 순간을 넘어서는 차이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이종 검술간의 대련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컨텐츠의 질적 향상을 위해 날 없는 철검으로 대체 하는 것이 나은데,
죽도를 고집하면서 바꾸지 않더군요.
죽도는....실제 보고 싶은 상황 보다는
오히려 왜곡된 상황을 보게 만들어...정확한 인식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