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4 월요일 징검다리 연휴 가운데 날 발전소(Kraftwerk) 영감님들의 세번째 내한 공연이 있었습니다.
공연 다녀온 감상문을 짧게 올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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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찾아보실 수 있을 것 같고, Kraftwerk 는 구 서독 뒤셀도르프 출신의 4인조 전자음악
밴드 입니다. Rock 음악 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밴드지만, 70년대의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로 생각지도 못한 음향을
만들어 내고 클래식 작법과 대중음악 사이 그 어딘가의 실험적인 음악을 주로 하던 밴드 였습니다.
"발전소" 라는 밴드명에 걸맞는 '음악 집단'에 가까운 밴드로 지금의 기준으로는 단순한 전자음악을 단어 나열에 가까운 가사 (또는 가사 없는 instrumental) 로 현대 산업 문명에 대한 음악을 연주하던 밴드 였는데요. 70, 80년대를 거치면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고 이후의 Electronica 나 Techno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매니악한 인기와 독일, 유럽 중심으로 탄탄한 인기를 갖추었지만, 음악 특성상 오버그라운드의 대중적 수준의 인기에는 미치기는 다소 어려운 밴드였는데요.
2000년대에 이르러 그래미 평생공로상도 받고, 록앤롤 명예의 전당에 공헌자 부문으로 헌액 되기도 하면서 인지도 자체는 어찌보면 이전 보다 더 늘어난 일렉트로니카의 시조새 같은 밴드 입니다.
2013년에 현대카드의 스폰서로 역사적인 첫번째 내한이 있었고 그 내한을 바탕으로 2019년에 무.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공연을 했지만, 공연 전날까지도 좌석이 매진되지 못해 흥행 실패에 대한 걱정이 있었으나, 당일에 현장 판매 등등을 포함하여 어느정도 좌석을 채우면서 민망한 사태는 피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당분간 재방문이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작년에 독일투어, 올해 세계 투어 일정이 잡히면서 세번째로 한국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1. 예매과정
지난번에 잠깐 말씀 드리긴 했지만, 특이하게(?) Tip.com 에서 하루 일찍 선판매를 진행했는데요. 통상 제한된 수량의 더 좋은 자리를 선판매로 진행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Tip.com 선판매는 공항철도(Arex) 가 포함된 패키지 상품으로만 판매가 되었고, 좌석도 랜덤으로 배정이 되었습니다. (저도 선판매에 참여했지만 앞쪽이 아닌 뒷쪽 B구역의 2XX 대 자리를 받았습니다.) 좌석 랜덤 배정, 공항철도 패키지로만 판매 가능, 그리고 환불도 실질적으로는 불가능 (항의가 있어 판매 직후 며칠동안만 환불을 용인해 주었다고 합니다.) 한 단점 등을 감안할 때 trip.com 끼고 선판매가 또 진행된다면 절대로 참여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2. 공연장
두번째 공연의 다소 무리했던(?) 올림픽홀에서 훨씬 규모가 축소된 영등포 '명화 라이브홀'에서 공연이 진행되었는데, 이 공연장은 이전에 클럽, 영화관으로 쓰였던 이력이 있는 공간이라고 하네요. 높은 천장의 정육면체에 가까운 형태의 슈박스 공연장이었는데 생각보다 음향이 괜찮았습니다. 큰 왜곡 없이 상대적으로 작은 볼륨으로도 공연장 전체를 꽉 채우는 음향 경험이었습니다. 다소 작은 수용 인원으로 처음에는 너무 작은 공간이 아닌가 싶었는데. 비슷한 규모의 광진구 Yes24 라이브홀 보다 더 쾌적한 감상 공간인 것 같습니다.
3. 공연
셋리스트는 사실 지난 두번의 공연과 대동소이 합니다. 하지만 이 밴드를 아는 분들이라면 셋 리스트에 포함된 음악들이 거의 베스트 앨범 수준이라, 언제 들어도 꽉찬 셋리스트 일 것 같습니다. 지난번 19년 공연은 3-D 공연이어서 같이 안경을 쓰고 3D영상 앞에서 연주하는 공연이었는데, 이번 공연은 좀 더 선명한 LED 스크린 앞에서 좀 더 화려한 영상과 싱크된 음악을 연주해 주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지난번 공연 보다 비트가 더 세지고, 좀 더 잘게 쪼개져 있어서 지난번에는 '음 전자음악의 시조새 분들이군' 하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확실이 '음 케미컬 브라더스는 이 할배들한테 배운게 확실하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들 반응도 지난번에는 실험음악 팔짱끼고 진중하게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젊은 층의 관객들이 설렁설럼 몸을 움직이는 상대적으로 덜 시끄러운(?) 테크노 클럽 공연 같은 분위기 였습니다.

이미 지난번에도 플로리안 슈나이더 옹은 공연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그 사이에 유명을 달리했고 유일한 원년멤버(씨간장) 인 랄프휘터옹 (80세)은 2시간의 공연동안 꼿꼿이 서서 때로는 둠칫 둠칫 천천히 몸을 움직이면서 그렇게 이번에도 멋진 공연을 선보여 주었습니다. 나이를 생각하면 한국에서의 다음 공연을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혹시라도 기회가 있다면 또 다시 가고 싶은 (똑같은 셋리스트라도!!!) 공연이었습니다.
올해 월드 투어는 일본 (오사카, 나고야 도쿄 2회) 에서 부처 출발해서 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진행되는 데 몇 해전 세상을 떠난 류이치 사카모토를 추모하는 순서 (사카모토 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 커버)가 포함되었고 Radioactivity 를 연주할 때는 사카모토가 작사해 주었다는 일본어 가사 중심의 연주가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포함하여 반핵 관련 일본어 가사 입니다.) 이 때문에 그 유명한(?) '이제 그만 방사능' 은 들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공연에서는 Pocket Calculator / Dentaku 가 연주되었는데 일본어 가사가 많아서 인지 이번 공연에서는 셋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대중적으로 엄청 유명한 밴드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꽤나 만족스러운 공연이었기에
야근중 월급루팡 목적(?)으로 감상문을 남깁니다.
사실상 내한은 마지막일꺼 같은데 저번에는 알고도 못갔지만 이번에는 하는줄도 모르고 지나갔네요 ㅋㅋㅋ
오랜만에 믹스 앨범이나 들으면서 자야겠네요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