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의 판사에 대한 신뢰도는 중간값을 웃돌지만 신뢰한다는 응답이 40%에 미치지 않아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판사들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보고 별점으로 평점을 주는 서비스인 '판사맵'이 등장했다. 50여 일 만에 4447건의 리뷰가 게시되었고 한 달에 34만 명이 찾는 서비스로 순항 중이다. 일본 방송인 TV 아사히는 4월 23일 뉴스에서 판사맵을 소개하면서 "소셜 미디어와 법원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독특한 서비스를 개발한 사람은 도쿄에서 활동 중인 현역 변호사 다나카 가즈야다. 와세다대학교 상경학부를 졸업하고 쓰쿠바대학교 시스템 및 정보공학 대학원에서 공학 석사를 받은 그는 인터넷 관련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20년 차 변호사다. '판사맵' 서비스 소개에 "사법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지는 설명은 명쾌하다 못해 도발적이다.
"판사는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판단을 내리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에 대한 평가가 피드백되는 구조는 거의 없다. 국민 심사는 최고재판소 재판관에게만 적용되며, 그마저도 충분히 기능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사이트는 재판을 경험한 사람들이 익명으로 판사에 대한 리뷰를 게시하고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판사에게도 '평가받는 입장'이라는 관점을 갖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판으로 늘 누군가를 평가하는 판사도 평가받아야 한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그는 도쿄고등법원에서 구글을 상대로 부동산 회사를 대리한 소송에서 '구글맵의 리뷰는 주관적인 의견이라 괜찮다'는 판결로 패소하면서 '그렇다면 판사맵도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판사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신념에서 나온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지난 3일 다나카 가즈야 변호사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판사맵은 일본의 현직 판사 약 2500명에 대해 소속 법원, 담당 부서, 경력 등의 공개 정보를 한곳에서 열람할 수 있는 웹서비스다. 각 판사 페이지에서 해당 판사가 담당한 판례에 대한 인공지능(AI) 요약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리뷰 기능'이다. 누구나 해당 판사의 소송 지휘나 심리 태도에 대해 익명으로 글을 올리고 열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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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양론이 있다. '이전부터 필요했던 정보가 잘 정리됐다'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판사에 대한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나 부당한 게시물이 올라올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 이런 서비스가 판사에 대한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판사는 공권력의 행사자이므로 그 직무 수행에 대해 의견이나 논평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판사가 비방이나 인신공격에 노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판사맵에서는 다음과 같은 게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다. ▲ 허위 사실, 모욕적·차별적 표현 금지 ▲ 판사 직무와 무관한 사생활 정보 게시 금지 ▲ 댓글 대상을 법정 내에서의 직무 수행으로 한정.
이러한 가이드라인과 앞서 언급한 신고·삭제 기능을 통해 판사에 대해 '압력'이 아니라 적절한 '가시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명예훼손이나 인격권 침해 등 법적인 문제는 없나?
"일본 법상 사이트 운영자는 원칙적으로 사이트 이용자가 게시한 리뷰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명예훼손성 리뷰가 게시될 우려는 물론 있기 때문에, 그런 리뷰에 대해서는 게시자 특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IP 주소나 타임스탬프)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 판사맵이 사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나?
"판사들이 판사맵을 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 판사가 리뷰 등에 좌우되지 않고 자신의 양심에 따라 판결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공권력의 행사자이며,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존재다. 판사맵이 이러한 '미약한 민주적 통제'의 존재를 개별 판사들이 의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이 서비스에 관심 있는 한국 독자들에게 한마디해달라.
"일본과 한국은 대법원에 의한 중앙집권적 인사 관리와 경력법관제라는 공통된 제도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판사의 독립을 존중하면서도 어떻게 민주적 통제를 할 것인가'라는 과제 역시 양국이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판사맵은 이 과제에 대한 하나의 실험에 불과하다. 한국에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활동해 온 이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혹시 앞선 식견을 가지고 있다면 저 또한 배우고 싶다. 양국의 시민, 언론인, 법률가들이 각자의 시도를 공유하며 서로 배울 수 있다면 기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