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1표제, 그리고 초등학교 때 배웠던 '선거의 4대 원칙'… 그날의 쪽팔림에 대하여>
1. 댓글 한 줄에 말문이 막혔던 날
2023년의 일이었습니다.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민주당의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1인1표제에 대한 열망이 매우 큰 건 사실"이라며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습니다. 저는 평소처럼 정치권 악당들을 고발하는 게시물을 제 유튜브와 X(구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댓글창의 공기가 달랐습니다.
프로필에 태극기를 내건, 국민의힘과 윤석열을 지지하는 이들이 줄지어 비슷한 내용의 댓글을 달아놓았더군요.
"국민의힘은 오래전부터 1인1표제 하는데, 너희는 민주당이라면서 아직도 1인1표제가 아니야. 야 신승목, 쪽팔린 줄 알아라."
그 한 줄을 읽는 순간, 솔직히 말씀드리면 —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반박할 논리가 떠오르지 않았던 게 아닙니다. 떠오르기 전에, '쪽팔림'이라는 감정이 먼저 밀려왔습니다. 저는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한 채, 그 댓글들을 묵묵히 삭제하고 차단하기를 반복했습니다.
2. 초등학교 교과서로 돌아가 보면
우리 모두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똑같이 배웠습니다.
선거의 4대 원칙 — 보통선거, 평등선거, 직접선거, 비밀선거.
이 중 '평등선거'가 바로 1인1표제입니다. 한 사람의 표는 다른 한 사람의 표와 똑같은 무게를 가져야 한다 —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입니다.
그런데 정작 민주주의를 당명에 새긴 정당이, 당내 선거에서는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60표와 맞먹는 구조를 오래 유지해 왔습니다. 극우세력의 조롱이 아프게 박혔던 이유는 단 하나, 그 지적이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3. 더디지만, 결국 움직인 시계
2023년, 이재명 당시 당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1인1표제로 가야 한다. 다만 단번에 바꾸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그해 당은 60:1이었던 대의원 표 가치를 20:1로 낮추는 선에서 당헌을 개정했습니다. 한 걸음, 분명한 한 걸음이었지만 — 여전히 '평등'이라는 말을 붙이기엔 어색한 비율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26년 2월 3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당헌 개정안이 마침내 가결되었습니다.
저는 그 뉴스를 보면서, 2023년 그날 댓글 앞에서 작아졌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 진작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4. 그러나 끝나지 않은 싸움
물론 이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않았습니다.
이언주 의원을 비롯한 이른바 반청계의 반발이 표면화되었고, 평등선거라는 너무도 당연한 원칙 앞에서조차 누군가는 끝까지 자신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당원 한 사람의 한 표가 또 다른 당원 한 사람의 한 표와 같아진다는 것 —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다시 한번 묻게 됩니다.
5. 다시는 그날의 쪽팔림을 겪지 않기 위해
저는 이제 더 이상, 국민의힘 지지자들로부터 "너흰 1인1표제도 안 하면서 무슨 민주당이냐"는 조롱을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 조롱이 아팠던 건 그들이 옳았기 때문이고, 이제 그 조롱의 근거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 늦었지만 다행입니다.
초등학생도 아는 선거의 4대 원칙. 그 첫 단추를, 우리는 2026년에 와서야 겨우 제대로 끼웠습니다.
다시는, 같은 이유로 쪽팔리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대의원의 1표가 권리당원의 1표와 같아야 할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같은 대의원 끼리나 같은 권리당원 끼리는 평등선거의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트럼프 같은 표퓰리스트가 미국에서 게이트 키핑능력이 사라진 공화당에서 대표로 당선된 것을 명심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