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 고용관리과 담당자의 권고에 따라 8월 7일에 Y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 집중적으로 관련 정보를 학습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죠. 관련 노동법과 형사법의 관련 문구들을 들여다보면, 그 법이 지향하는 방향을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형법 327조는 사기죄를 “사람을 기망하여. . . .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핵심은 기망(속임수) 즉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 그리고 그로 인한 재산상 이익입니다. 그러므로, YJ 식자재 마트의 경우, 이미 1개월 계약의 계획을 가진 상태에서, 구직 포털에 ‘1년이상 장기근무’ 채용 공고를 했다면, ‘기망’ 조건이 성립하겠죠. 하지만, 이 계획이 정확히 어느 시점에 수립되었는지 추측은 가능해도 증명은 다른 문제이고, 재산상의 이익 부분도 애매하죠. 따라서 형법의 사기죄 적용은 어려움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형법 155조(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 사건 또는 징계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허위의 증거를 작성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 . 자기의 형사 사건에 관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어요. 즉, 사업주가 취업포털에서 1년이상 장기 근무를 명시한 채용공고를 모두 삭제해 버린 증거인멸 행위는 타인이 아닌 자기 사건이므로 처벌하지 않음을 알 수 있죠.
한편, 형법 제231조/234조(사문서위조·변조죄/행사죄)는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문서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라고 규정합니다. 저의 경우처럼, 1년 이상 장기 근무로 알고 3주간 계약서 없이 근무하던 중, 계약 종료 기간을 공란으로 비워 둔 계약서에 서명을 했지만, 회사 측에 의해 1개월 종료 시점이 나중에 기록된 상황에 적용 가능하다 고 보았어요. 사업주 측에서, 합의에 의한 사후 기재를 주장할 경우, 같은 경험을 한 동료의 진술, 채용공고, 녹취록, 계약서 작성 시점 등의 보강 증거를 통해, 입사 후 조건이 바뀌었다는 흐름을 강조하면 되고요. 3명의 변호사와 1명의 노무사 의견 역시 동일했지만, 위조로 볼 것인지, 변조로 볼 것인지는 의견이 달랐어 요.
아무튼, 이상의 형법 적용 케이스는 사실, 전체 흐름을 강조하는 빌드 업의 일환이었고, 실질적으로는, 5편에서 기술한 직업안정법에 근거한 고소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고소장 내용을 돌이켜보니 그러한 저의 의도가 제대로 읽히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집중 학습을 했다고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일이니, 완벽할 수는 없겠죠. 그럼에도, 첨부한 고소 보충서에 요지를 분명히 했으니, 결과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믿습니다. 경찰, 검찰 인력의 전문성 역시 믿고 싶네요. (*사실은, 고소장 접수하던 날의 사건 접수 담당자도, 나중에 배정된 담당 수사관도, 직업안정법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어서 오히려 제가 가르쳐 주었어요).
어쨌든, 그들도 사람 인지라, 내가 제출한 서류를 읽을 수사관의 입장에 나를 대입하면서, 공을 들여서 ‘읽기 쉽게, 건조하게, 사실 위주로, 시간 순으로, 논리적으로’ 를 염두에 두고, 나열 방식의 고소 보충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필요 대목마다 증거 제출서에 연결 시켜서, 해당되는 증거를 참조한 후, 다시 읽기를 계속할 수 있게 했어요. 식자재 마트의 조직도를 그려서, 한 눈에 관련 인물들을 파악할 수 있게도 했습니다. 녹취의 경우 제가 직접 타이핑해서 첨부했는데, 법적 효력이 있기 위해서는 속기사의 녹취록을 제출해야 한다고 학습을 해서,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요청 시 제출하겠다고 했어요.
고소장은 8월 7일에 접수하였고, 2주후인 22일에 젊은 여성 수사관과 대면 조사를 받았습니다. 뒤늦게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수사관이 되는 경로는 대부분, 순경 공채 시험에 합격, 중앙경찰학교 교육, 지구대 파출소 근무, 이후 형사과 수사부서로 이동, 이 경로를 따른다고 하네요. 솔직히 표현하자면, 제가 무의식 중에 기대했을 지 모를 수사관의 이미지와는 다르고 불친절한 느낌.
조사 시작하면서 조사 과정 녹음을 원 하냐고 묻는데, 원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어요. 잘 요약해서 제출한 진술서를 대충 이라도 훑어보고 조사에 임하기를 원했는데, 그러지 않고 문답으로 조서를 작성하는 것에만 집중하더군요.
핵심은 ‘채용 당시 장기근무 조건이었고, 입사 후 3주 뒤 본인의 동의 없이 1개월 계약으로 변경되었으며, 이것은 직업안정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사문서위/변조 등의 위법도 발생했다’ 이고, 제출한 진술서를 1분만 훑어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인데, 굳이 문답을 통해서 핵심만 뽑아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질문도 잘해야 하는데, 묻는 데로 대답하다 보면 항상 압축된 답변만 나올 수가 없는데, 그러면 짜증내고, 직업안정법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까지는 그럴 수도 있지만, 그 외 모든 법조문과 디테일까지 제 입을 통해서 듣고 기록하겠다는 태도, 제출한 보충서 1페이지에 있습니다 라 하면, 말로 하라면서 짜증. . . 마지막에는 조서 검토하라면서 혼자 남겨두고 한참을 기다리게 하고. . . 사실, 작성된 조서가 딱히 마음에 들지도 않았지만, 꼼꼼히 수정을 하려면 또 짜증을 낼 거 같고, 어쨌든 정확한 내용은 제출한 보충서에 고스란히 존재하므로 중요하지 않을 듯 하고, 수사관 자신도 그렇게 말하기도 해서 마무리하고 왔어요.
조사실 장면을 길게 나열하는 것이 지루할지, 재미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경찰 조사실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수사관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 .
다음 편에서는 이후 진행 과정과 수사 결과 통지서 관련한 내용으로 계속하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