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생각나는 날입니다.
증말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었어요.
술, 담배는 안 하셨지만. 가정폭력도 심하셨고
자기 분에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워낙 활동 적이라, 사우디에도 가시고, 일본에도 가시고
버마에도 가시고, 중국에도 가시고 이 사업 저사업
벌리긴 엄청 벌렸죠. 돈은 꽤 번 거 같은데
지 좋다고 잘난 맛에 대접 받으며 살다 다 날린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제게는 좋은 아버지 인상을 남겨 주려 한 거 같아요.
누나와 형은 건강했기에 호되게 혼내며 가르쳤지만
몸이 성치 않게 자란 저는 그냥 귀여워 해주시고
보듬어 주셨습니다.
근데 어느날 집에 큰 빚을 남기고 아버지는 기러기처럼
아예 멀리 사라지셨어요. 그래서 말소가 되었고
강제 이혼이 되셨져. 어머니는 그 빚을 떠안고 충격에
대인기피증과 피해망상 같은 병도 생기셨어요.
그러고 30년이 흘렀어요.
어느날 밤 아파트 초인종이 울려 밖을 나갔는데
백발의 살가죽 밖에 없는 노인이 휠체어에 타서
쉰 소리 밖에 못내는 목소리로 제 이름을 부르더군여
ㅇㅇ이니?
그 장면을 20초 정도 본 거 같아요.
문 뒤에는 어머니가 계셨고 제게 누구니? 라고 물었습니다.
아, 잡상인이야 엄마.
아 꺼져요 안 받아요. 가세요.
문을 쾅 닫고 들어갔어요.
그런데 목소리 하나 못내고 초인종을 계속 누르더군요.
창문에 대고 잡상인 안 받는다고 !!!!!!!!!!!!!!!!!!!!!!!!
꺼져!!!!!!!!!!!!!!!!!!!!
하고 112에 신고했습니다.
근데 도착한 경찰이 그러더근영
>이분께서... 30년전에 헤어진 가족이라고 주장하시는데..
아시는 분이신가요? 라고 묻더라구요.
.... 그래요?.. 근데 모르는 사람입니다.
>ㅇㅇ에서 왔다고 하시더라구요. 저희는 이분을 ㅇㅇ로 보낼 생각입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경찰은 복잡한 가정사를 짐작이라도 한듯 저를 생각해서 대답을 해주었고
저는 아버지가 다시 찾아올까 3일을 제대로 못자면서
정신과 약을 두배로 먹었습니다.
근데 오늘 스틸 파이팅 잇을 들으니 아버지가 생각이 나네요.
제가 어렸을 때는 우리 아버지 또한 슈퍼맨이었습니다.
가족을 버리고 도망갔을 뿐 우리에게 빚을 남겼을 뿐
슈퍼맨이긴 했어요 힘도 장사셨고
근데 말년의 꼬라지가 그런 꼬라지가 된 걸 보니
그렇게 될 거 왜 우리 가족에게 그랬냐 말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염병할 세상 혈육 피의 관계가 뭔지
가족중에 나만 알면 돼. 누나 형아. 엄마 아무도 몰라도 돼
하며 버티는데 문득 문득 제가 자꾸 아버지가 닮은 구석이 있구나
느낍니다. 화도 많고, 부수고, 욕하고..
아버지가 어쩌다가 혹시라도 이 말이 닿아서 읽는다면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어요.
우린 처음부터 몰랐던 사이고, 앞으로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말고
알아서 살다가 죽고 억겁의 시간이 지나면 그때 정신 차리고
다시 잘해주십시오. 그럼 내가 그때는 아버지와 함께 달리겠습니다.
센치해진 토요일입니다.
곁에 있는 가족들봐서 힘내세요.
스스로를 아끼고 잘 보살피길..
벤 폴즈의 이 곡은 나를 괴롭히는 세상에게 x먹어란 경쾌함이 담겨있어서 힘들 때마다 듣습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