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지구 환경의 위기 - > 우주 이민 50년.
어스노이드가 스페이스노이트를 차별, 착취 -> 지온 독립 전쟁
지구연방 부패 -> 티탄즈에 대항한 에우고.
이후 여러 형태로 반복.
흥미로운 지점은 이 이야기 구도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요소의 도입을 지극히 제한한다는 점입니다.
지구 연방은 계속 부패해야 하고,
샤아와 같이 지구에 희망을 걸고 에우고로 활동하다 끝내 변하지 않는 지구에 실망해 엑시즈를 떨어뜨리려고 하는...
그럼 뭘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다는 것일까요.
네. 이야기의 확장 자체를 두려워 합니다.
건담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큰 틀의 구도는 그 자체가 메시지고 주제입니다.
이야기를 확장하면 주제도 같이 확장할 수 있지만 반대로 옅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 우주시대가 열린지 좀 되었습니다.
다양한 세력이 발돋움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어느 한 쪽이 힘이 세더라도, 다른 반대 쪽이 독립한다고 할 때 그것을 정벌하러 가는 것은 초기 외에는 어렵습니다.
쉽게 말해 지구 역사를 보면 됩니다.
영국과 미국의 관계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건담에서는 지온이 물러나면 여전히 연방이 스페이드 노이드를 거느리며 꿀 빨고, 지구 내에서는 독재와 부패로 지구 안팎의 문제가 됩니다.
이게 한 두 번에 그치고, 또 다른 양상으로 흘러 가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폐쇄형 루프에 갇혀 계속 도돌이표 중이라는 것입니다.
1년 전쟁 발발 당시 지구 인구의 절반이 날아갔습니다.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인간은 그렇게 대단히 단결한 상태로 머물기 어렵죠. 게다가 권력층의 부패로 전쟁이 벌어지고 그 후유증이 남아 있다면...
결국 권력은 다시 분산 되게 되어 있습니다. 건담이 쓰여질 당시 왜 이런 제한이 있었느냐면....UN에 대한 환상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만 해도 국제연합의 위상은...대단했습니다. 지금처럼 연합의 주축인 미국부터 깽판치는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위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힘의 균형이 깨지면 연합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약한지... 온갖 이야기를 풀어 내는 장이 되면서도 계속해서 갈등의 근간으로 자리 하는 지구 연방의 모티브가 그렇게 굳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 그 때는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스페이스 노이드의 독립 전쟁만 해도 그렇습니다. 우주가 얼마나 광활한지...
지구와 달의 거리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거리인지... 체감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건담에서 동네 마실 갔다 오는 정도로 묘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 연방이 각 스페이스 노이드를 직접 관리한다는 것은 연방의 힘이 최고조에 이르러 있는...어느 한 때여야 맞을 것입니다.
영원 할 것 같지만 일시적인 상황에 불과했던 것이죠.
앞서 비유한대로 영국이 아직도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었던 역사적 맥락이 있었고....그 요인들이 소멸한 현재, 다시는 그런 시절로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건담의 이야기도 등장 인물과 대립구도, 스토리만 바꾸지 내재되어 있는 속성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인채 지금까지 왔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확장하려면, 이제 지구 연방의 힘이 더 이상 스페이스 노이드를 감당 하지 못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독립을 원하는 스페이스 노이드의 대빵 격인 쪽이 승리하여 독립을 이루는 과정을 먼저 선행 해야 합니다.
과거의 UN시절 이야기에 머물지 아니하고 말이죠.
스페이스노이드의 대표 세력이 여러 세력을 끌어 모아 독립을 이루게 되자 나머지 콜로니에서도 각 콜로니마다의 역사와 사연을 만들어 그 지역의 독립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스핀오프도 가능합니다.
새 시대를 열지 아니한 채 닫힌 루프 안에서
이번에 섬광의 하사웨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이 갖는 트라아무에 갇혀 사는 도돌이표가 되었습니다.
하사웨이 하나만 놓고 보면 그럴 수 있는 장치가 다 되어 있긴 하지만,
건담을 시리즈로 보게 되면 과거의 문을 닫고 앞으로 가야 할 때
과거의 문을 다시 재차 열어재낀 .. 그런 의미로 다시 돌아가 버렸습니다.
또한 세력 구도를 연방을 고정의 두 축 중 하나가 아니라 주요 세력 여럿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가게 되면...
하사웨이가 연방을 각성시키기 위해 하는 뻘짓들도 고전의 재료에 불과하게 되고,
이제 우주세기의 다양한 이야기로 확장이 가능해 지는데... 이렇게 하지 않는 것.
그게 건담이라 보기 때문이겠죠.
한 걸음 크게 나아갈 때는 주저 함이 없다가, 땅에 착지 한 후에는... 변화를 두려워 하는...
일본 특유의 틀...
물론 그 틀을 건담의 정체성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렇게 퀄리티 있는 댓글을 오랜만에 보는군요.
좋은 의견 잘 보았습니다.
비우주세기로 몸비틀기(?) 하면서 고전적 건담이라는 틀에서 완전 벗어난 말도 안되는 설정과 스토리도 써 보며 어떻게든 더 키우고 확장하려고 한 것도 아미 30년이 넘게 지났....ㅠㅠ
이 정도면 이미 너무나도 성공했던 IP고,
여기서 더 성공한다는 건 로또를 바라는거 아닌가 싶어요. 너무 성공했던 할아버지 아버지가 있으니 손자가 방향 못 찾고 표류하는건 당연한 거 같아요.
특히나 우주세기는 스토리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며 프리퀄이든 시퀄이든 가려고 해 봐야,
너무 오래된 IP라... 지금 새로 무언가를 해도 신선함이 없고요.ㅠㅠ
이렇게 오래 된 IP면 지금까지 살아남아 회자되고 팔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기적이라 생각합니다.